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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Dec 31. 2021

[책 정리] 긴긴밤

- 루리 / 문학동네

드디어 동네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하늘길방음작은도서관

올해 5월에 준공을 했는데, 사업주체를 놓고, 갈등이 생기더니, 계속 문을 열지 않았다. 

언제 문을 열까 궁금해서, 산책 때마다 확인하곤 했는데, 드디어 문을 열었다.

나는 늘 이사할 때 세 가지 입지조건을 따진다.

30분 이내에 도서관, 재래시장, 숲이나 산이 있는 곳.

서울에 살 때도 늘 이 세 가지 조건이 있는 곳에 살았다.

직장을 다닐 때도 매주 도서관에 다녔기 때문에, 늘 도서관 가까이 집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드디어 10분 이내에 도서관이 생긴 것이다. 

어제는 점심을 먹고, 바로 가 보았다. 

아직 서가가 정리되지 않고, 책들이 많지 않았지만... 곧 정리되겠지.

그림책과 아동문학 코너를 돌고, 숲 관련 책들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책들과 보고 싶은 책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루리 작가의 [긴긴밤]을 보여서 도서관에서 다 읽고 나왔다.

루리 작가는 그림책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를 썼다. 이 책으로는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받고, [긴긴밤]은 문동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작가의 저력이 놀라워서 긴긴밤을 꼭 읽고 싶었는데, 만나서 너무 좋았다.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5589770&tab=introduction&DA=LB2&q=%EA%B8%B4%EA%B8%B4%EB%B0%A4


[긴긴밤]은 생각보다 내용이 짧았다. 또 인상적인 부분은 그림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는데, 그림은 루리 작가가 그렸다. 마지막 장면이 글이 아닌 그림으로 서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기 펭귄이 바다에 도착해서 친구들과 잘 살아가고 있는 결말을 그림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시작에는 코끼리들 사이에서 길러진 코뿔소 노든이 자연으로 돌아가서 가족을 이루고 생활하다가 밀렵꾼에게 가족을 잃고, 동물원으로 가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동물원에서 사는 펭귄 윔보와 치쿠의 이야기가 중간에 나오게 되고, 화자인 '나'는 이야기의 중반이 넘어서 등장한다. 화자인 나가 뒤늦게 나오다 보니, 대체 나는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많아서 열심히 읽게 만들었다.

소중한 사람들과 친구를 잃은 코뿔소 노든이 친구 치쿠의 부탁을 받고, 아기 펭귄을 돌보고, 함께 바다를 찾아가는 [긴긴밤] 안에는 그들의 생과 죽음이,  삶의 무게가 잘 드러나 있다. 


그리하여 나의 가장 첫 번째 기억은 새까만 밤하늘과 빛나는 별들과, 별들만큼이나 반짝이던 코가 뭉퉁한 코뿔소의 눈이었다. 

(중략)

노든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는 듯이 눈을 감고 긴 숨을 내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나는 노든의 말대로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았다. 

(중략)

노든의 말대로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P.80-81


"다른 펭귄들도 노든처럼 나를 알아봐 줄까요?"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든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 김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p.99


나는 사람보다 동물이나 식물이 나오는 글을 좋아한다. 최근 MBTI를 다시 하게 되었는데, 내 성향이 사람보다는 동식물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특성을 보면서 정말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웃음을 터트렸는데... 이 책 역시 나의 취향에 맞았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책의 사건과 사건의 밀도와 감정이 진하지 않았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나는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잘 짜이고, 감정의 밀도가 잘 드러난 글들을 좋아한다. 

어제 한 동화 카페에 가입하면서 최근 읽은 동화책 제목을 쓰라는 칸에 무얼 써야 할지 한참 망설였다. 생각해 보니 하반기에 읽은 동화책이 없었다. 오랜만에 읽은 동화책이라서 그런지 느낌이 새로웠다. 겨울에는 최신 동화들을 좀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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