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건

by 곽영미

살아 있다는 건

- 다니카와 슌타로 시, 오카모토 요시로 그림, 권남희 옮김, 비룡소


이 그림책은 시를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림1.jpg 표제지


표제지에는 매미가 그려져 있다.


그림2.jpg 본문 첫 페이지

왜 매미일까 생각했는데, 다음 장면에서 이해가 됐다. 땅 속에서 7년 가까이 살고, 땅 위로 올라와서는 7~14일 정도를 산다는 매미의 인생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은 아이가 땅에 떨어진 매미-죽은 매미 곁에 모여든 분해자 개미-를 보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놀이터에서 매미를 관찰하던 아이는 누나와 함께 할아버지네로 간다.

할아버지 집에 도착한 아이는 나비 잡기를 하고, 누나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다 그린 누나는 자신의 그림일 보고 좋아하고, 할아버지와 소년은 물놀이를 하다가 생긴 무지개를 보며 놀라워한다.


그림3.jpg 본문 전체-샷(Shot)


이제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집에서 벗어나 동네를 보여준다. 같은 장면이 세 바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웃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왜 이 장면을 세 바닥으로 구성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쓴 작가의 글을 읽어보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은 장면임을 알 수 있었다.

낙원, 희망, 마음, 애정, 지금.

이 장면 속 간판에 들어있는 이름이다. 특히 [지금마을]이라는 버스정류장 이름처럼 작가의 주제 의식이 반영된 텍스트들임을 알 수 있다.

그림4.jpg


이제 다시 할아버지가 집을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할아버지는 앞의 보여줬던 동네를 지나 손주인 아이들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만나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을 끝이 난다.

시퀀스는 놀이터에서 매미를 발견하는 아이 모습이 3바닥, 할아버지 집에서 놀이하는 모습이 4바닥, 이웃의 삶이 보이는 동네 거리의 모습이 3바닥, 할아버지가 손주들의 집으로 가서 벌어지는 모습이 4바닥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림5.jpg




이 그림책은 저자의 시 [살다]로 만들었다. 운문 그림책이다 보니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시 전체를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살아 있다는 것'과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소년, 노인, 가족, 이웃, 매미, 무지개, 토마토, 해바라기, 금붕어 등과 같은 다양한 소재들이 삶과 잘 어우러져 있다.



<그림책 테라피>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살다'를 읽어보자. 그리고 자신에게 삶의 의미를, 살다를 무엇과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살다

- 다니카와 슌타로 시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나와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룸

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것

그리고

숨겨진 악을 조심스럽게 거부하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라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갓 태어난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순간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는 날갯짓한다는 것

바다는 넘실댄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네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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