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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Jul 07. 2021

[그림책 서평] 괜찮을 거야

시드니 스미스 지음, 김지은 옮김 |책읽는곰

http://www.yes24.com/Product/Goods/86017817?OzSrank=1

시드니 스미스는 이 책으로 많은 상을 받았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그림책 역시 시드니 스미스가 그렸다. 두 그림책에는 시드니 스미스의 그림 특징인 강한 선, 먹색 표현이 잘 나타난다. 또한, 이 작가는 물에 반사된 빛의 느낌을 잘 살리기도 한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6788888?OzSrank=1

표지는 버스를 탄 한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는 정면이 아니라 측면을 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우울하고 어두워 보인다. 제목 [괜찮을 거야]는 마치 아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인 것 같다.
면지는 하늘색 바탕에 하얀 물감이 희미하게 묻어 있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무슨 그림인가 했는데, 글을 다 읽고 보니 눈이 내리는 하늘을 그린 그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표제지 그림에서는 버스에서 내려 걷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헌사 내용이 있는 헌사 페이지 그림은 컵에 빨간 나무가 꽂혀 있다. 이 빨간 나무의 결말에도 등장하면서 뒷이야기의 서사를 유추하게 한다.  


헌사 페이지(약표제지)

버스에서 내린 소년은 골목길 이곳저곳을 지나간다. 첫 번째 펼침면에서는 네 개의 프레임으로 비슷한 그림이 보인다. 아이가 창밖으로 보는 모습인데, 아이와 버스 형태는 검은 먹색으로 그림자처럼 그려졌다. 밖은 마치 아웃포커싱 되듯 희미하게 그려졌다. 바깥의 풍경은 네 개의 프레임이 각각 다르다. 버스가 어디론가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아이는 계속 바깥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장면에서 드디어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는 벨을 누르고, 버스에서 내린다. 소년이 도시 한복판에서 내리면서 글에서는 [이 도시에서 작은 몸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안다]고 말한다. 이 글은 소년이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소년은 주위에 있는 성인들의 모습과 대비가 되기도 한다. 사실 뒤에서 알게 되지만 이 말은 소년이 아니라 소년의 고양이에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중의적인 텍스트, 은유를 담은 글이 마음에 든다. 다음 펼침면에서도 낯선 도시에서 헤매는 자신의 모습과 길을 잃어 헤매는 고양이의 모습을 연결하며 전개한다. 

소년이 자신의 말을 좀 들어 보려고 하는 글에 마음이 아팠다. 

산에서 반려견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산을 몇 바퀴 돌고서야 찾았는데, 그때 하늘이 노래졌다. 어처구니없게도 반려견은 내가 잃어버렸던 그 자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소년은 자신의 고양이에게 얘기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 소리를 고양이가 들을 리 없건만 소년은 어둔 골목으로 가지 말라고, 커다란 개가 있는 앞마당 건물로 오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자신이 마치 고양이인 것처럼 뽕나무 덤불 아래에 앉아보기도 하고, 검은호두나무 위로 올라가 본다. 따듯한 바람이 나오는 통풍구에 서 있기도 한다. 소년이 이런 행동은 고양이를 찾고자 하는 소년의 진실된 마음을 알려준다. 소년이 도시에서 내린 이유는 도시부터 소년의 집까지 고양이를 찾기 위한 여정 때문이었다. 소년은 낮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도시를 돌면서 고양이를 찾는 전단지를 붙이며 집으로 돌아온다. 눈이 내리고, 거센 눈바람이 불어도 소년은 고양이를 찾는 전단지를 붙이며, 자신의 고양이가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바란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눈 속 풍경에 서 있는 소년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바로 돌아와도 괜찮다고 말하는 소년의 말에 간절함이 느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가 거리에서 소년을 기다리며 서 있다. 소년과 엄마는 포옹하며, 글에서는 고양이가 괜찮을 거라는 말로 끝이 난다. 


이 그림책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에 있는 것 같다. 빨간 열매인지 꽃인지 알 수 없는 나뭇가지가 있는 눈길 위에 고양이가 발자국이 보인다. 헌사 페이지에 등장했던 꽃이고, 엄마와 포옹하는 장면 뒤에 보이는 꽃이다. 헌사 페이지 그림은 마치 소년의 집 탁자 위에 있는 것 같다. 고양이의 발자국을 통해 고양이가 소년의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고 있을 것만 같다. 아니 어쩌면 이미 도착해서 따듯한 방안에서 소년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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