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FM 수다, 페미니즘은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나? 글쓰기로 자기돌봄 중" 책 이야기로 단원FM에 녹음 다녀오다

by 꿀벌 김화숙

260426. 일. 맑음. 24/4


지역 방송 단원FM에 나가 수다떨며 녹음하고 왔다. 작년에 함께크는여성울림에서 진행한 '돌봄글쓰기' 관련한 작가 초대였다. 24명의 작가들이 함께 글쓰고 모음집 《나? 글쓰기로 자기돌봄 중!》를 낸 결과였다. 그래서 나 혼자 보단 장혜와 덕이도 함께했다. 프로그램명 "페미니즘은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라서 페미니스트 작가의 목소리에,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페미니즘 하는 남성 목소리까지 낼 수 있었다.


페미니즘은 당신을 해치지 않는다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을 비틀어서 만든 제목이리라. 페미니즘 덕분에 새 인생 사는 숙덕 입장에선 정말 안타까운 세상이다. 페미니즘 공부 10년 차, 중년의 숙덕이 직접 단원FM 방송 하나 진행할 때가 된 거 아닌지, 녹음하는 동안 생각이 그렇게 흘렀다. 중년의 페미 부부가 온갖 시답잖은 이야기를 같이 수다떠는, 프로그램 제목도 정해 봤다. "숙덕숙덕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


새로운 기획을 하는 기회였다. 끝나고 둘이서 안산역 '국경없는거리'에 가서 좀 걷고 사람 구경했다. 저녁 먹으려고 돌고 돌아도 비건식당은 커녕 고기 없는 메뉴 자체를 찾기 어려웠다. 간신히 비빔밥이 있는 집을 찾아 들어가 계란 빼고 달래서 먹었다. 덕은 서울로 가고 나는 안산집에 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시 '초대'를 소리 내어 읽었다. 지금 왜 이 시가 생각났을까.


초대/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


당신이 몇 살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당신이 사랑을 위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주위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행성 주위를 당신의 달이 돌고 있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당신이 슬픔의 중심에 가닿은 적이 있는가

삶으로부터 배반당한 경험이 있는가

그래서 잔뜩 움추려든 적이 있는가

또한 앞으로의 더 많은 고통 때문에

마음을 닫은 적이 있는가를

알고 싶다.


또 나는 당신이 나의 것이든 당신 자신의 것이든

기쁨과 함께 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미친 듯이 춤을 출 수 있고

그 환희로 당신의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채울 수 있는가,

당신 자신이나 나에게 조심하라고,

현실적이 되라고, 인간의 품위를 잃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당신이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지기 위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킬 수 있는가를 알고 싶다.

주위로부터 배신했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당신 자신의 영혼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나는 당신이 날마다

어떤 것이 예쁘지 않더라도 그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지

알고 싶다.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당신이 어디에 살고 있고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졌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당신이 슬픔과 절망의 밤을 지샌 뒤에

지치고 뼛속까지 멍이 든 밤이 지난 뒤에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당신이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당신이 나와 함께 불길의 한가운데 서 있어도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당신이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배웠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른 모든 것은 떨어져 나가더라도

당신의 내면으로부터

무엇이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를

난 알고 싶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자기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가,

고독한 순간에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를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