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하는 꽃들의 색
엄마는 꽃을 좋아한다.
특히 진한 색들의 꽃을 좋아한다.
진분홍의 자란, 빨강 철쭉과 장미, 제라늄 우리 집 화단에서 엄마의 사랑을 받는 꽃이다.
길을 가다가 다른 집 화단에 주황색 강렬한 꽃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았다. 엄마에게 꽃이 어떤지 물으니 예쁘다고 한다.
주황색 꽃은 이름을 알 수 없으나 제주 도로에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색이 진해서 예쁘기도 한데, 너무 진하다 보니 혼자서만 튀여서 다른 식물들과 조화롭지 않다.
엄마는 색이 화려한 꽃들을 보면 늘 예쁘다고 탄성을 내지른다.
사실 나는 화려한 꽃들이 예쁜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작은 풀꽃이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엄마는 작은 풀꽃들을 모두 풀떼기라고 부르며 싫어한다.
풀떼기, 웃기다. 풀떼기가 풀들을 낮춘 말이 아니라 풀처럼 쑨 죽인데.
보리나 밀, 콩, 수수 따위의 잡곡을 가루로 만들어 풀처럼 쑨 죽
올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꽃바구니가 아닌 예쁜!! 꽃화분을 사 오라고 한다.
"지금도 꽃 많잖아."
처음에는 튕겼더니,
"그래도 어버이날인데 꽃은 있어야지."
엄마가 당당하게 말했다.
"어버이날에 꼭 꽃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
엄마를 놀려주려고 이렇게 대꾸했더니 엄마가 입술을 비죽이며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무슨 색 꽃나무?"
"예쁜 꽃나무!"
참, 어렵다.
엄마 눈에 예쁜 꽃나무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선물로 사 와도 칭찬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참 까다로운 모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