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을 걸으며 내려다본 우리 동네 풍경
260123. 금. 맑다가 밤에 눈. -1/-12
어제 복싱 체육관에서 운동할 때 찍은 창밖 풍경을 썸네일로 써 본다. 도로와 나무들이 찍힌 새로울 것 없는 회색 동네풍경 한 조각이다. 매일 운동하며 4층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러닝 머신 위를 걸을 때, 이 회색 풍경이나마 내다볼 수 있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가끔 뭐가 달라지나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사진도 바로 요 며칠 새롭게 내 눈에 들어와 말을 거는 무엇인가를 찍은 거였다.
"창밖에 뭐 재미난 거 있어요? 뭐 찍는 거예요?"
내가 창밖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댄 게 신기하다는 듯이 관장이 물어보았고, 나는 뭔가 있다고 바깥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창밖 풍경이란 게 늘 거기서 거기, 뭘 가지고 그러나 그는 모르겠다는 듯 날 돌아봤다.
"노란 현수막이 자꾸 말을 하네요. 2026년 평등한 대한민국이래요."
별 일 아니라는 듯 나는 운동을 계속했다. 복싱 체육관이 상가 건물 4층이란 게 맘에 드는 순간이었다. 북쪽으로 난 창으로 바깥을 내려다볼 수 있어서 말이다. 매일 같은 풍경 같지만 그날그날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찬찬히 내려다보노라면 현수막이 새로 걸리고 어느 현수막은 사라지고, 더러는 찢어져 너풀거리기도 했다. 어느 날엔 저 회색 나무 가지들이 노란색 초록색 새싹을 틔우는 것도 보게 될 것이다.
바로 며칠 전부터는 회색 풍경 속에 노란 현수막이 들어와 있었다. 선명한 노란색 바탕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살짝 옅어지는 그러데이션이었다. 왼쪽 끝엔 "당원 가입하기"란 글자 위에 큐알이 새겨져 있고 오른쪽 끝에는 인물 사진과 함께 까만 글씨로 두 줄 "정의당 대표 권영국"이 있었다. 현수막 한가운데엔 두꺼운 까만색 글자로 "2026 평등한 대한민국!"이 두 줄로 느낌표와 함께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2026년 평등한 대한민국!
2026년 평등한 대한민국!
2026년 평등한 대한민국!
소리 내어 읽어보며 걷는다. 깔끔하고 선명하고 짧은 문구가 맘에 든다. 나는 아직도 평등을 소망하고 꿈꾸는 사람이다. 누군 구조적 성차별이 없는 나라라지만, 성평등한 대한민국은 아직 새까맣게 멀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떤 미사여구보다 평등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맘에 드는 걸 어쩌겠나. 현수막으로 정치하나 싶을 정도로 거리마다 소란스런 현수막 문구들이 식상했는데, 노란 현수막의 느낌은 달랐다.
권영국이라는 인물의 매력 때문이지 싶다. 지난 대선 때 유일하게 제대로 정책으로 토론하던 인물 아니던가. 부디 그렇게 해 주세요! 평등한, 성평등한 나라 만들어 봅시다. 제가 후원하는 당은 다르지만 정의당 화이팅이고 권영국 화이팅입니다. 혼자 속삭이며 위풍당당 러닝머신 위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