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는 어떤 하루

사방에 벚꽃은 퐁퐁퐁 피어나고

by 꿀벌 김화숙

260406. 월. 흐림. 14/7


416 합창단 정기 연습에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은 지금 시각 밤 10시 30분이다. 오늘은 봄비가 온 후 봄바람이 좀 서늘한 하루였다. 따뜻이 입고 갔다 왔지만 겉옷을 벗고 앉은 지금 서늘한 기분이다. 짧게 쓰고 하루를 마무리해 보려 서두른다. 합창단에서 연습한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를 흥얼거린다.


4월 첫 주 여행 다녀오며 쉰 후 둘째 주엔 복싱 체육관을 등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늘 망설이다가 결국 시간을 내지 못했다. 4월은 합창단 공연 등 세월호 참사 12주기 관련 일정이 많은 달이라 계산하는 맘이 있다. 여차하면 등록하고도 복싱 빼먹는 날이 많기 십상이라는 우려겠다. 게다가 마감할 원고 핑계도 있다. 그러나 이래저래 계산하면 운동은 후순위로 밀리게 될 걸 알기에 며칠 내로 3개월 등록하기로 맘 먹는다.


오늘 뭐 하느라 복싱을 미뤘냐고?

가장 큰 핑계는 우선 마감할 원고 두 개 서두르느라 그랬다. 3월 말에 인터뷰를 해놓고 정리하지 못한 장애인 활동가의 이야기 얼개를 잡았다. 그리고 오후엔 또 한 사람 세월호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를 해야 했다. 오후 4시 에리카 캠퍼스에서 만나 기울어가는 봄 햇볕을 쬐며 한 시간 반 인터뷰할 수 있었다.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나가서 오랜만에 캠퍼스를 걸었다. 사방천지에 벚꽃이 피고 있었다. 벚꽃이 피는 봄날, 12년 전 그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벚꽃이 피는 어느 하루였다. 참사 이후 벚꽃이 피면, "저놈의 꽃 다 쥐어뜯어버리고 싶다"던 어느 엄마를 생각하며 꽃나무 아래를 걸었다. "꽃은 다시 피는데 우리 아이는 왜 다시 올 수 없냐" 울던 이도 생각했다. 사람들은 꽃구경이다 상춘이다 들뜨는 계절이지만, 벚꽃이 아픔으로 보이는 어느 하루였다.


벚꽃이 피는 어느 하루, 나는 합창단 연습 가서 노래했다. 엄마들을 만나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말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오늘 연습한 노래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를 적어 본다.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이상헌 작사/ 이범준 작곡


바다가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4월이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재잘대던 꿈이 푸른 하늘에 날아오르던 날

부푼 가슴이 푸른 하늘로 둥실 떠오르던 날

우리 꿈 우리 가슴 회색빛 아픔되어 가라앉았죠

초록 영그는 제주의 향기 엄마에게 건네고 싶었죠

먼 길이 아닌데 돌아오지 못할 길도 아닌데

초록 영그는 그곳에 닿지 못하고 닿지 못하고

바람이 되었죠. 별이 되었죠.

바람 불면 말해요 별이 되어 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