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영미 Aug 04. 2020

느리게 살아간다는 것

-음식물 쓰레기 퇴비 만들기

제주에 내려온 날, 엄마와 함께 수박을 먹었다. 서울과 달리 제주는 장마가 끝나고 찜통더위다.

엄마는 매일 식사 후 수박을 드신다. 더워서 식욕이 없다고 저녁밥 대신 수박을 먹는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수박 껍질 음식물 쓰레기가 많아졌다.

엄마는 수박 껍질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가 많아졌다고 음식물 쓰레기 비용을 걱정했다. 이런 적은 돈을 아낀다. 대부분 노인들의 삶이 그럴 것이다. 나는 음식물 쓰레기 비용보다는 매일 음식물을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생겨날 초파리가 더 걱정되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사야 하나 생각하는데, 엄마는 주변 노인에게 들었다면서 수박 껍질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도 된다는 말을 했다. 




엥? 그건 아니지요.

엄마도 곧 그럼 쓰레기봉투를 매일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불현듯 예전에 음식물 쓰레기 퇴비를 만들었던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친구네 집에서 잠시 머물 때 정원에다가  퇴비를 만들었다. 그 친구는 뉴저지에 살았는데, 뒤뜰이 넓어서 냄새나 곤충들의 영향을 덜 받을 것 같아 퇴비를 만들었다. 

수박껍질을 씻고, 얇게 썰어서 2층 베란다에서 말렸다. 

햇볕이 어찌나 강한지  말린 지 하루 만에 수박껍질이 종이처럼 바짝 말랐다. 

 


다음날 수박 껍질과 함께 귤껍질, 알로에, 양파 껍질까지 말릴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말렸다.

이번에는 양이 많아선지 전날보다 마르는 속도가 조금 더뎠다.  

물로 씻었는데도 단내가 남아 있는지 흰점박이 꽃무지 풍뎅이랑 날파리들이 날아왔다. 

어제, 오늘 심심할 때마다 2층 베란다로 올라간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말랐는지 구경하고 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제 슬슬 EM을 준비해야겠다.


제주에 내려오면 여유가 생긴다. 대단한 환경운동은 아니지만, 환경적인 삶을 조금씩 실천하며 살 수 있어서 좋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환경적으로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래전 [슬로 라이프] 책을 읽으며 느린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책 중 하나다. 중간에 절판이 돼서 아쉬웠는데, 다시 개정판이 나왔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64196951?OzSrank=3


작가의 이전글 노년의 삶을 생각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