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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서평> 고양이가 들려주는 가볍지만 깊이 있는 인생 교훈 100가지

by 꿀벌 김화숙


숨 가쁘게 돌아가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나는 편안함과 고요, 즐거움과 슬기로운 인생의 지침을 위해,

예전보다도 더 많이 이웃의 고양이들에게 의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현명한 고양이 브룩시에게.

그 고양이들은 영특한 동시에 바보같이 유치했으며,

애정에 굶주려 있는 동시에 거리를 유지했으며

평범함과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프롤로그



"숨 가쁘게 돌아가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편안함과 고요"는 어디에?

내일을 알 수 없이 불안한 오늘, 행복의 인생 지침 어디 없소?

나는 어떻게 나답게 살 수 있지?.....




전에 가 본 적 없는 팬데믹 시대라서일까? 일상에서 낯설지 않게 맞닥뜨리는 질문이겠다. 어려운 사람들은 삶이 더 팍팍해지는데, 소수의 부자들은 코로나 때문에 더 부자가 되고 있단다. 가뜩이나 정신없는 일상에, 나만 처지고 무기력한 거 같아 힘 빠지기 십상이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나답게 살지? 잘난 사람들의 공중 부양된 소리를 듣고 싶진 않겠다. 땅에 발을 붙이고, 좌절과 실패를 겪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나'의 지혜를 듣고 싶지 않은가?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제이미 셸먼, 리드리드, 2021)는 바로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평범한 존재가 들려주는 인생 지혜다. 평범하다 못해 지나쳐버리기 쉬운 이웃의 고양이가 말한다. 고양이들을 지켜보며 함께 하며 고양이를 점점 의지하게 된 사람의 고백서라고도 하겠다. 영특하면서도 바보 같고, 애정에 굶주려 있는 동시에 거리를 유지하는 고양이. 도도하면서도 같이 살아가는 법을 아는 고양이. 사랑하는 법, 혼자 살아가는 법, 자기로 사는 법, 혼자 평화로운 시간을 갖는 법을 고양이한테 한 수 배우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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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판 책의 원제는 <How To Land On Your Feet>(2018)였다. '어떻게 두 발로 착지할 것인가' 또는 '땅에 발을 붙이고 서는 법'쯤 되겠다. 부제 "나의 고양이한테 배운 인생 교훈"이 책의 요약과도 같다. 즉 불안하고 힘든 현실을 인정하고 발을 땅에 붙이고 단단히 서라. 그러나 도전하며 싸우며, 자기답게 살라는 조언이겠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제목이 너무 문학적이고 임팩트가 없어 보였을까.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가 제목이 됐다. 물론 책에 있는 고양이의 조언 중 하나를 반영한 제목이면서 한국 시장을 고려한 제목이지 싶다.


한국어판 제목을 결정한 사람들이 했을 고민이 보이지 않는가? 표지와 제목에서 타깃 독자층을 사로잡아야 했을 것이다. 한국의 독서 트렌드를 반영해서 좀 더 먹히는 제목을 뽑았을 것 아닌가. 부제는 한 발 더 트랜드를 반영한 것 같다. '나의 고양이한테 배운 인생 지혜'라는 꾸밈없는 표현이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으로 바뀌었다.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행복 수업. '자기 계발, 행복론'으로 분류되게 만드는 키워드라 하겠다. 자기 계발서가 팔리는 현실 반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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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는 이 책이 어떤 제목으로 번역됐을까? 독일어 제목은 <내 고양이한테 배운 것>, 부제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100가지 수업'쯤 되겠다. 중국에서는 담백한 제목과 부제를 단 <고양이한테 배운 인생 지혜>로 나왔다. 프랑스어로는 더 담백하게 부제 없이 <나의 고양이가 들려주는 인생 교훈>이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절찬리에 팔리는 책이란다. 간략한 글과 사랑스런 그림이 청소년과 성인이 같이 읽고 대화하기에도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책이 들려주는 지혜는 가벼운듯 깊이 있는 잠언과도 같다. 누구나 고민하는 질문이자 성장통 같은 이야기다. 인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이야기로 손색 없다. 한 번 보고 덮어버리기 보다 모임에서 가정에서 토론하며 음미하면 더 맛있다. 씹을수록 단물이 나오는 지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제 쉴 때야, 널 위해서.' '햇빛에 흠뻑 젖어 봐.' '어느 땐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야.' '네가 진짜 원하는 것.' '답은 네 안에 있어.' '난, 내 두려움에 맞설 준비가 됐어!' '가장 먼저 너 자신을 돌봐야 해.'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너의 한계를 시험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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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만으로도 제이미 셸먼과 그의 'The Dancing Cat' 관련 이미지들은 끝없이 구경할 수 있다.


제이미 셸먼(Jamie Shelman)

뚱뚱한 고양이와 좋은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가진 예술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RISD에서 회화로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거주하고 있다. 자신의 온라인 문구류와 기발하고 독특한 고양이 디자인이 특징인 'The Dancing Cat'이라는 이름의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마다 창가에서 내가 일어나기를 학수고대하는 고양이 브룩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다가 또다시 들어와 나의 뮤즈로 활동하고 있다.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앞날개



"The real achievement comes from feeling like you’re doing your best work, even if no one picks up on it yet, they will. My best piece of advice is to stay true to yourself, find your own unique voice and style and have fun!" -제이미 셸먼



저자 제이미 셸먼(Jamie Shelman)은 남편과 함께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는 아티스트다. 고양이 달력, 고양이 티셔츠, 고양이 카드 등등. 구글 검색만으로도 그의 작품을 셀 수 없이 많이 볼 수 있다. 한 인터뷰에서 저자는 결코 남이 내 인생을 결정하게 하지 말라며 힘주어 말했다. 진정한 성취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그래서, "스스로에게 진실하라.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와 스타일을 찾고 그걸 즐겨라!"였다.







인생이 미궁 속을 헤매고 있는가? 세상살이가 버겁고 지친다면, 이제 고양이를 찾아보자. 나답게 살고 싶은가? 나의 고양이를 찾아보자. 잃어버린 나를, 지나쳐버린 행복을 되찾아 줄 것이다. 고양이가 들려주는 가볍지만 깊이 있는 인생 교훈 100가지를 가만히 들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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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거 알지?

오늘은 유난히 신경 쓸 일 많았잖아.

이젠 쉴 때야. 널 위해서. (10쪽)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들을 필요는 없어.

떠도는 소리에 귀를 닫아도 돼.

너만의 조용한 시간을 즐겨봐.

조금 특별하게. (14쪽)



햇빛에 흠뻑 젖어봐.

충전하듯이.

저 찬란한 태양이 널 위해 떴다는 사실,

설마, 모르는 건 아니지?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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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 따윈 하지 마.

너 대신 나설 사람도 없어.

네 목소리가 필요해.

그것도 아주 큰 소리.

그것만이 현재를 바꿀 수 있어.

명심해. (35쪽)



열심히 일만 하지 말고

네 생각에 귀를 기울여 봐.

네게는 그것이 더 절실해.


네가 진짜 원하는 거.


아주 나답게!

근사한 너답게! (56쪽)



살다 보면 말이야.

손들지 않은 네가 답을 말해야 할 때가 있어.

회피하지 마.

답은 네 안에 있어.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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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힘들구나.

하지만 널 위해 포기해도 괜찮아.

포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거 알지?

너무 애쓰지 마. (81쪽)



내가 백기를 들고 항복할 거라고 기대하지 마!

난, 내 두려움에 맞설 준비가 됐어!

넌 어때?

한심하게 도망치려는 건 아니지? (92쪽)



제발 분홍 깃털 좀 흔들지 마.

내가 그 깃털을 쫓아 뛸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천만에!

난, 내가 운동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만

운동할 거야.

나를 길들이려는 건 딱 질색이야.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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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감이란 놈은

네가 두려워할수록

그 덩치를 두세 배로 불린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둬. (102쪽)



가장 먼저 너 자신을 돌봐야 해.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야. 그리고 집중해! (109쪽)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3미터 정도는 거리를 두는 게 좋아.

이건 내 경험에서 나온 거야.

믿어도 돼.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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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해봤어?

뭐야? 한 번도 없다고?

오! 가엾어라.

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거니?


어서 당장 고백해! 당장!

누구보다도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만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거야. (127쪽)



이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무슨 짓을 할 셈이야?

네게 나를 맞추려고 하지 마.

난 내 방법으로 너의 사랑을 받아들일게.


다름을 인정하라고!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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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믿지 마.

그건 옛날부터 내려오는 진리야!


우리 여행을 떠나자.

싱그런 풀밭과 신비한 요술 정원이 있는 곳으로.

정글과 사막도 가고 바다도 가자.

바람이 너를 날려 줄지도 몰라.

뭐? 허튼소리 말라고?

흥! 상상도 못 하니?

네가 딱해서 해본 소린데.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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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도약하지만

가끔은 보기 좋게 떨어져 버릴지도 몰라.

그렇다고 내가 울 것 같아? 천만에.


다시 하면 돼!


보라고, 친구!

멋지게 다리로 착지!


생각보다 나쁘지만은 않네.

떨어지는 게.


뭐? 너도 떨어지는 중이라고?

그럼 너도 두 다리로 멋지게 착지할 수 있어.

내가 하는 것 봤잖아!

까짓것....... (144-145쪽)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우리가 걷는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아!


너의 한계를 시험해봐.


최소한의 벽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잖아.

그리고 뛰어넘을까, 발로 차 버릴까를 고민해.

뒤돌아도 좋아.

왜, 안 되겠어? (146-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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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난 다른 이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아.

난 나라고! (161쪽)



참지 마!

참아서 잘 되는 일보다

참지 않고 소신을 말했을 때 해결되는 일이 더 많아.

발끈하는 것이 천 마디 말보다 가치 있다는 걸

꼭 알아둬! (163쪽)



방해하지 마.

지금은 내가 책 읽는 시간이야.

잔소리 같지만,

내 인생을 걸고 말하지만,

뭔가 변화를 원한다면

독서만큼 좋은 건 없어. (170쪽)



울고 싶어?

눈물은 영혼을 치료해 줘.

울음을 쏟아내지 않으면

네가 짓눌려서 움직일 수 없게 돼.

그냥 울 수 있을 때 울어. (196쪽)



고양이는 세상 모두가 자기를 사랑해 주길 원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가 선한택 사람이 자기를 사랑해 주길 바랄 뿐이다.

헬렌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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