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나비>를 잘 부르는 슈가젤리, 단원고 2학년 1반 이연화에게

by 꿀벌 김화숙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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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의 <나는 나비>를 좋아하는 슈가젤리 연화야!


네가 좋아하는 <나는 나비>를 새해 인사로 보낸다. 네가 좋아하고 아주 잘 부르는 노래를 크게 들으며 나는 너의 목소리와 몸짓과 표정까지 그려 보는구나. 연화야, 듣고 있지?



또 해가 바뀌고 1월, 어느새 일곱 번째 새해라는 게 한편으론 믿을 수가 없었어. 이쁘고 사랑스러운 네 사진을 보고 너를 생각할수록, 나는 미안하고 답답한 마음이구나 연화야. 도대체 뭐가 달라졌고 무엇이 해결되었나? 세월호만 생각하면 그래. 7주기가 다가오니 더욱 그런 거 같아. 그럼에도 연화야, 별이 된 너를 기억하며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는 참 복받은 사람이구나. 고마운 마음으로 네 이름을 부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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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야, 1월이라 416 단원고 약전 < 짧은, 그리고 영원한> 1권을 다시 읽는구나. '별을 품은 사람들' 모임에서 여러 번 읽고 글로도 쓴 너희들 이야기지. <너와 나의 슈가젤리>는 1권 제목이자 연화 네 이야기의 제목이잖아. 슈가젤리 연화라고 부를게. 2018년에 나온 <그리운 너에게>도 봤어. 연화 엄마 목소리도 듣고 싶어서였어. '내 분신 연화야"라고 부르는 엄마 편지가 다시 내 가슴을 울리더구나. 엄마께도 인사드리는 맘으로 글을 쓴다 연화야.


"사랑하는 내 분신 연화야, 잘 지내고 있니? 연화야 내 딸 연화야, 엄마는 아침저녁으로 네 이름을 부르고 싶은데 내 옆에 네가 없네. 너무 슬프고 너무 슬프다......"



연화 덕분에 나도 <나는 나비>를 오랜만에 찾아 들었어. 네가 한마디 한마디 노랫말을 부른다고 생각하며 들었어. 이 추운 겨울엔 좀 힘들지만 이제 곧 봄이 올 거라고. 그땐 너도 날아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찾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연화. 노래하고 춤추는 연화. 연화를 생각했어. 너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췄지. 오빠도 청소년 댄서였잖아. 그뿐이니? 넌 손이 야무져서 공예도 잘하고 케이크도 잘 만들고 공장 아르바이트도 잘 하더구나. 선물도 직접 만들고 뭐든 시도하려는 호기심도 많았지. 연화는 아름다운 나비~~~


그런데 연화야, 윤도현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니? 점점 힘차고 시원하게 내지르는 목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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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피부관리사나 네일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 했지. 손가락이 길고 고운 네가 손톱 가꾸는 걸 좋아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었었지. 에나멜과 스티커를 꼬박꼬박 모았다지?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패턴도 연습하고 색깔 조합과 디자인을 열심히 연습했더구나. 네 기억교실에 가니 네 꿈을 기억하는 이쁜 손톱 에나멜 병 작품이 있어 반갑더라. 네 꿈과 장래를 걱정하는 엄마에게 유니나 선생님께서 너를 참 멋있게 지지해 주셨더구나.


"네일 아티스트가 공부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연화가 감각도 좋고 소질이 있는 거 같아요. 앞으로 전망 있는 직업이고요. 본인 의지가 있으니 지금부터 밀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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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야, 네가 가장 좋아하는 네일 에나멜 '슈가젤리' 말이야. 네 사랑스러운 별명이잖아. 푸른 펄이 들어간 슈가젤리를 너는 진한 남색 블루베리 젤리랑 응용해 발랐을 게 틀림없어. 이번엔 나도 슈가젤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단다. 연화를 따라 슈가젤리 한 번 발라보기로 했지. '이니스프리 네일 에나멜 96번 슈가젤리'를 직장인 딸한테 좀 사 오라고 부탁했지. 검색의 달인인 딸이 잠시 후 알려왔지 뭐니. "단종됐대!" 포기할 수 없어서 직접 이니스프리 지점에 전화도 해 봤어. 어디에도 없었어. 2012년 7월에 신상 슈가젤리를 2,500원에 샀다는 누군가의 글이 얼마나 반갑던지! 딸도 퇴근길에 가게들을 헤집기까지 했지만 허사였어.



또 한 번 슬픈 깨달음이 덮쳐 오더구나. 유행은 이리도 빨리 변하는데 세월호 진상 규명은 왜 빨리 안 된단 말인가. 슈거 젤리가 단종되고 7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무얼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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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야!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주인집 할머니 앞에서 찬실이가 우는 장면이 있어. 찬실이는 사랑도 돈도 이룬 거 없는 마흔의 싱글 여성이야. 평생 함께 일한 영화감독이 돌연사하고 직장도 잃었거든. 할머니는 하나뿐인 딸이 먼저 죽고 혼자 살고 있었어. 할머니가 숙제로 쓴 시를 찬실이한테 봐 달라고 해. 찬실이는 그걸 읽고 울컥하며, 맞춤법이 틀려 못 알아먹는 척 할머니한테 읽어 보라고 그래. 할머니가 쓴 시를 듣고 찬실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아. 나도 그 대목에서 펑펑 울었어.


연화야, 할머니가 쓴 시 한 번 들어 볼래?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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