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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Dec 18. 2021

[책 정리] 낯선 그림책 읽기의 세계

- 유영호 지음 / 학교도서관저널

여름에 읽고 다시 읽고, 정리하려든 책 중 하나이다. 20년 동안 아이들과 독서교육을 한 저자가 아이들의 솔직한 그림책 감상과 자신들만의 그림책 읽기가 담겨 있다. 

그림책은 아동과 성인, 이중독자를 가진 책이다. 성인이 좋아하는 책과 아동이 좋아하는 책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겠다. 물론 좋은 책은 성인, 아동 모두가 좋아하는 책이겠지만. 내 경우 확실히 아동이 좋아하는 그림책보다는 내가 좋은, 성인의 입장에서 좋은 그림책을 선호하는 것 같다.

아동들과 그림책 수업을 해 보면 확실히 나와 아동들의 취향이 다름을 느낀다. 이 책을 그런 아동들의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맞아, 아이들의 반응이 이랬지 라고 생각하며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내가 만난 아이들과는 다른 해석을 하는 것들도 보여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1장에서는 그림책을 읽는 다양한 시선이라는 목차와 함께,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그림책의 세계, 아이에게 맞는 그림책 선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림책은 정말 다양하다. 

어제 대학원에서 그림책 전공을 하는 후배들과 스터디를 시작했다. 3시간 넘게 스터디를 하면서 특정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여러 그림책들을 찾아보았는데, 정말 너무나 많은 그림책들이 있어서 당황할 정도였다. 많은 그림책 중 내가 읽은 그림책은 몇 퍼센트가 될까? 내가 읽어도 제대로 읽지 못한 그림책이 더 많을 테니, 과연 제대로 읽은 그림책은 얼마나 될까 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매년 그림책이 나오는 양을 보면, 죽을 때까지 그림책 20-30%로 읽지 못할 것 같다. 아니 그보다 더 적겠지.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니라고 위로를 해 보며.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

저자는 상징과 은유가 높은 그림책, 구체적인 경험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좋은 책은 아동들에게 좋은 책을 의미한다. 그림책은 다른 매체와 다르게 상징이 많이 담겨 있다. 성인에게도 나는 그림의 상징성이 많이 담긴 그림책을 추천하고, 글과 그림에서 다양한 상징성을 해석하기를 바란다. 내가 한 해석은 타인과 다를 수 있고, 그때그때 변할 수도 있다. 글과 그림에서의 다의적이고, 중의적인 의미는 그림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림책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인생 그림책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나는 언제나 동일하게 답한다. 내 인생 그림책이 여러분의 인생 그림책이 될 수 없다고. 내가 좋은 그림책, 최고의 그림책이라고 생각하는 책은, 내가 사랑하는 그림책이라고. 그러니 당신이 사랑하는 그림책이 당신에게 최고의 그림책이고, 인생 그림책이라고.

사랑하면 그 대상을 오랫동안 자주 들여다보고, 귀히 여기게 된다. 그림책도 마찬가지다. 한 번 보고 좋다가 아니라, 여러 차례 만나면서 좋다, 와아 정말 좋다. 진짜 좋구나. 정말 매력적이구나. 이런 감정들이 반복되면서 그 그림책을 깊이 읽게 되고, 사랑하는 책으로 만들게 된다고 생각한다.


3장 그림책 깊이 읽기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부분에 그림책 [안녕, 나의 등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눈여겨보게 되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등대지기의 삶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참 좋게 보았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 책의 내용에 감동도, 의미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사라져 가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있어야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읽으며, 혹시 나는 아이들과 수업에서 이런 아이들의 사전 지식과 정보, 경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수업을 하는 게 아닐까 돌아보게 했다. 


[그림책에 어른의 목소리가 숨어 있다면] 

그림책에는 어른의 목소리가 숨어 있다. 쓰고 그리는 이들이 대다수 어른이니 어른의 목소리가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하지만 여기서 어른의 목소리는 단순한 성인 작가의 사고, 가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회가 바라보는 권위, 주류, 보편적 가치 등으로 포괄하는 힘의 목소리를 말하고 있다. 

[그림책의 주제나 저자의 의도는 숨어 있는 어른의 목소리로 나타나고, 이는 아이가 볼 때 정상, 주류를 대면하는 어른으로, 자신이 따라야 할 모범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저항이나 전복은 미미한 효과를 빚게 됩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요? 노골적으로 교훈과 가르침, 통제와 협박을 드러내는 책 보다 이런 책들이 낫다고 봐야 할까요? p.259]

나는 다행히 그림책과 여러 문학에는 주류, 정상, 사회의 보편적 가치 등을 포괄한 힘의 목소리가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책들이 많지만 내가 읽은 책들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런 그림책과 문학을 선호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고. 그림책이 굉장히 다양한데, 거기에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 약자, 소수의 가치와 생각들을 많이 엿볼 수 있는 그림책들이 존재한다. 그림책을 읽을 때, 어른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주류, 정상에 따른 힘이 담겨 있는지도 살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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