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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Dec 06. 2021

[그림책 서평] 부엉이와 보름달  

- 제인 욜런 글, 죈 쇤헤르 그림, 시공주니어

오랜만에 그림책 서평을 쓴다.

대학, 도서관 강의들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 이제부터 다시 서평 쓰기와 책 정리를 시작해야겠다.

강의 준비와 게으름으로 서평과 책 정리를 계속 미뤘다. 


그림책 [부엉이와 보름달]은 늦은 밤, 부엉이를 보러 가는 아빠와 아이의 이야기이다. 한밤중에 숲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꿈속처럼 고요한 숲을 만난 적이 있는가. 나는 성인과 아동 모두 한밤중에 자연을 만나는 경험을 꼭 한 번은 해보길 바란다. 한밤중 숲은 대낮의 숲과는 색다른 경험과 감동을 전달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한밤중에도 노는 일이 잦았다. 더위가 한창이 한여름에 더위를 피해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반딧불이를 잡기도 했고, 동네 아이들과 작정을 하고 어두운 숲에 들어가서 귀신놀이를 하기도 했다. 한밤중 숲에는 곤충들의 세상이며, 어둠과 들려오는 소리와 불빛, 움직임으로 색다른 감각을 깨운다. 


그림책 표지는 앞과 뒤가 연결된 그림으로 숲이 그려져 있고, 언덕을 내려가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려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며, 그 뒤로 노란 보름달이 떠 있다. 제목 서체는 마치 부엉이의 귀깃을 연상하듯 세로획을 디자인했다. 배경 색은 흰색과 옅은 파랑을 쓰고 있는데, 눈 쌓인 숲과 하늘의 모습을 동일한 색상으로 칠했다. 흰색과 옅은 파랑이 적절히 섞여서 차갑지 않고 따듯한 느낌이 든다. 색면지를 지나 표제지에는 목도리, 장갑, 빵모자, 장갑을 신고 문밖으로 나서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문밖에는 흰 눈이 쌓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이는 모습으로 보여서 한 겨울임을 알 수 있다. 헌사 페이지에는 저자 글의 보이고 부엉이가 오른쪽 방향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헌사 내용을 보면 두 저자 모두 그림책 이야기처럼 부엉이를 구경한 경험이 있는 것 같다. 모두  잠든 시간, 한밤중,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아빠와 소녀는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털모자를 뒤집어썼지만, 추위가 만만치 않다. 집 가까이에서는 기적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만, 점점 숲 안으로 들어 갈수록 소리들이 잦아들고, 꿈속처럼 고요해진다. 본문 첫 번째 펼침면부터 네 번째 펼침면까지의 그림은 원경에서 점점 근경으로 줌-인된다. 


부엉이는 밤에 활동하는 새다. 하지만 모든 부엉이들이 밤에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쇠부엉이처럼 몇몇 종은 다른 부엉이와는 달리 낮에 활동한다. 밤에 활동하는 새로는 올빼미도 있다. 부엉이와 올빼미는 비슷한 것 같지만 서로 다르게 생겼다. 머리가 ㅂ처럼 생긴 새는 부엉이인데, 머리 위에 뾰족하게 나온 귀깃이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ㅇ처럼 생긴 새는 올빼미이다. 부엉이와 다르게 귀깃이 없어서 머리가 마치 동그랗게 보인다. 하지만 부엉이 역시 새끼 때는 귀깃이 없어서 새끼 때에는 머리로 구분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 있는 부엉이 종류로는 수리부엉이, 솔부엉이 등이 있다.       

깊은 숲으로 들어간 아빠와 소녀는 적당한 장소에서 부엉이를 부른다. 

부우우우우우엉-부우우우우우엉.”

부엉이를 부르고 기다려보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소녀는 실망하지 않는다. 오빠들이 이미 부엉이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소녀의 오빠들은 이미 이런 밤을 보냈고, 오늘이 소녀의 차례인 것이다. 깊은 숲으로 이동하는 그들, 소녀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숲의 풍경과 조우한다. 어둠 속의 숲에선 무언가가 숨어 있을 것 같아 두렵기는 하지만 소녀는 용기를 낸다. 부엉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떠한 소리도 내서는 안 되고, 추위와 두려움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달빛은 빈터 한가운데로 고스란히 쏟아졌습니다달빛 아래서 눈은아침마다 먹는 우유보다 더 하얬습니다.]

IT 회사에서 일했을 때, 늘 자정이 넘어서 택시를 타고 퇴근을 한 적이 많았다. 당시에는 일이 너무 재밌어서 힘든 줄도 몰랐다. 하지만 온종일 사무실에서 컴퓨터만을 바라보아선지 퇴근 후에는 동네에 있는 대학 내 나무와 숲을 바라보고 싶었다. 숲과 나무를 찬찬히 살피고 있으면 스트레스와 피곤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무 아래 벤치에서 깜빡 잠이 들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무서움이 없었다. 대학가라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이 있었기도 했고, 나무 아래에서 내가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벤치 자리에는 사시나무가 있는 곳이었는데, 사시나무 나뭇잎은 잎자루가 길고, 뒷면의 흰빛이 있어서 늦은 밤 달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이 책 속 눈처럼 빛나고 아름다웠다. 당시 사시나무 나뭇잎의 반짝임이 마치 달빛이 부서지는 것 같았는데, 어떤 보석의 반짝거림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빠와 소녀는 다시 소리 내어 부엉이를 부른다. 부엉이가 화답해 주기를 고대하며. 

부우우우우우엉-부우우우우우엉.

  부우우우우우엉-부우우우우우엉.”

드디어, 아빠의 소리에 부엉이 소리가 들려온다. 소녀는 아빠가 미소 짓는 것을 보게 된다. 아마 아빠는 소녀에게 부엉이 소리를 들려주게 된 것이 기뻤을 것이다. 그 뒤 아빠와 부엉이는 계속 소리 내고, 메아리치듯 울음을 주고받는다. 

[저녁은 먹었니, 오늘 숲에는 별일 없니, 보름달이 아름답지 않니, 날씨가 참 춥구나.]

소녀는 부엉이와 아빠가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숲에서 부엉이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은가? 나는 글과 같은 물음을 묻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밥은 먹었니? 오늘 하루 어땠니? 보름달이 참 예쁘구나 등등.

다음 이야기에서는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부엉이와 조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부엉이가 날아와서 내려앉는 장면은 두 펼침면으로 그려졌는데, 처음에는 로우-앵글로 그려져서 아래에서 소녀와 아빠가 날아오는 부엉이를 바라보는 모습, 다음 장면에서는 부엉이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어서 불빛에 비춘 부엉이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글에서는 부엉이가 나뭇가지에 내려앉자 아빠는 커다란 손전등으로 부엉이를 비추었다고 알려주며 다음 문장이 이어진다.

[일 분삼 분어쩌면 백 분이었는지 모릅니다부엉이와 우리는 서로 바라보았습니다.]

소녀가 부엉이와 조우한 시간은 몇 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백 분이 될 수도 있다. 벅찬 감동으로 찰나의 순간이지만 오랫동안 소녀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숲에서 일할 때, 아침 일찍, 족제비와 눈이 마주친 일이 있었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달려오던 족제비와 나는 눈앞에서 멈춰서 이 글처럼 일 분, 삼 분……백 분일지도 모르는 눈 맞춤을 했다. 당시 놀란 나처럼 족제비 역시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던 기억이 또렷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상하게 굉장히 오랜 시간 눈을 맞추었다고 생각되었다.      

소녀와 아빠는 부엉이가 날아간 다음 숲으로 내려온다. 소녀는 이제 말을 해도 되고, 크게 웃어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소리 없는 그림자가 되어서 내려온다. 본문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빠가 소녀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뒷모습이 그려진다. 글에서는 부엉이 구경을 가서는 말할 필요도 없고, 따듯할 필요도 없고, 소망만 있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소녀는 부엉이를 만나는 일에서 성장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소녀는 침묵과 기다림의 힘을 알게 된 것이다. 

이 그림책에서는 앵글을 다양하게 쓰고 있다. 아래에서 위로 하이-앵글로, 위에서 아래로 로우-앵글로, 사선 구도인 사각 앵글로 숲의 모습과 부엉이가 나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또 토끼, 생쥐, 새 등과 같이 깊은 밤 숲에서 움직이고 잠을 자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도 숨겨둔 듯 그려져 있어서 동물들의 그림을 찾는 재미도 있다.


나와 아버지의 추억은 그리 많지 않은데, 어린 시절 낚시를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바다에 낚시를 간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는 장어를 잡곤 했는데, 불빛을 비출 손이 하나 더 필요해서 어린 나를 데려가곤 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나는 불빛에 춤추듯 모여드는 장어들의 모습에 이끌려 졸린 눈을 비비며 따라나서곤 했다. 아버지에게는 그 시간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했기에 더 큰 의미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이 그림책 속 소녀에게도 그렇지 않았을까. 아빠와 함께 보름달이 뜬 날, 부엉이를 보러 간 일은 아마 소녀의 삶에서 큰 의미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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