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란 12.3>에 내가 찍은 사진이 쓰였다

다큐멘터리가 이렇게 예술적일 수 있구나

by 꿀벌 김화숙

260427. 월. 흐림. 22/7


영화 <란 12.3>을 조조로 봤다. 개봉 날 보겠다며 기다렸건만 닷새가 지난 오늘에야 봤다. 다큐멘터리가 이렇게 예술적일 수 있구나, 감동으로, 눈물 흘리며 봤다. 이현세 감독, 명불허전, 바로 그거였다. 모든 게 뻔하지 않았다. 설교하지 않고도 이 나라가 아직 난중임을 처절히 보여주고 있었다. 12.3 그 밤에 국회로 몰려간 시민들과 국회 안의 사람들이 어떻게 영웅적으로 내란을 막아섰는지, 윤석열과 그 똘마니들이 어찌나 비루한지, 제대로 된 기록이었다.

이 영화를 내가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었던 이유는 앤딩 크레디트에 내 이름이 나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내 이름이? 그렇다. 앤딩 크레디트에 이 영화에 사진을 제공한 사람들 이름에 내가 있다.150,000원에 사용권 계약을 하고 허락했거든. 마치 내가 만든 영화인 양, 내가 제공한 사진이 어떻게 쓰였나 궁금하고 보고싶었던 거다. 과연 영화에서 내 사진이 사용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영화 말미에 생각에 잠겨 정작 내 이름을 열심히 확인은 못 했다. 그렇게 계약했으니 약속대로 나왔겠거니.


한마디로 명작 예술 다큐라 말하고 싶다. 다큐라면 당연히 있을 거 같은 내레이션도 인터뷰도 없었다. 재연도 없었다. 12.3 당일 밤 깨어있는 사람들이 찍은 다양한 시점의 현장 사진과 영상이 잘 사용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의장실 직원이 의사당을 돌아다니며 방방에 문을 두드리며 불을 켜는 장면이 그랬다. 재연이 아니었다. 그 밤에 누군가는 뛰어다니며 그 긴박한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했단 말이다. 대신 약간의 애니메이션은 있었다.


앤딩 크레딧에 사람 이름이 길게 나오는 영화였다. 나처럼 이 영화에 자기가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제공한 사람들, 그리고 이 영화 제작을 위해 후원한 사람들의 이름들. 길고길게 끝없이 이어지는 이름 이름들. 인상적이었다. 내 이름 두 눈으로 확인하러 영화 한 번 더 보러 가야겠다. 눈물 닦느라 또 놓치려나...


아무튼 영화 <란 12.3> 강추 또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