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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Sep 16. 2021

용머리, 용두암

- 달려라, 요망지게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용머리-용두암은 이렇게 폭풍이 치는 날 가서 봐야 제맛이다.

어린 시절, 비바람이 치는 날, 용머리에 가서 자주 구경을 했다.

어릴 때는 태풍이 불어도 이렇게 돌아다닌 걸 생각하면, 그때는 정말 안전불감증이었는지 모른다.

태풍에 몸이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그때 당시는 용머리의 윗머리 부분이 모두 있었던 때다, 지금은 바람에 윗머리가 부서져 날아갔다. 

용머리 형상이 온전한 과거에는 지금의 용머리보다 훨씬 더 위엄이 있었다. 

나이를 먹어선지 태풍이 분다니 집에서 꼼짝하지 않게 된다.

이 난리에도 비행기가 한두 편 뜨는지 비행기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집에서 밀린 책이나 읽어야겠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52XXXX228853

https://cafe.daum.net/a0064/DELU/4571?q=%EC%A0%9C%EC%A3%BC+%EC%9A%A9%EB%91%90%EC%95%94&re=1


이 이야기를 청소년 소설 [달려라, 요망지게]에 넣었다.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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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 마지막 일요일, 우리는 용머리 아래 바위 사이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3월이 다가오자 날이 제법 따뜻 해졌다. 바닷바람도 봄처럼 순해졌다. 용머리에는 벌써 관광객이 가득 차 있었다. 그중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아 보였다. 

용머리는 한라산에 화산이 폭발할 때 굳어진 기암으로 모양 이 마치 용의 머리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용담동 사람들은 용머리라고 부르고, 관광 온 사람들은 용두암이라고 불렀다. 관광객들은 용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해녀들에게 바다에 서 잡은 해삼과 멍게 등을 샀다.   

“올라가지 말라는 표시가 있는데도 기어이 올라간당.”

진영이 혀를 차며 한 소리 했다. 용머리에 바짝 올라가 사진 찍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다 큰 어른들이 올라 간 모습에 기분이 상했다. 저렇게 올라가다간 언젠간 용머리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저 용머리마저 없다면 이곳은 얼마나 초라한 바다였을까? 관광객들에게는 비록 용머리가 그냥 돌일 뿐이지만 용담동에 사 는 우리에게는 돌이 아닌 신비한 ‘용’이기도 했다. 

“태풍 부는 날 와야 진짜 멋있는데.”

미란의 말처럼 용머리는 태풍이 몰아치는 날 봐야 제맛이다. 삼킬 것 같은 커다란 파도가 용머리에 부딪칠 때마다 용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용솟음치는 용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관광객이 태풍이 몰아치는 날 이곳에 오겠는가? 그러니 관광객은 전설의 용두암을 느끼고 갈 수 없다. 그냥 돌을 보는 것뿐이다. 그래서 다들 불로장생의 약초를 캐러 와서 한라산 산신이 쏜 날카로운 화살에 맞아 죽은 용이 용머리가 되었다는 전설에 코웃음을 친다. 

“본 적 이서(있어)?”

태풍이 부는 날 온 적이 있느냐는 연희에 물음에 우리는 놀 라 동시에 되물었다. 

“어서(없어)?”

설마 한 번도? 용담동에 사는 아이라면 밥 먹듯이 오는 곳이 용머리다. 어쩌면 연희의 집이 이곳과 멀어 비바람이 치는 날 오 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연희는 용담 일동으로 우리와 조금 멀리 살고 있다. 그래도 용담동 아이라면 비바람 속에 와서 봐야 했다.   

용담동, 용머리, 용연, 우리가 사는 곳에는 용에 관한 지명과 전설들이 많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용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 된다.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5794319&tab=introduction&DA=LB2&q=%EB%8B%AC%EB%A0%A4%EB%9D%BC%20%EC%9A%94%EB%A7%9D%EC%A7%80%EA%B2%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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