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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Jul 20. 2021

[책정리]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조안 엘리자베스 록 지음/ 조응주 역/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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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 속에 깃든 신의 목소리

모기
대부분의 모기 종은 알을 낳기 위해 피를 필요로 한다. 피에 대한 모기의 집착은 알을 낳아 종을 번식시키려는 본능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기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우리는 우리 문화가 만들어낸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인간과 모기의 관계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너무나도 절실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대로 된 정보는 또한 적개심 없는 상상력을 키워 모기를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우선 모기의 장점을 생각해보자. 다른 날벌레와 마찬가지로 모기도 화분 매개 역할을 한다. 북극지방의 습지에서 자라는 난초는 씨를 퍼트리기 위해 전적으로 모기에 의존한다. 모기 연구학자 루이스 닐슨은 모기가 야생화의 씨를 퍼트리는 일에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닐슨은 모기의 몸에 서른 종이 넘는 꽃가루가 묻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식물마다 열 종에서 많게는 서른 종의 동물을 먹여 살리기 때문에 식물의 수분을 돕는 곤충을 제거하면 식물뿐만 아니라 식물에 의존하는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까지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렇듯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모기를 생각하면 항상 피를 빨아먹는 습성을 먼저 떠올리지만, 모기가 날아다니고 생존하는 데 필요한 주식은 식물성 당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모기는 과즙, 화밀, 수액 등만 먹는다.
모기는 광각, 복합 현미경 같은 눈 때문에 사방을 동시에 볼 수 있고, 더듬이 밑에 달린 조그마한 귀 덕분에 청각도 뛰어나다. 아무리 캄캄한 밤에도 우리를 찾아내는 것은 우리가 내쉬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할 수 있는 예민한 신경체계 덕분이다. 모기가 가까이 있음을 알리는 앵앵거리는 소리는 초당 6백 번이라는 놀라운 속도의 날갯짓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모기는 또한 인간의 피부가 내뿜는 화학물질로 우리를 찾아내는데, 우리의 식성에 따라 이 화학물질의 성분이 달라진다. 모기를 끄는 성분 중 하나인 옥타놀은 소의 입김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소가 먹은 풀이 위장에서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파생된 이론에 따르면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은 옥타놀을 과다 생산해서 모기에게 더 많이 물린다.
이 이론이 맞다면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늘을 많이 먹는 것으로 모기를 퇴치할 수 있다. 이는 탄자니아 원주민이 애용하는 전략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땀으로 배출되는 마늘 성분은(다른 종은 퇴치하지 않더라도)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모기를 퇴치하는 데 특효가 있다.

전염병을 걸릴 위험을 줄이는 장기적 전략은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질병의 근원은 다른 종들의 상호작용 단절, 지형 변화 같은 인간이 초래한 상황에 있다. 실제로 모기나 진드기 같이 병독을 옮기는 흡혈 곤충은 균형이 깨진 환경에서 가장 많이 번성한다. 따라서 자연의 생태계를 보존하고 건강하게 유지하기만 하면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드기가 옮기는 라임병의 경우, 작은 포유류가 많이 사는 곳에서는 발병률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리고 진드기의 먹이가 되는 도마뱀은 진드기 안에 있는 라임병균을 중화시켜 무력하게 만든다. 우리는 다른 종들의 상호작용이 인간을 질병에서 보호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나비
1998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차바드 아카데미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유태인 대학살에 대해 가르치면서 사용할 시각 자료를 찾다가 '나비 프로젝트'고안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종이 나비를 보고 희생자의 규모를 피부로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일 년 만에 무려 1,200만 개의 종이 나비를 만들어 전시한 나비 프로젝트는 대학살 때 목숨을 잃은 유태인 어린이들의 영혼을 기렸다.
2001년 봄, 같은 단체에서 이번에는 '추모와 선행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번에도 백만 개가 넘는 종이 나비를 만들어 만들어 유태인 대학살을 비롯한 숱한 대량학살로 스러져간 어린 영혼을 추모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린이는 저마다 만든 종이 나비 뒤에 착한 일을 하나씩 적었다. 세상을 떠난 아이가 미처 할 수 없었던 착한 일을 자기가 대신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뉴욕과 워싱턴에서 테러 참사가 발생했던 2001년 8월 11일에도 나비 치유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나비 애호가 마릴린 마노스존가 발기한 이번 프로젝트의 목포는 희생자가 넋을 기리고 종이 나비를 만드는 사소한 일도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를 나비 효과라고 한다. 기상학자 발견한 나비효과는 영화 <쥬라기공원>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나비효과는 나비의 날갯짓이 기류에 미세한 변화를 일으켜 바람을 일으키는데, 홍콩에 있는 나비 한 마리가 일으킨 바람이 멀리 떨어져 있는 보스턴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해수면의 미세한 온도 변화 때문에 열대성 태풍이 거대한 허리케인으로 바뀌는 현상과 같은 이치이다. 한마디로 동적 시스템에서는 사소한 변화가 엄청난 변화를 불러온다.
양자론은 외면상 분리된 현상들도 온전한 총체성으로 연결된다는 논리로 나비효과를 설명한다. 이는 영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이 말한 '상호 연관의 질서',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질서다. 이는 또한 토착민족이 늘 의식해온, 눈에 보이지 않는 영의 세계다. 아무리 사소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양자론이 말하는 온전한 총체성에서 비롯된 것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연관성이 장소나 방식에 상상을 초월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바퀴벌레
몇 종의 바퀴벌레가 쓰레기나 하수구 속에서 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퀴벌레가 더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바퀴벌레는 의외로 깨끗한 습성을 지닌 곤충이다. 바퀴벌레도 고양이처럼 제 몸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핥는다. 그리고 인간과 접촉한 후에는 더욱 격렬하게 몸을 핥는다.
바퀴벌레는 동절기 알레르기와 천식을 일으키는 주범이 아니다. 바퀴벌레 외골격의 성분 중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만한 성분의 비중은 2~3%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신문기사에서 말한 대로 알레르기의 주범이라고 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브라질에서는 또한 바퀴벌레에서 나온 성분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바로 동종요법(환자의 증상을 억제하거나 반대되는 작용을 유발시키는 서양 의학의 치료법과는 반대로 환자의 병세와 비슷한 증상을 유발시키는 자연약품을 환자에게 복용시켜 자가면역력을 활성화하게 하여 스스로 치유하도록 유도하는 방버)의 전제를 기반으로 한 연구다. 바퀴벌레는 끈질긴 천식이나 알레르기, 또 다른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미 오래전부터 동종요법 치료에 사용되어 왔다. 따라서 바퀴벌레와 알레르기의 상관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바퀴벌레가 알레르기에 대한 '처방전'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바퀴벌레와 같은 벌레나 곤충을 무서워하는 것은 학습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동들을 교육할 때, 교사들이 벌레나 곤충을 무서워하고 혐오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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