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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Apr 29. 2021

우리 집 화단에 사는 도마뱀

-장지뱀이라고 불리는 도마뱀

우리 집 화단에서 도마뱀을 여러 차례 보았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돌아다녔다. 

"엄마, 우리 집 화단에 도마뱀 있지?"
"응. 몇 년 동안 보여."


올해 들어서는 세 번 보았는데, 두 번은 2층에서 텃밭을 관찰하고 있을 때였고,

세 번째는 어제 텃밭에 서 있을 때였다. 

발 쪽에 무언가 쓱 움직임이 느껴져서 봤더니 장지뱀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좀 더 크고 통통했다.

장지뱀은 도마뱀과 모습이 흡사하다. 왠지 도마뱀이라고 말하면 좀 더 귀여운 느낌이 든다.

순간 놀라서 한마디했다.  


"깜짝 놀랐잖아. 소리를 내고 다녀."

장지뱀은 금세 돌담 사이로 숨어들었다. 

여러 번 보아선지 장지뱀도 무섭다는 생각이 덜 든다. 

우리 집 화단에 오래 살았으니 함께 사는 동거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장지뱀의 수명이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없다.

3-5년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육할 경우 더 살기도 한다고 한다.


언젠가 우리 집에 사는 장지뱀 사진을 찍고 싶다. 

무슨 소리만 나며 잽싸게 움직여서 사진을 찍을 틈을 주지 않는다. 


어릴 적 할머니와 숲에서 고사리를 꺾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풀숲에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있었다.

근데 느낌이 싸해서 옆을 돌아보았는데, 똬리를 뜬 구렁이가 머리를 나를 향해 있었다. 

순간 기절하는 줄 알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놀란 때가 아니었을까.

어떻게 일어나고 옷을 입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무작정 뛰어서 한참 먼 곳까지 달아났고, 멀리서 그곳에 있는 할머니를 불렀다.

위험에 빠진 할머니를 걱정하며 애타게 불렀지만 할머니는 못 들은 것인지 고사리를 다 끊고 오셨다.

어릴 때는 그렇게 자주 숲을 가도 할머니가 뱀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해서 뱀들이 할머니를 피해 다닌다고 생각했다. 

제주도에 살아선지 뱀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살았고, 뱀과 관련된 추억도 많다. 어릴 때는 뱀이 굉장히 무서웠는데, 지금은 그 정도의 두려움은 아닌 것 같다. 나이를 먹어서인가?

언제 뱀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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