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가족에게 표병관의『테라피스트』를 선물하며
260215. 일. 맑음. 10/4
오늘 한 벗에게 책 한권을 선물했다. 4년 전에 사 두고 여태 못 준 책이었다. 주지 못했다기 보단 줄까말까 망설이고 계산하느라 시간이 흘렀다고 해야 맞다. 그동안 몇 번 책 생각을 했지만 접곤 했다.
드디어 숙제를 한 기분이다. 좋은 책은 혼자만 알기보단 벗들에게 추천하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재미 백배다. 그렇게 하고 싶던 일이었다. 진입장벽이 있는 자연치유 책을, 하필이면 아토피로 고생하는 벗에게 선물하자니, 한번 또 한번 생각하다 몇 년이 갔다.
이 책을 지금 선물하는 거 맞나?
책 내용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불편해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이 제시하는 길을 내가 강요하는 거라고 오해하면 어쩌지?
책을 받고도 안 읽고 싶어하면 선물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렇게까지 생각할 건 아닌데, 두려움에 발목이 잡혔던 거 같다. 오해와 설명과 싸움을 피하고 싶은 맘. 시중에 구하기 어려운 절판된 책이라 더 아까웠던 거 같다. 책 한권 선물하는 게 그렇게도 심각한 일이었을까. 읽고 안 읽고는, 받아들이고 말고는 내가 고민할 게 아닌데 말이다. 아토피 완치를 원하는 벗의 기도에 마음을 보태며 두려움을 넘을 수 있었다.
책은 표병관의 의료소설 《테라피스트》(몸과 문화, 2011)였다. "우리 몸에 숨어있는 100명의 의사를 깨워라."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자연치유력을 회복해야 병이 낫는다고 말하는 책이다. B형 간염 보유자로 만성 간염 35년 앓고 50대에 간경화 진단을 받은 저자가 단식을 비롯한 음식요법으로 B형간염항체를 얻고 병을 완치한 이야기다. 나도 이 책을 통해 단식과 자연치유를 실천했고 같은 치유를 경험했다. 단식으로 아이들 아토피가 나은 사례도 나온다.
자연치유 실천가로서, 단식과 음식 요법이란, 사람들에게 진입장벽이란 거 솔직히 인정한다. 무얼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조심스러운가. 온갖 패스트푸드와 육식에 익숙한 가족이 아토피 치료를 위해 식생활을 바꿀 것인가, 그걸 내가 왜 예단하느냔 말이다. 음식 요법 해야 한다고, 단식을 해 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책을 줄 수 없었고 입을 다물곤 했다.
아토피 완치를 위한 벗의 기도에 동참하며, 행동으로 아토피 치료법이 나오는 자연치유 책을 선물했다. 책으로 야기될 불편은 어쩔 수 없는 거다. 두려움을 넘어 위풍당당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다. 마음을 전하기 위해 책 표지를 열고 이렇게 적어서 줬다.
“사랑하는 소희와 가족에게!
이것만이 길이라는 건 아니고 이런 길도 있다는 걸 나누고 싶었어. 가본 적 없는 길에서 만나는 뜻밖의 친구도 있고 선물도 있지. 너의 아토피 완치를 기도하며. 화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