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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Sep 15. 2021

태풍이 지나기 전

[일본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태풍이 온다고 어제부터 비가 많이 내리더니, 오늘은 바람이 세차게 분다.

어릴 적부터 태풍이 불기 전 스산한 바람이 좋았다. 바람의 결이 평소보다 더 거칠지만 바람 냄새가 좋다.

20대에는 스산한 바람이 불면 소설 속 [태풍이 부는 언덕]의 집 풍경이 그려졌고, 오즈의 마법사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오늘은 일본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가 떠올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다. 


좋아하는 감독인데,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그리고 연출 기법 등이 나의 정서와 잘 맞는다. 작품을 거의 다 본 것 같다.

일본 영화 마니아는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잔잔한 드라마 형식의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그냥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을 다룬 영화인데도, 오랫동안 대사와 장면을 곱씹게 한다. 

영화는 감독이 살았던 실제 동네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과 그의 아들은 태풍이 부는 날, 일부러 아파트 놀이터 속 문어 놀이기구에서 하루를 보낸다. 태풍이 어떻게 지나는지 보기 위해서다. 이 장면이 참 인상 깊었다. 태풍을 관찰하는 아버지와 아들, 두렵고 무서운 태풍이지만 그 모습을 관찰하는 둘의 모습과 바람소리가 계속 머릿속에 그려지는 하루다.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2483&videoId=51483

한때 문학상을 수상하고 소설가가 되려고 했던 주인공, 하지만 지금은 글 한 줄도 못 쓰고, 도박을 하고 지내고, 이혼한 전 아내의 일상을 훔쳐보며 일상을 지낸다. 

하루는 아들과 함께 자신의 어머니의 집에서 태풍을 맞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진정한 남자란 누군가의 과거를 용서해야 한다고.

그의 말은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 못했던 그에게, 그리고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의 아들에게만 건네는 말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진정한 어른이란 누군가의 과거를 용서해야 하는 게 아닐까.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 

https://youtu.be/0H3nPBIOc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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