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을 보렸더니? 봉황을 보았으니!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책갈피로 봉황이 내게 날아왔다

by 꿀벌 김화숙

260125. 일. 맑음. -3/-11


중국 길림성에서 서울로 봉황(鳳凰)이 날아왔다.


교회 벗인 려정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봉황 책갈피로 왔다. 금속 재질에 오색의 홍황색조 하나 청백색조 하나, 볏이 있는, 금빛으로 눈부신 날개와 꼬리와 깃으로 멋들어지게 퍼덕이며 내게로 왔다.


"오랜만에 집에 온 거 같다."


봉황과 함께 2년만에 한국에 온 려정의 첫 소감이었다. 30대 초반의 중국 여성 려정은 서울에서 10년간 석박사 과정을 하며 우리 교회 벗이 되었다. 학위를 마치고 재작년 중국으로 돌아가 작년 여름부터 길림성 한 대학에 가르치다가, 겨울방학 여행으로 한 주 다니러 왔다. 교회 3층 게스트룸에 묵으니 집에 온 거 같단다.


려정은 오랜만에 봐도 역시 한국 사람 같다. 전공인 한국말을 어찌나 자연스럽게 잘하는지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인 줄 안다. 함께 온 중국 풍미 가득한 과자며 중국산 선물들을 설명할 때야 그가 중국사람이고 중국에서 왔다는 걸 실감할 정도다. 려정이 고향을 다녀올 때마다 그랬듯 이번에도 교회 식구들은 중국 과자와 선물 파티를 했는데, 나와 짝꿍 덕이에게 날아든 선물이 책갈피 봉황이었다.


기린·거북·용과 함께 사령(四靈)의 하나인 봉황. 상상 속의 신령한 새가 현실에 날아든 거다. 중국과 한국이 새삼 같은 문화권임을 실감한다. 봉황은 임금에게 그리고 대통령에게 쓰는 문양이란 건 누구나 아니까. 벽오동 나무에만 앉고 대나무 열매만 먹는다는 신비로운 새. 수컷은 봉(鳳), 암컷은 황(凰), 따로 이름이 있는 새다.


이보다 더 멋진 새해 선물이 또 있을까, 감탄하며 글을 쓴다. 우리 교회 뒷담장 밖에 벽오동 한그루 있어서인가, 이 신년 1월에 봉황이 왔다. 내 상상력이 미치지 못하는 저 먼데서, 찬란한 영적인 기운과 함께 날아든 선물이라서다. 내가 새를 참 좋아하거든. 새를 보면 기분이 좋고, 탐조객이 이해되고,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나. 내가 모르는 세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 멀리 날아가는 새가 좋다. 춤추는 극락조, 위대한 알바트로스. 그만큼 아름답고 신기한 새가 멀리서 내게로 날아왔단 말이다.


봉황을 보렸더니 못 봤다고 노래한 옛 시를 보라. 그 보기 힘든 봉황이 내게 날아들었으니 어찌 노래하지 않으리. 봉황을 보렸더니? 봉황을 보았으니! 그래, 위풍당당 날아가 보더라고잉!


벽오동(碧梧桐) 심은 뜻은/ 무명씨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렸더니

내 심은 탓인가 기다려도 아니온다

무심한 일편(一片) 명월(明月)이 빈 가지에 걸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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