15년만의 소설합평반을 용두사미로 끝내며

세 편 할 기간에 딱 한 편 합평받았지만 56만원이 아깝진 않아

by 꿀벌 김화숙

4월 11일(금)~ 6월 20일(금) 10주 강좌 '김현영의 소설합평 45기'가 용두사미로 끝났다. 아니, 내가 용두사미로 끝냈다. 시작할 땐 세상 용기있었다. 그러나 현타의 시간을 견디는 건 결코 만만한 놀이가 아니었다.


"못 쓰니까 돈 내고 배우는 거지 잘 쓰면 왜 등록했겠어? 까이꺼 발로 쓰고 합평받으며 왕창 깨지는 거지 모. 그만큼 배우는 게 많을 테고 소설 근육이 붙을 거야!"


캬~ 내가 한 말이지만 참 그럴싸헤게 들린다. 과감하게, 재미있게, 당당하게 쓰고 깨졌냐고?

그게 그렇게 쉬우면 얼마나 좋겠는가. 막상 써 보니 내가 너무 못 쓴다는 걸 알겠는 거라. 도무지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글이 안 나가는데, 자나 깨나 소설 생각뿐이니 일상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런데 써 놓고 보면 역시 뻔하다. 두 번째 쓴 글을 딸에게 보여주니 그랬다.


"에이! 소설 아냐. 이거 누가 봐도 김화숙이 이야기네!"


첫 합평에서 워낙 강렬한 피드백을 받은 이유도 있었다. 그 작품은 잊고 다르게 시도해 본다고 한 게 그 주위를 맴도는 이야기였던 거다. 합평 받은 대로 다시 술술 새롭게 써지면 얼마나 좋으랴. 쓰는 건 전혀 딴 문제였다. 과연, 내가 큰 소리 친 그대로 깨지며 배웠노라? 내가 소설 쓸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덤볐다는 거고, 내 소설쓰기 실력이 완전 바닥이라는 자각, 그걸 얻었다.


오늘 9주차, 내 작품 합평할 순서인데, 까이꺼, 나자빠져버리기로 했다. 오후에 일정도 있고 내 마음을 좀 추스르고 싶어서다. 그리고 다음 주 마지막 합평 역시 다른 일정 때문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이미 신고해뒀다. 그러니까 56만원 내고 두 번이나 수업 빼먹으니 112,000원을 떡 사먹었다. 그러나, 등록금 56만원도 전혀 아깝진 않다. 나를 알게 되었배우는 시간이었으니까.


어깨를 펴고 가볍게 나가 보자. 당분간 소설쓰기는 잊기로 한다. 내 몸이 버거워하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두고 좀 구상하고 준비해서 다시 등록하는 날을 기대하며!




엊저녁에 소설합평반 김현영 작가님께 톡을 보내 놨다. 오늘 내 맘이 어떻게 흐를 걸 알았으니까. 내 글쓰기의 바닥을 보았다면 너무 시건방진 소리인지 모른다. 아~ 용두사미로 끝난 15년만의 소설합평반, 아쉽고 아쉽다. 그럼에도 개운하다. 뭐지?


"샘 안녕하세요? 합평작 못 올리고 목욜저녁이 됐어요. 마지막 인사드려야 마땅한데 안 되겠네요.ㅠㅠㅠ 내년이나 담 회기를 기약해얄듯요. 좀 써놓았다 싶으면 다시 등록할게요. 도저히 못 쓰고 내일도 불참해요. 작품 올라왔나하고 다들 카페 들락거렸을 텐데 넘넘 죄송해요. 꼭 전해주세요.^^"


버거웠던 짐을 벗어버리니 이제 살 것 같다. 훗날 오늘의 내 모습을 다른 글벗들에게 말하며 서로 지지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어 본다. 그런 날 오고 말리라. 그리고 맘 먹는다. 나처럼 힘들어하는 글벗들에게 좋은 동지가 되자고. 울림의 "여성, 돌봄을 쓰다"와 안산여노의 "페미글방3기" 벗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는 진행을 하자고. 쌩초보라도 쓰기의 즐거움을 맛보게 하자고.


오늘 합평반 수업 시작했을 시간 11시에 합평반 카페 자유게시판에 인사 하나 더 남겼다. 언젠가 다시 보게 될 글벗들이니까. 줌에 코빼기도 안 내보이고 딴짓하고 놀았다. 버스는 이미 떠났다.


"합평 할 시간인데 여기다 짧게 남겨요. 외부 일정으로 바쁜 척하다 인사는 그래도 남겨야 할 거 같아요. 합평작 올라왔나 여러번 확인하셨을 글벗님들께 너무 죄송해요. 쓰긴 썼는데 넘 재미없고 만족스럽지 못해서 배째라 나자빠지기로 했어요. 너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제 일정까지 빡빡한 시기에 덤볐구나, 무지 후회하는 시간이었어요. 마음에 힘이 잔쯕 들어갔던가 봐요. 발로 쓰면서 깨지면서 배우지, 그랬는데 실상은 일상이 다 뭉개질 만큼 헤맸어요. 전혀 기초에서 시작하고 싶어졌어요. 좀 시간을 두고 차근히 준비해서 다시 뵐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바로 직전에 써 보낸 글 하나. 한국여성신학지 여름호에 실릴 '회원소식'에 들어갈 글이다. 사무총장님이 어서 보내 달라 독촉했건만 기한 넘기고 버티다 오늘에사 써 보냈다. 나는 아무래도 잡글 쓰는 작가인거 같다. 소설 쓰겠다고 브런치 글도 안 올리며 지낼 때 가슴이 그렇게 답답하더니, 이렇게 개소리나마 쓰고 나니 가슴이 후련하니 말이다. 자, 그럼 싸움의 기술은 이제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김화숙 회원 소식


다음 책 초고 쓰기가 올해 목표인데, 4월-6월 충동적으로 ‘소설합평반’에 참여했습니다. 소설로는 왜 안 돼? 이런 만용이었죠. 아,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요. 단편 3편은 고사하고 단 한 편 합평 받곤 나자빠졌거든요. 준비도 실력도 없었다는 현타의 시간이었어요. 당분간 소설은 잊으려구요. 안산의 ‘함께크는여성울림’ 회원들과 “여성, 돌봄을 쓰다”라는 글쓰기 강좌 진행과 ‘안산여성노동자회’의 “페미글방3기” 벗들과 함께 쓰기에 집중하는 여름이 될 것입니다. 매월 5개 토론모임 덕에 읽고 토론하고 글쓰는 중에도 공개토론으로 <딸에 대하여>(6월 17일)와 <다섯 번째 방>(8월 12일)을 줌으로 진행합니다. 6월 14일 전주대학에서 열린 ‘전국민주시민합창제’에서 4.16합창단으로 참여해 ‘돌덩이’와 ‘우리는’을 노래했습니다, 아참, 작년 6월 《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를 낸 후 ‘가물에 콩 나듯’ 북토크와 작가초대 강의로 독자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살짝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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