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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Dec 24. 2021

언니와 만든 크리스마스 마들렌

-마들렌, 초콜릿 쿠키

어제 언니와 함께 크리스마스에 돌릴 쿠키와 마들렌 만들기를 했다.

언니는 코로나로 다니던 직장을 잃고, 1년 반 가까이 쉬고 있다.

쉬는 동안 한식, 양식, 중식, 제과 등을 배우고, 자격증을 땄다.

얼마 전부터 학교에서 특수아동 보조 활동을 몇 시간씩 하고 있는데,

아동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다며, 쿠키와 마들렌을 만들겠다고 했다.

나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서, 함께 만들기로 했다.

언니는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쭉 해서 일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구나를 요즘 느낀다고 했다.  

그림 그리고, 산책하고, 자원봉사를 하면서 다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제 제과를 만들면서 제과가 내 성향과 맞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제과는 모든 재료가 정확하게 맞아야 했다. 젓는 방법까지도.  

나는 음식을 만들 때, 눈대중으로 대충 조미료를 맞추고 새롭게 여러 재료들을 섞는 스타일이라서,

밀가루, 설탕, 버터, 소금 등 재료의 무게를 정확하게 재는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마들렌에는 버터와 설탕이 참 많이 들어가서 진심으로 놀랐다. 그래서 맛있었던 거구나.ㅜㅜ 틀에 버터를 바르고, 내용물을 넣는 작업은 내가 맡아서 했다. 이런 작업은 재밌다. 

언니는 마들렌 뒷면 중앙에 올라온 부분을 배꼽이라고 부르던데, 나는 분화구처럼 보였다. 오븐에 들어 있는 모습이 마치 마들렌 산맥처럼 보이고, 분화구가 하나씩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처음 구운 마들렌은 분화구가 생기지 않았다. 언니는 배꼽, 분화구가 생긴 것이 잘 만들어진 마들렌이라고 말하면서 집착했다. 마들렌 반죽이 많아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 우리 집까지 나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분화구가 없는 마들렌을 가지고 와서 엄마와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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