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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Jun 10. 2021

노린재 알

[다섯 줄 사진 에세이] 노린재와 노린재 알

https://ko.wikipedia.org/wiki/%EC%8D%A9%EB%8D%A9%EB%82%98%EB%AC%B4%EB%85%B8%EB%A6%B0%EC%9E%AC

4~5월 노린재 서너 마리가 보였지만 잡지 않았다.

6월 초 지난주, 감자줄기에 노린재가 너무 많이 매달려 있어서 감자를 캐고 노린재를 텃밭에서 치웠다. 이때는 차마 죽일 수가 없어서 텃밭 가장자리에 두었다.  

감자는 매실나무 아래에서 해를 못 받아선지 굵은 것 1개와 중간 것 2개, 밑이 아직 들지 않은 알들이었다. 엄마가 텃밭에서 자리만 차지한다고 하도 감자를 구박해서 일찍 캤다. 쪄드리니 맛있다며 드신다.

요즘 감자 철이라 그런지 감자가 맛있다. 오늘 산책하다가 감자 한 박스를 사 왔다. 

  

감자에서 떨어진 노린재들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고추나무에 몰려와 있었다. 

고추나무에 줄줄이 사탕처럼 매달린 노린재를 보니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드득 떨어지는 노린재를 잡아 죽였다.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는 가능한 해충이든 익충이든 가능한 죽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노린재는 차마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ㅜㅜ 공존이라는 게 쉽지 않다.

썩덩 나무 노린재였다. 정확한 이름은 처음 알았다. 고추나무에 매달린 사진을 찍었어야 하느라, 급하게 잡느라 사진으로는 남기지 못했다.

대충 잡고, 고추나무 뒷면을 봤더니 역시나 노린재가 잔뜩 알을 가두었다. 

마치 구슬같이 촘촘히 박혔다.

누군가는 굉장히 징그럽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촘촘히 맺힌 구슬이나 보석처럼 보였다.

물론 여기서 꾸물꾸물 애벌레들이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또 생각해 보면 애벌레들의 움직임이 징그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익숙해지면 하나의 생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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