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이런 욕이 백발백중

김열규의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 중 부록 1

by 꿀벌 김화숙

260218. 수. 맑음. 7/-7


설명절 연휴 사흘이 오늘로 끝났다.


미국에서 온 친구 한나랑 우리집에서 점심 먹으며 수다떨고 다 돌려보내고 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씻고 개운하게 책상 앞에 앉아 글쓰기로 들어가려는데 텔방이 울렸다. 진보당 벗들이 사동 모처에 모여있단다. 벗들이 궁금하고 그집에 전해줄 선물도 있고 해서 후다닥 나갔다. 두어시간 놀다 왔다.


오늘 나를 보면 나는 '대작가'가 되기 쉽지 않겠다. 명절이고 뭐고 아랑곳하지 않고 글쓰기만 할 위인이 못 되어서다. 오늘은 명절 끝난 집안 청소를 굳이 깨끗이 하고서야 책상 앞에 앉았다. 어지럽건 말건 자기 일만 할 수 있는 위인이 못 되는 거다. 그러나 그정도가 아니다. 벗들이 궁금해서 결국 또 나갔다 왔으니 말이다.


괜히 싱겁게 하는 소리고, 이게 난데 어쩌겠나. 혼자의 시간도 잘 즐기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아하는 게 나란 말이다. 설연휴 가족들과 즐겁게 잘 보냈고 오늘 연휴 마지막 짧은 하루해 동안에도 한 일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늦은 오후 나가서 벗들을 만나고 와서 또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나를 칭찬해야 마땅하다.


그래, 숙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기 주도 설명절 잘 치룬 거 칭찬한다.

아무리 간단한 자연식 채식 밥상이라지만 평소보다 많은 명절노동 거뜬히 해낸 너를 칭찬한다.

일곱 식구 확대 가족으로 처음 함께하며 어느 누구 하나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게 보낸 거 칭찬한다.

연휴 뒤끝 피로 모르는 화숙이 체력과 회복력과 멋진 몸을 칭찬한다.

희야와 민이를 며느라기가 아닌 딸들이요 여성동지로 환대하는 네 맘을 칭찬한다.

글쓰기 집중력 잃지 않을 뿐아니라 에너지와 끈기와 집요함을 아주 많이 칭찬한다.


만약에 상황이 달랐다면, 내 의지에 반하는 명절을 보냈다면, 오늘 쯤은 속에서 욕이 터져나왔을 게다.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고 내일이면 일터로 가야하는 사람들, 며느라기들, 그리고 명절이 즐겁지 않았을 사람들을 생각한다. 듣기 싫은 말을 듣고 화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김열규의『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사계절, 2003)의 부록1, '이럴 땐 이런 욕이 백발백중'에서 '말 같잖은 말을 듣고서' 하는 욕을 보자.


아가리로 주절대나 똥구멍으로 말하나.

아가리로 방귀 뀐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잡귀신 젯밥 씹는 소리.

아가리 찢어진 대로 씨부린다.

별, 새 뒤집어 날아가는 소리.

새가 모로 나는 소리.


젊은 날 이런 욕을 배웠어야 했는데, 아쉽다. 명절이면 듣기 싫은 소리 꼭 한두마디는 듣게 마련이었는데, 그때 찰진 욕을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별, 새가 뒤집어 날아가는 소리 다 듣겠네!" 이러면서 웃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