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아이 이안

이소연 글, 그림ㅣ시공주니어

by 곽영미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나는 어떤 색의 어른일까?


[표지를 만나보자]

앞표지와 뒤표지가 연결된 그림이다. 나선형의 그림 속에는 다양한 교통기관, 바다, 산, 나무, 우주, 고래 등을 그리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가 그린 그림은 파란색으로 그리고 아이와 타이틀은 검은색으로 색을 넣어 대비가 이룬다. 뒤표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파란색을 갖고 태어난 아이, 이안! 파란 세상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안이를 응원해 주세요!]

어떤 그림책인지, 무엇을 소재로 했는지 짐작이 가는가? 그렇다. 다름이다. 남들과 같지 않고, 조금 다르게 태어난 이안이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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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지는 파란색을 칠하고 물을 덧칠해서 색을 뺀 듯한 맑은 파란색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본문 첫 페이지는 왼쪽 페이지는 태어난 이안이를 안고 놀라는 엄마, 아빠, 그리고 의사의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 페이지는 이안의 모습만 클로즈업되어 있다.

[……모두들 이안이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얼굴에 커다란 파란 점이 있었거든요.]

부모는 여러 전문가를 찾아 이안의 얼굴에 왜 파란 점이 생겼는지, 언제 없어질지 묻는다.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들려주지 않는다. 엄마, 아빠는 이안의 모습과 사람들의 시선에 힘들었지만, 이안이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라며 행복해한다. 그 뒤 이안은 무럭무럭 자랐고, 엄마, 아빠와 자신의 얼굴이 다르다는 것도, 유치원 친구들과 자신이 얼굴이 다르다는 것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왜 자신만 얼굴이 다른지 묻는다.

[그건, 네가 파란색을 갖고 태어나서 그래. 사람마다 자기만의 색이 있는데, 그 색이 아주 강하면 눈에 보이는 거란다.]

엄마의 설명에 이안은 파란색을 자기 색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만약 이안이가 내 아이였다면, 우리 반 아이였다면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이안이의 다름을 인정한 엄마였기에 가능한 설명이었을 것 같다.

작가는 프레임을 나누지 않고, 부분 샷(shot, 소컷) 자체로 프레임 기능을 하게 했다. 전체 샷과 부분 샷 그림이 적절하게 배치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noname43.jpg 본문 전체 샷(shot)

이제 이안은 스스로를 ‘파란 아이 이안’이라고 소개하고, 아이들도 잠깐 흥미를 보일 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난다. 이안이가 파란색을 모두 자기가 혼자서 가지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이야기의 중반부에 다다른다. 유치원에 새 친구가 왔다. 그런데 그 아이는 빨간 아이였다. 둘은 금세 친구가 되었다. 파란 아이 이안이와 빨간 아이 룽이는 단짝친구처럼 꼭 붙어 다녔다.

[이렇게 하면 더 예쁠 거야.]

["안 돼! 하지 마!"]

이안이의 파란색 그림에 룽이가 빨간색을 칠했다. 곧 파란색 물감과 빨간색 물감이 번지면서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둘은 그 모습에 놀란다.

noname44.jpg 본문 전체 샷(shot)

둘은 이제 더 큰 그림에, 파란색과 빨간색을 섞고, 보라색, 자주색, 제비꽃색 등 오묘한 색이 드러나자 아이들이 모여든다. 그림의 시선이 옆이 아니라 위로 옮겨졌다. 이제 아이들이 모두 모여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중앙에 크게 자리 잡고 펼침면 전체 그림으로 그려졌다.


noname45.jpg 본문 전체 샷(shot)

아이들은 종이 물감놀이에서 자연스럽게 온몸에 물감을 칠하면서 논다. 그러고는 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물감 색으로 얼굴을 칠하며 이안을 따라 한다.

[알록달록한 아이들이 알록달록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알록달록한 친구들의 얼굴이 펼침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결말 장면은 두 바닥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안은 화장실로 가서 물감을 씻던 이안은 자신의 얼굴에 파란 점이 깜쪽같이 사라지고 없다는 걸 알아챈다.

noname46.jpg 본문 한쪽면 샷(shot)


마지막 장면이다.

[이안이는 파란 물감을 가져와 거울 파란 동그라미를 그렸어요. 거울 속에 있는 파란 아이가 환하게 미소 지었어요.]


이안의 파란 점은 진짜 사라진 것일까, 나는 마지막 장면이 없었다면 이 책의 결말에 아쉬워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이안의 파란 점이 진짜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안이 자신의 파란 점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아이로 성장한 모습이지 않을까. 어쩌면 아이들도 이제 이안의 파란 점이 있어도 신경 쓰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그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다시 표지를 살펴보자. 이안이 그린 그림은 바로 친구와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픈 마음이 아닐까. 정말 좋은 친구, 서로에게 용기를 주면서 삶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소울메이트를 기다리는 이안의 마음이 표지에 담겨있는 것 같다.


누구나에게 콤플렉스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콤플렉스를 그 친구의 모습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 친구의 다름으로 인정해 주는 그런 친구가 진짜 친구가 아닐까. 이안에게 그런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 아니 우리 모두에게도. 아니 많지 않더라도 딱 한 명이라도 그런 친구가 있어서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룹 부활의 노래 중 [친구야 너는 아니]가 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원래 이혜인 수녀님이 쓰신 시다. 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 이런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인디언 속담에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하지 않았나. 내 기쁨을 같이 기뻐해 주고, 슬픔을 나눠질 수 있는 친구.


오랫동안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한 친구가 있었다. 너무나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손 편지를 주고받으며 일상을 공유하던 친구였다. 그런데 한순간 그녀와의 인연이 끊겼다. 외국에 지냈기에 연락처가 바뀌면 연락할 길이 없었다. 그녀는 메일과 SNS를 1년 넘게 읽지 않고 있다. 나는 그녀가 아프거나, 다른 세상으로 떠났을까 겁이 났다. 그런데 우연히 상가에서 스치면서 그녀를 보았다. 너무 놀라서, 그녀를 잡지 못했다. 말을 걸지 못했다. 그 뒤 한동안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불편했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그녀에게 상처 준 것이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다 해보았지만 떠오르는 일이 없었다.

후배에게 고민을 들려줬더니 “언니 조금 더 기다려 봐. 그쪽에서 연락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잖아”라고 한다. 후배의 말에 다소 위안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먹먹하다.


**친구야 너는 아니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걸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로 하시던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는 날…….]


그녀가 아파 보이지 않았고, 다시 볼 수 없는 먼 곳에 있지 않아서 안도가 된다.

언젠간 그녀에게 연락이 올 거라 믿는다. 친구야,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나는 그대로 있어. 영원히 너의 솔메이트로. 그대로 기다리고 있을게.


https://www.youtube.com/watch?v=fmGcdoB8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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