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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Sep 29. 2021

[책 이야기] 미륵사의 보배

-곽영미 지음,책고래

어제 신문기사를 보다 보니 익산 미륵사지 관련 기사가 있어서 읽게 되었다. 


익산 미륵사지 미디어아트쇼, 야간 관광명소 '부상' | 다음뉴스 - https://news.v.daum.net/v/20210927160538887


익산 미륵사지는 나와도 참 인연이 많은 곳이다. 오래전 전통문화를 공부한 적이 있는데, 그때 미륵사지 석탑 해체하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미륵사지를 여러 차례 방문하고, 자료를 뒤적이다가 쓰게 된 책이 바로 [미륵사의 보배]이다.

쓰는 동안에도 혼자 미륵사를 여러 차례 방문하고, 미륵사 주변 동네를 구경 다니며 주인공들을 설정하고, 그렸다. 그 뒤 백제와 관련 자료를 찾아 의식주, 생활문화를 알아보고, 박물관에 전시된 금정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해 이야기를 만들고 수정해서 완성한 책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미륵사에 있는 돌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석탑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이다.  첨단 장비가 없던 시절, 석탑을 쌓느라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생을 했을지,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석탑을 쌓았는지 궁금했다. 나는 이 이야기에 소망이라는 주제를 넣었다. 석탑을 쌓는 과정이 단순히 힘든 노동이 아니라 그들의 소망이 들어있었을 것 같았다. 당시 백제 사회에서 유행했던 미륵의 이야기를 같이 넣었다. 

[미륵사의 보배]는 미륵사지 석탑이 세워질 무렵을 배경으로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두 아이, 석이와 비치부의 이야기이다. 부모를 잃고 아픈 동생을 보살피며 힘겹게 살아가는 석이와 백제에서 가장 높은 귀족 집안의 아들이지만 병약한 몸 때문에 늘 집에만 갇혀 지내는 비치부가 주인공으로 그들이 원하는 세상, 소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

"그리고 이깟 구슬 하나 보시한다고 미륵님이 내 소원을 들어주겠어? 내 소원은 금은보화를 가득 갖는 것인데."

'보배가 있어도 보시할 수 없는 세상인데, 미륵이 내려온다고 세상이 화평해질끼? 화평해진다고 해도 우리가 귀족과 같아질 수 있을까? 정말 그런 세상이 오는 것일까?'

석이는 가여운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러웠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생각이다.


"들녘이 참 아름답구나!" 

'도련님이 지금까지 힘든 일을 해 보지 않았으니 몸이 고된 것을 알 수 없겠지!'

"너는 매일 보는 들녘이지만 나는....."

비치부가 말을 잇지 못했다. 들녘을 바라보는 비치부의 눈가에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순간 석이는 가슴이 뜨끔했다. 비치부가 집에 갇혀 있다는 것이 떠오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보배가 무엇이냐?"

"보배가 무엇이긴요, 귀중한 보물이지요."

"그래, 귀중한 보물이지. 그럼 그 귀중한 보물은 누구에게 귀중한 것이냐? 너냐 미륵이냐?"

석이는 생각에 잠겼다. 여태껏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 도련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비치부는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보았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내 마음이다. 온전한 내 마음. 만약 내가 사리봉안식에 보시를 할 수 있다면 나는 내 온전한 마음을 보시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리봉안식에 갈 수는 없겠지."

'마음이라고? 온전한 마음을 보시하겠다고?'


중략


"석아, 보시를 하려는 네 마음은 잘 알지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단다. 만약 미륵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미륵이 이 세상에 오지 않는다면 미륵이 아닌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지. 화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미륵이 오는 것이라면, 오지 않는 미륵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화평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화평한 세상, 평등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쓰고, 촛불을 들었는데, 요즘 정치 기사를 보자면, 참 서글퍼진다. 누군가 사람은 거기서 거기다라고 말하던데, 그 말이 와닿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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