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깨질 수 없는 황금처럼 빛나 보는 거야

2025년 가장 매력적인 여성 이재, 그리고 이기는 싸움의 기술

by 꿀벌 김화숙

영원히 깨질 수 없는

황금처럼 빛나보는 거야

이제 숨지 않아

지금의 나는 빛나니까

이게 내 모습이야

우리의 시간이야, 두려움도, 거짓도 없어

우린 빛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2025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상업 영화 한 편을 말하라면?

주저없이 넷플릭스로 본 <K팝 데몬 헌터스>가 떠오른다. '골든'이란 노래가 귀에 울려퍼지고 외국인들이 안 되는 발음으로 한국어 가사 "영원히 깨질 수 없는"을 노래하는 소리도 들리는 거 같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내 관심을 가장 끄는 지점은 사람, 이재(34)라는 한국계 미국 여성 아티스트겠다.


영원히 깨질 수 없는 황금처럼 빛나 보는 거야.


영화 속 루미의 노래이자 헌트릭스 스토리고, 사람들의 보편 정서를 움직이는 노래였다. 누구에게나 어둠이 있고 약점이 있으니까. 무명의 긴 시간을 견뎌야 하고, 시스템이 거절한 사람인 적이 있으니까. 이 노래를 작곡하고 부른 이재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래라 더 힘이 있었다. 시스템한테 거부당한 적 있는,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했던, 그래서 그게 나야, 라고 노래사는 내가 보였다.


루미처럼 나도 몸에 어둠의 '문양'을 가진 사람이었다. 빛나고 싶지 않았던 적은 없었지만, 빛나도 되는 사람이라는 허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내 모습 그대로 빛나는 존재인가 하면 빛날 수 없는 존재였다.


이 세상에 조금 늦게 도착한 사람이거나 너무 빨리 온 사람이었다. 빠른 세상에 나는 한 박자씩 늦었고 내가 속한 시스템이 나를 밀어냈다. 내가 아니고 싶은 이름으로 불렸고, 내 이름은 지워졌다.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늘 애매했다. 아니, 나는 무명이어야 한다고, 그림자로 살도록 강요받았다.


"사모가 세상을 따라 여성 운동을 하냐"

"아내는 남편을 앞세워야지 왜 목소리를 내냐?"

"사모가 기도나 하지 무슨 글을 쓰려 하냐?"


이런 말 앞에서 머뭇거리며 멈춰 서야 했다. 나는 여성인 건 분명한데 여성의 언어로 말할 수 없는 여성이었다. 교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여성이란 늘 조심하고 존재를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존재였다. 말을 세게 하면 속되다는 소리를 들었고, 조용히 있으면 투명인간이 됐다. 존재하되 드러나지 말 것, 말하되 이름은 가지지 말 것, 생각을 하되 목소리는 갖지 말 것. 실현 불가능한 생존 기술이었다.


어디다 장단을 맞춰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로 살고 싶고 내 목소리로 말하고 싶은데, 자신을 숨기기 위해 또 애써야 했다. 드러내지 않으려 애쓸수록 와글와글 드러나는 목소리, 문양이 있었다.


“이제 숨지 않아 / 지금의 나는 빛나니까/ 이게 내 모습이야”

숨지 않는다는 말은 자기 혁명이었다. 숨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였고, 공동체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였고, 무엇보다 '문제 되는 여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숨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나 자신에게서 멀어졌다. 죽음 같은 답답함을 계속 견딜 것인가, 내 모습 그대로 드러내며 살 것인가. 루미가 몸의 문양을 드러내고 인정하듯 내게도 선택의 날이 오고야 말았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있는 구조 안에 내가 너무 오래 있었다는 게 문제다."


내 인생의 길을 바꿔준 첫 깨달음이었다. 내 약점은 약점이 아니라 맥락이었고, 내 침묵은 겸손이 아니라 훈련된 자기 검열이었다. 이재의 노래가 힘이 있다는 건, 그가 완벽해서가 아니다. 시스템에게 거절당한 시간, 애매한 정체성,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던 자리. 그 모든 흔들림을 견디며 “그래도 나는 빛난다”고 노래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 말을 나에게 하며 나를 거절하는 시스템을 스스로 떠나는 결정을 했다.


"여전히 불안하고 두렵지만, 더 이상 숨지 않아. 이게 내 모습이다."


문제적 시스쳄을 박차고 나온 후 내 인생에 일어난 두 번째 혁명이었다. 내 몸을 내가 접수했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게 됐다. 불완전하지만 나는 매력적이고 충분히 멋있는 사람이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나를 내가 먼저 사랑할 수 있었다. 이게 내 모습이니까.


"영원히 깨질 수 없는 황금처럼 빛나보는 거야."


이제 나는 내가 빛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락받지 않은 채로, 그저 더는 숨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빛나는 나를 알게 됐다. 내가 내 삶을 통해 깨닫고 믿게 된 골든의 의미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의 나도 진행형이다. 거짓말하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 나를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름 없는 존재로 뒤로 물러나 숨으려 하지 않는다. 내 이름으로 황금처럼 빛나보는 거다.


‘사모’, ‘여성’, ‘에세이스트’라는 이름만으로 나를 다 말하기 어렵다는 거 안다. 이제 더이상 납작한 이름들로 나를 규정하려 하지 않게 됐다. 세상이 뭐라 하든 나는 골든이니까. 성평등과 자유의 페미니스트, 집단지성을 지향하는 토론진행자, 아픔과 연대하는 416합창단원, 글쓰는 노동자 작가이자 시민 활동가, 그리고 사랑꾼 예수따르미. 영원히 깨질 수 없는 황금처럼 빛나보는 거야. 나로 사는 거야.


"이제 숨지 않아. 지금의 나는 빛나니까. 이게 내 모습이야."

내 삶을 승이로 이끈 싸움의 기술이다.




작년 연말 토론모임에서 내가 진행한 <K팝데몬헌터스>논제 살짝 공개한다.


12월 찐빵장미 <K팝데몬헌터스> 토론 안내

1. 간략 진보당 소식.(5분)

2. 근황인사 및 영화 별점(5점)과 3문장 소감.(20분)

3. <케데헌>에서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A.장면/대사/인물/음악/관련정보 등)를 소개하고, 나만의 정치적 관점(B.노동자/페미니스트/민주주의자/진보당원 등)을 드러내며, 세계적인 ‘케데헌 열풍’에 대해 비평(C.긍정/칭찬 D.비판/아쉬움) 해보기.(30분)

“내게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는 A..........다. B........ 입장에서 볼 때, 세계적 케데헌 열풍과 성공 비결은 C.......... 에 있고, 아쉬운 점은 D......... 라 말하고 싶다.”

4. 영화를 통해 건진 나만의 질문 하나 제시하고 토론하기.(예시)(45분)

(1) 루미와 진우의 몸에 있는 문양을 어떻게 보았나? 숨기고 싶(었)지만 결국 마주하고 인정하게 되는(된) ‘문양’이 있다면 드러내 이야기해 보자.(개인/가족/정당/국가 등)

(2) 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공간/음식/영성/종교 등)에 대해 새로운 감상이나 통찰을 얻은 게 있다면?

(3) 케이팝을 좋아하는가?(O,X) 영화 속 노래 중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해/불러 보면?

5. 찐빵장미에게 송구영신 소회와 바람 한마디씩.(백지와 진한 필기구 준비)(20분)

“2025년에 찐빵장미는 내게 .............였(했)고, 2026년엔 .............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