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릇 국밥으로 연명하며

글 쓰며 몇 주간 끼니를 한그릇 음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by 꿀벌 김화숙

260319. 목. 비. 12/4


몇 주간 끼니를 간단식 한그릇 음식으로 먹고 있다. 비빔밥 떡볶이 국밥 또는 한접시 음식. 냉장고에 해놓은 음식이 있으면 큰 접시 밥과 함께 하나에 담아서 먹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큰 비빔밥 보시기로 해결했다. 가장 만만한 게 비빔밥이었다. 채소 적당히 썰어서 고추장으로 비벼 책상으로 가져온다. 어떤 날은 비빔밥 그릇이 몇 개씩 싱크대에 쌓여 있을 때도 있었다. 내리 몇끼 그렇게 먹고 살았다는, 마감에 쫓기는 작가의 안쓰런 부엌 풍경이었다.


영양 균형 너무 안 맞을까 싶어 올리브유나 들기름을 살짝 뿌리기도 하고 견과나 깨가루를 섞기도 하는 정도다. 생강 피클이네 올리브 피클이네, 뭐 그런 것도 곁들였지만 기본은 한그릇으로 끝내기다. 요리할 정이 없고 부엌에 오래 서 있을 시간이 없다, 그거였다. 채식 좋은 점이 뭐냐. 생채소 우적우적 씹어먹어도 되고 고수만 잔뜩 넣고 비벼먹어도 됐다. 출출하면 콜라비도 잘라 먹고 당근도 잘라 먹었다. 후식은 강냉이.


오늘 점심은 한그릇 국밥이다. 어제 후다닥 끓여놓은 국에 밥말아 먹었다. 신김치 좀 썰어넣고 콩나물과 두부와 파 다시마 넣고 된장 살짝 풀고 들깨 풀어 끓인 영양국이다. 걸쭉하게 끓여서 밥 한 주걱이랑 말아서 글 쓰는 책상 곁 탁자에 놓고 먹으며 자판을 두드리는 거다. 딱 옛날 주막집에 한 뚝배기 사먹었을 법한 서민적인 국밥맛이 났다. 슴슴하고 속편한 음식에 입맛 하나 좋아서 감사다. 샤인머스킷과 캐시넛 건포도를 곁들여 먹었다.


어서 마감하고 싶어 엉덩이가 근질거려 미칠 지경이다. 오늘은 복싱도 안 가고 종일 붙어 앉아 있었다. 도대체 긴 대하소설 써대던 시절 조정래 같은 작가는 어찌 버텼나 모르겠다. 그래서 '황홀한 글감옥'이라 했겠지만, 정말 감옥생활이다. 그야 그런 감옥생활하면 돈이라도 들어왔겠지만 나는 어쩌다 무명이 이런 삶을 살고 있나 모르겠다. 수글 합평 모임에 새친구들이 많이 왔건만 나는 도저히 시간을 못 내 불참했다.


오후에 충동적으로 삐삐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토요일 낮 12시 반으로 파마 예약했다.

"제가 머리를 내멋대로 자르고 염색도 혼자 했더니 안 예뻐요. 일단 파마해서 좀 길러보려고요."

원장님은 머리 길이가 걱정스러운지 물었다. 적당한 커트 상태라고 말해 줬다. 아무튼 금요일엔 손을 털겠다는 굳은 의지로 토요일 미용실에 가겠다는 거다. 원고 끝낸 기념으로 뽀글이 파마로 자축하기로 했다.


한그릇 국밥으로 연명하며 컴 앞에만 앉아 월동했더니 얼굴이 꾀죄죄하고 볼품이 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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