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먹느냐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 점심과 어제 점심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

by 꿀벌 김화숙

260326. 목. 맑음. 16/5


오늘 점심으로 먹은 한 접시 음식 사진과 어제 점심으로 먹은 한 접시 음식을 나란히 놓고 본다.


집밥으로 먹은 순식물식 자연식 점심을 보자. 현미가래떡, 블루베리잼, 방울토마토, 구운김, 콜라비, 검정콩, 건포도, 올리브피클. 혼자 집에 있는 것들로 가볍고 쉽게 담아 책상 곁에 놓고 먹은 한 접시다. 지지고 볶은 게 하나도 없고 화식 비중도 낮다. 현미가래떡은 방앗간에서 뽑아 냉동해 둔 걸 밥통에 데웠다가 먹었고, 검정콩은 소금 살짝 넣고 푹 삶아둔 그대로 덜어 먹었다.


오늘은 책상을 떠나지 않고 밥 먹어야 할만큼 바쁜 날도 아니었는데 결국 바쁘게 보냈다. 공부 삼매경 때문이었다. 저녁에 하는 이달의 '백합과장미' 토론을 위해 영화를 내리 보느라 그랬다. 4편 짜리 시리즈 <소년의 시간>을 오늘로 4번째로 첨부터 다시 봤다. 다른 모임에서 토론하느라 몇 번 봤지만 볼수록 수작이었다. 게다가 <한공주>까지 챙겨 보느라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어제 회의 후에 먹는 점심이었다. 중식당 10가지 넘는 메뉴 중에 순식물식 찾기가 어려웠다. 육류든 해물이든 안 들어간 걸 찾기 어려웠가. 작년에도 거기서 분명 먹었는데 뭘 먹었더라, 채식 메뉴 확인하고 장소를 잡았어야지, 실무자를 나무라고 싶었다. 다행히 다른 메뉴보다 두 배 값인 22,000원 '자연송이덮밥'이 있었다. 단체 식사에서 비건이라고 나만 비싼 걸 먹어야 했다.


나란히 놓고 보니 어제 먹은 접시가 유난히 윤기가 흐른다. 자르르한 게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혀에 닿은 다른 감각을 나는 기억한다. 혀에 감겨오던 기름기와 단짠맛과 조미양념의 맛. 가공된 소스의 그 맛은 상쾌하지 않지만 채식 메뉴라는 데 안도하며 깨끗이 비워 먹은 기억이 난다.


우리 사회에 채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그 많은 식당들이 채식 메뉴 준비하는 게 당연한 문화가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채식인도 밖에서 밥 먹는 게 하나도 문제가 안 되는 평등 세상에 살고 싶다. 동물을 죽이고 착취해서 만든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세상에 살고 싶다. 순식물식으로 먹는 사람이 하나도 별난 취급 안 받으며, 함께 어우러져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저께 토론한 책 《사랑할까, 먹을까》(황윤, 휴, 2023)에서 한 바닥 옮겨 적어 본다.


무엇을 먹느냐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이다. 무엇을 먹느냐는 사적인 일 같지만 공적이고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일이다. 내가 어떤 세상, 어떤 가치를 지지하는지를 놓고 참여하는 '투표'다. 이 투표가 중요한 이유는 하루 세 번, 인류 전체가 참여하는 투표이기 때문이다. 매일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투표에 따라, 지구라는 배에 동승한 모든 승객들의 삶의 질과 생존 여부가 달라진다. 모든 지구인이 유권자인 이 투표에서 채식을 지지하는 것은 비폭력, 평화, 생명의 편에 서는 일이다. (319-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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