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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Jul 23. 2021

[그림책 서평] 알도

존 버닝햄 지음  / 시공주니어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3704?OzSrank=1

존 버닝햄의 알도를 처음 보았을 때, 이 그림책 역시 존 버닝햄의 다른 그림책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존 버닝햄은 영국 최고의 그림책 작가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이 사랑받는 작가이다. [지각대장 존], [셜리 시리즈],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와 같이 그의 작품에는 동일한 특징인 현실과 환상 배경이 공존하고, 성인과 아이의 상반된 세계를 자주 보여준다. 이 작품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존 버닝햄의 그림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그림에는 여백이 많고, 선과 색이 가늘고 약해 보인다. 달리 보면 맑은 수채화톤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색이 더 강하고 풍부한 그림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 작가가 작품에 담는 주제 의식은 좋다. 작가는 현대 사회 속 성인과 아동의 단절된 관계와 소통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동은 어른과 달리 사유가 자유로워서 사고가 경직되고 규율화된 어른들과의 갈등을 겪지만 그림책 결말에서는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이 그림책 속 소녀에게도 판타지 친구인 [알도]가 위로를 주듯 말이다. 

표지는 어둡게 그려져 있다. 어쩌면 소녀의 환경이 우울하고, 힘들지만 알도와 함께하는 소녀는 밝아 보인다. 아마 그렇게 느끼는 것은 소녀의 옷 색깔 때문이다. 소녀의 옷은 밝은 노란색이다. 어둔 배경은 성인과의 문제일 수도 있고, 그녀를 둘러싼 다른 문제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 어린 시절에도 알도와 같은 존재가 있었나, 다른 이들에게는 어떠한 가였다. 그리고 알도와 같은 친구가 필요한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자기와 대화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자기와 대화하는 것을 ‘제2의 자아’와 대화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서 이러한 행위가 자주 보이는데, 아이들이 불안하거나, 외롭거나 긴장할 때 보이지 않는 친구를 만들어 제2의 자기와 대화한다고 한다.  주인공 소녀 역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엄마와 놀이터도 가고, 음식점에 갈 때는 무척 신이 난다고 하지만 다시 혼자가 되면 외로워 보인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놀이터에 가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 못한다. 음식점에서도 음식보다는 다른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다. 어쩌면 소녀는 친구를 만들기 어려운 아직 사회화가 어려운 대상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소녀를 도와줄 엄마의 모습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괴롭히는 일을 당한다. 다행히 알도가 등장한다. 


알도는 주인공 소녀가 힘들 때 나타나는 비밀친구다.  알도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때 등장해서 소녀를 돕는다.  이런 비밀 친구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소녀가 가진 아픔에 공감이 된다.  소녀는 늘 무표정인데, 알도와 있을 때만 미소를 짓는다. 그만큼 알도와 함께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소녀의 비밀친구, 소녀가 힘들 때마다 도와주는 알도는 주인공 소녀가 아닐까? 소녀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거라며 알도 얘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게 아닐지. 그림 속, 알도와 함께하는 판타지 장면에서는 다른 대상이 그려지지 않는다.  들판, 하늘, 놀이터, 물 모습이 마치 그녀의 상상 속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소녀는 이 판타지 공간에서 알도를 통해 위로를 받는 것 같다. 

그림의 배경색은 특정 장면에만 들어가 있다. 바로 알도와 함께 놀이하는 장소에 강하게 들어가 있다. 배경 공간은 들판, 줄타기를 하는 마을 위 허공, 스케이트를 타는 들판, 그네를 타는 놀이터이다. 노란색 배경이 두 번 들어가고 검은색 계열의 색이다. 이 두 색은 소녀를 둘러싼 다양한 배경처럼 보인다. 소녀를 힘들게 하는 인물이나 사건들처럼. 하지만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알도와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알도와 함께하는 행위들을 보면, 들판에서 손을 잡고 뛰어놀거나, 촛불을 들고 줄타기,  빙판에서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탄다. 그네를 타는 소녀를 알도가 밀어주기도 한다. 이런 행동들은 소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반드시 친구가 있어야 한다. 친구와 손을 잡고 뛰고, 함께 스케이트를 타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모험을 떠나고픈 소녀의 마음이 담긴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곳의 배경색이 밝은 노란색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소녀의 모습에는 환한 웃음이 보인다. 희망적인 결말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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