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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Jan 31. 2021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

자연의학의 기본 원리인 비움과 낮춤, 오용될 위험이 있는 말이다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전홍준, 에디터, 2013)는 내게 자연치유 입문서 역할을 한 책이다. 나는 2014년 7월 간암 절제 수술 후 2015년 봄 직장 사표 내고 본격 자연치유에 들어갔다. 그해 3주 단식 후부터 거의 매일 도서관을 다닐 때 만난 책이다. 내 몸과 암, 그리고 자연치유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한국과 세계의 자연의학 흐름을 정리한 건 책의 큰 장점이었다. 이 책에서 가지를 뻗어 나는 세계의 자연의학에 대한 책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자연치료 닥터로 불리는 전홍준 박사다. 


그는 외과의사로서 수술이나 약물만으로는 완치되지 않는 환자들을 많이 만나면서 그는 현대의학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치료의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기 시작, 우리나라에 자연치료의학을 접목한 개척자가 되었다. 30여 년 배우고 연구한 자연의학 경험과 현대 서양의학을 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는 '전인치유 의학'이라 한다. 광주광역시에서 하나통합 의학 클리닉을 개원하고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조선대학교 보건대학원 대체의학과 초빙교수, 한국통합의학 포럼 상임대표로 활동했다.



"통즉불통 通則不痛 불통즉통 不通則痛"


"피가 잘 통하면 통증이 없고, 피가 막히면 통증이 생긴다." 동의보감의 이 개념은 전홍준 박사의 자연의학의 핵심이기도 하다. 피가 맑고 피가 잘 통하는 게 중요하다. '만병일독(萬病一毒), 만 가지 병의 근원은 몸에 축적된 독이라는 말도 된다. 그는 피와 장을 해독하여 만성질환과 난치병이 치료되는 임상 경험을 많이 했다. 한국과 일본과 중국 인도 등 동서양의 자연의학을 통섭하여 전인 치유에 접목하는 이유겠다.



책이 정리한 자연치유 방법은 아주 단순해 보인다. 목차와 몇 가지 요약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절식과 생채식을 통한 해독

곡식 채소 위주의 소식

낮에는 햇볕 쪼이면서 걷기

밤에 일찍 자고 충분히 휴식하기

더운물 목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온열요법

심호흡이나 나체 요법 같은 산소요법

이미 다 나았다고 믿고 상상하기

삶의 더 높은 목표 향해 도전하기


피에 독을 만드는 4가지 배경

호흡 - 얕고 빠르고 거칠게 가슴으로 쉬는 과호흡

음식 - 동물성, 화학 식품의 과식

활동 - 충분한 휴식 없는 과로

마음 - 불쾌한 생각, 불편한 감정 106.-111.


피를 맑게 하는 4가지 원리 - 비우고 낮추기

호흡 - 숨을 비우고 호흡의 중심을 낮춰라

음식 - 장을 비우고 음식의 양을 낮춰라

활동 - 욕망을 비우고 노력의 강도를 낮춰라

마음 - 생각을 비우고 나를 낮춰라 112.-125.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







오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2017년 5월에 나는 이 책을 두 번째 읽었다. 그 당시의 나는 암 수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도록 몸과 마음이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전에 읽은 책을 다시 확인하고 싶을 때였다. 책이나 영화가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보면 뭔가 다르게 와 닿는 경우 있잖은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암 수술 첫 1년 차와 3년 차가 뭐 그렇게 다른 거냐고? 지금 그 때 쓴 글을 보니 새삼 보이는 게 있어서 하는 말이다. 당시 책을 읽고나서도 뭔가 맘에 남아서 단상을 남겨 뒀더랬다. 지금 보니 보이는 게 있었다.



암 수술 후에 갱년기까지 통과하며 나는 '쓰나미'같은 내적 변화를 겪어야 했다. 그건 결코 내가 계획한 것도 알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몸이 하라는 대로 내가 휩쓸리고 끌려간 것이었다. 나중에 돌아 보니 그건 내 몸이 좋아지고 회복되고 치유되는 생명의 역동이기도 했다. 거창하게 말하면, 몸이 달라지니 몸이 나를, 내 정신과 영혼을 이끈 것이었다. 그런 힘에 밀려 책을 읽고 스스로 공부하고 자연치유를 실천할 수 있었다. 두 번 째 읽은 후, 마음이 하는 소리를 솔직히 듣고 글로 남겼을 것이다.



2015년 봄 단식 이후 나는 내 몸속에 'B형간염 항체'가 생길 걸 믿었다. 그러나 늘 의식하진 않았다. 병원과 멀리 살다 보니 잊고 살았다. 언제 정확히 'B형간염 항원 소실'이 있었고 언제 항체가 생겼는지 나는 모른다는 말이다. 2016년 말 건강검진에서 소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 책을 다시 읽은 2017년 5월 당시 나는 B형간염 항원 소실 관련해서는 전혀 연결하지 못했다. 글이 지금 보니 'B형간염 보균자'가 쓴 게 아닌 게 보일 뿐이다. (그게 무슨 소리? 아, 중요한 문제고말고. 그건 후에 다시 쓰겠다.) 그때의 단상을 그대로 옮겨 본다.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전홍준, 에디터, 2013)

/2017년 5월 16일(화)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 솔직히 다시 읽어 보니 썩 호감 가는 제목은 아니다.


옮겨 적은 꼭지 ‘완전한 몸, 완전한 마음, 완전한 생명’에서 보듯 저자의 관점이 멋져서 용서할 뿐이다. 3년 전 읽을 땐 차라리 감동적인 제목이었던 거 같은데. 내가 이상하게 삐딱하다. 왜 읽은 책을 다시 읽고는 제목에 시비냐고? 오래 안 본 친구 다시 보고 싶어질 수 있잖나. 암 수술 후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할 때 만났던 책이다. 초보 암 환자를 자연치유와 자연의학의 세계로 이끌어 준 책이거든. 그땐 제목에 끌려 집었고 감동으로 읽었던 거 같다. 미지의 세계로 눈이 열리고 호기심과 즐거움에다 믿음까지 준 책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제목이 문제냐고? 비운다, 낮춘다, 좋은 말인데, 거슬릴 때 있잖나. 인생이 항상 매사에 비우고 낮추라면 정말 싫다. 사람이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병에 걸리면 맘이 가난해지고 성찰과 각성이 있고, 그거야 좋고말고.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 비우라, 낮추라, 이게 처방일까? 동의할 수 없다. 더구나 평생 죽으라고 비우고 낮추며 자기를 갈아부어 다른 사람을 더 생각하며 살던 사람이 있다면? 더 비우라 낮추라는 말은 어마어마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그만 비우고 낮추고, 채우고 높이는 게 도로 답일 수 있다.



내가 요새 그런 이상한 사람이다. 모든 건 갱년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자. 작년 초부터 내게 불어온 태풍, 아직 내가 그 속에 있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그런 태풍. 내 눈을 뒤집어 놓은 바람이다. 이젠 나를 채우고 높일 거야. 그게 치료의 길이지. 또 비워? 싫은 걸 어쩌나. 노파심이라 하자.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사역자로서, 그리고 직장인으로까지 난 낮추는 법만 너무 많이 배워버렸더라니까? 비우고 낮추는 것만 낫는 길 아니지. 암 수술과 갱년기가 가르쳐 줬거든. 채워주고 높여주는 것도 치료의 한 방법이란걸.



제목을 삐딱하게 씹었지만, 내용은 엄청 좋은 책 맞다. 옛 친구를 만난 듯 다시 빠져들어 읽었다. 암 수술 후 지난 2년 10개월의 내 몸과 내면을 돌아볼 수 있었다. 처음의 그 마음을 다시 조율하는 기분이랄까. 절식 소식이 역시 걸린다. 늘 어렵다. 몸이 좋아지고 소화도 잘 되니 자꾸 더 먹고 싶은 맘, 대식하게 된다. 좀 더 먹으면 몸도 더 좋아질 거 같은 합리화를 거부하기 어렵다. 난 원래도 잘 먹는 사람 아니던가. 과거로 돌아가면 안 된다. 그래서 이런 책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거다. 아무리 알아도 몸과 병에 대해서 나는 정말 조금밖에 모르는 거다. 끝없이 공부하는 거다.



자연의학, 비우고 낮추는 치료의 길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의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방대한 자연의학 정보였다. 오늘날 현대의학을 종교 수준으로 맹신하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병원 불신자들 또한 많아 보인다. 의사를 속수무책이게 하는 수많은 난치병, 병원이 병을 더 나쁘게 하는 현실, 병원이 포기하니 자연에서 회복하는 경우... 거기 빈틈에, 아니 오히려 인류 역사엔 먼저, 그리고 도도히, 자연의학의 역사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현대의학의 횡포에 가리었을 뿐.



양심 있는 외과의사라면 현대의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전홍준 박사 역시 그 과정에서 자연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잖아. 책에는 그의 자기고백과 함께 방대한 자연의학 정보가 담겨있어 좋다. 자연의학에 눈을 넓혀주는 책이었다. 구체적인 자연치유 방법들뿐 아니라 낯선 나라 낯선 자연의학을 개괄적으로 정리해 보여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나를 스스로 자연치유자로 살도록 도와준 고마운 책이다.



다만, 제목이 내겐 옥에 티로 거슬린다니깐? 쩝!


나도 물론 비우고 낮추는 게 치유의 길인 거 인정한다. 비움이란 몸을 비우는 거고 낮추는 건 마음이라 하자. 자연의학의 기본 원리인 비움과 낮춤, 오용될 위험이 있는 말이지 싶다. 힘 가진 자가 힘 없는 자에게 함부로 비우라 낮추라 하는 어불성설 말이다. 우리 문화에서, 기독교에서, 종교에서, 비움과 낮춤을 너무 아무데나 남용하는 게 솔직히 거슬린다. 살다 보면 그래야 하는 상황 있다. 물론이다. 그리고 사노라면 언제라도 비우고 낮춰야 하는 상황 있을 것이다. 인정한다. 그래도 책 제목은 아쉽다.



문제는, 언제나, 항상, 아무 때나, 모든 사람에게, 그게 맞는 말은 아니라는 거다. 예수 당시에도 그랬다. 예수는 당시 종교권력자들에게 남자 제자들에게 낮아져 섬기라 했다.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 낮아져 섬기라 가르친다면? 복음을 크게 오독한 거다. 그 시대 창녀와 세리와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과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예수는 결단코 비우고 낮추라 하지 않았다. 반대로 높였다. 지금의 교회는 분명 잘못 가르쳤다. 고로, 비우고 낮추는 게 지금 내겐 치유법 아니라고, 내 마음이 똑똑하게 말하고 있다.



검색하고 책을 찾아 읽도록 도와준 귀한 열쇗말들을 다시 정리해 본다.


이론의 심신 의학자 도쿠히사, 다니구치 마사하루, 생명의 실상 프로그램, 칼 사이먼튼의 긴장 이완과 상상법, 일본 대체의학의 대부 마루야마 히로시, 고오다 미츠오 자연치료 의학, 니시 가츠조의 니시요법, 사이먼튼 암센터, 다케구마 요시미츠 생태주의 의학, 디팍 초프라의 아유르베다, 허준의 동의보감, 버나드 로운, 데이비드 호킨스, 해리 팔머, 타성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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