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세상에 노래를 주는 한 방울의 기쁨으로
260131. 토. 마산 오동동 아침 8시 현재 옅은 구름 -4도
숙소 6층 창으로 마산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쓴다. 옅은 구름 낀 하늘이 바다 위에 낮게 드리워져 있다. 아침해 기운이 구름에 젖어 은은하게 비치고, 그 아래 아침바다가 잔잔하다. 마산만의 바닷물은 호수인양 고요에 잠겨 있다. 멀리 첩첩이 농담이 다르게 자리한 섬 풍경이 이곳이 다도해 남해란 걸 증명해주고 있다.
이제 곧 10시 체크아웃하고 덕이 차로 11시 반까지 부산 민주공원으로 간다. 그곳 민주항쟁기념관 중극장에서 416 합창단 기획공연 '노란빛 순례 별들의 노래 일지' 부산공연이 있어서다. 가면 점심 식사하고 바로 리허설(12:40~16:10)하고 5시에 본공연이다. 끝나면 김밥 한 줄씩 받아 부지런히 서울로 출발할 것이다.
안산에서 아침 6시에 단체 버스로 출발한 합창단원들은 차에서 노래 연습하면서 오고 있을 게다. 이번 공연에 서는 단원이 모두 41명인데 그중 14명이 우리 부부처럼 개별이동으로 부산을 오간다. 단원들이 모두 안산에 사는 것도 아닌 데다 부산이 멀기도 하니 각자의 형편대로 이동하는 거다. 나도 늦은 밤 서울 도착할 때까지 여건이 안 될 걸 알기에 이 아침에 짬 내어 위풍당당 일기를 짧게 쓰고 나가려 한다.
공연은 크게 2부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는 오프닝 2곡 부르고 영상과 '노란빛 토크'로 합창단 이야기를 들려주고, 2부는 합창과 인사로 채워진다. 한곡 한곡 연습하는 즐거움이 컸다. 단원들 중에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멜로디언, 하모니카, 아코디언 등으로 곡마다 하나씩 연주가 들어가기도 하고, 아름다운 솔로의 목소리까지, 환상적인 공연이 될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백섬, 약속해, Pocarecare ana, 섬집 아기,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기쁨에게, 너랑 노래할래, 다시 만난 세계.
오늘 부산 공연에서 부를 노래 제목이다.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노래가 없지만, 나는 이해인 수녀의 시에 김범준 작곡의 '기쁨에게'를 최애곡으로 꼽고 싶다. 처음 부를 땐 곡의 분위기를 익히기도 빠른 템포를 따라가는 것도 다 어려웠다. 하지만 부를수록 가사도 음악도 더 좋아지는 신비로운 노래. 오늘은 특히 시를 쓴 이해인 수녀가 음악회 게스트로 참여한다니 더욱 설레며 부르게 될 거 같다.
기쁨에게, 이해인 수녀가 느낀 기쁨이란 뭘까? 나는 기쁨이란 단어를 '은총'이라고 바꿔 생각해보곤 한다. 맑게 흘러오고 흘러가는 은총, 은혜, 생명, 생명력, 에너지, 성령의 바람, 사랑, 물.... 무엇이라 해도 그 신비를 다 쓸 수가 없다. 내가 만들어낼 수 없지만 내게 오는, 누구도 혼자 독차지할 수 없는, 흘러오고 흘러가는, 기쁨이다. 창밖에 가득한 저 바다, 물, 기쁨아 너는 맑게 흘러왔다. 모여드는 강 바다 호수 폭포~
그래서 흐르는 생명으로 내게 오면, 나는 나도 너처럼 멀리 흘러야 한다.
메마른 세상을 적시며 흐르는, 웃지 않는 세상에 노래를 주는 한 방울의 기쁨으로 깨어있어야 한다.
잔잔한 호수처럼, 넓고 깊은 바다처럼, 폭포처럼, 위풍당당 흘러야 한다.
기쁨에게 / 이해인
기쁨아, 너는
맑게 흘러왔다
맑게 흘러나가는
물의 모임이구나
빠르게 느리게
높게 낮게
모여드는 강, 바다
호수, 폭포
조금씩 모습을 바꾸며
흘러오는 너를
나는 그때마다
느낌으로 안다
모든 맑은 물이 그러하듯
기쁨아, 누구도 너를
혼자만 간직할 수 없음을
세상은 안다
그래서
흐르는 생명으로 네가 오면
나도 너처럼
멀리 흘러야 한다
메마른 세상을 적시며 흐르는
웃지 않는 세상에 노래를 주는
한 방울의 기쁨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