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크리스마스는 어떤가요?

-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by 곽영미

인디아 데자르댕 글, 파르칼 블랑세 그림, 이정주 옮김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는 2014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을 받은 그림책이다. 글 저자인 인디아 데자르댕은 마지막 페이지에다가 이 이야기가 자신의 할머니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노인들의 삶을 동정이 아닌 공감의 시선으로 담고 싶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인간적인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희망적인 이야기로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인물의 색이나 형태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림체여서인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몇 페이지를 넘기기까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표지

앞표지에는 스노볼을 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리고 제목 위에 크리스마스를 연상하는 은색, 빨간색 종이 보인다. 할머니는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고, 왼손으로 스노볼을 보고 있다. 뒤표지에는 앞표지의 스노볼이 작게 보인다. 스노볼에는 집 한 채가 보이고 흰 눈이 내리고 있다. 할머니의 집이겠구나 생각하며 이야기로 들어가게 된다.

면지는 마치 빨강과 은색의 굵고 얇은 선이 포장지처럼 느껴지도록 선만 그려져 있다. 표제지와 약표제지를 지나 본문이 시작된다.

이 책은 본문이 꽤 긴 그림책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펼침면에는 할머니의 동네 모습과 동네 사람들이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세 번째 펼침면에서 글과 그림이 함께 보인다. 외부에서 보는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집과 내부에서 밖으로 보는 할머니의 대조를 이루며 한 페이지에 그려지고 있다.

다음 장에는 할머니가 온종일 집에서만 보내는 일상을 그림에서 먼저 알려주고 있다. 한쪽면 그림에서 할머니의 집이 나오는데, 낮과 밤을 다른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나는 여기까지 읽고, “어, 그림작가가 센스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본문_펼침면

할머니는 자신의 기억이 장난을 쳐서 이제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기로 결심한다. 할머니가 가족들에게 버림받거나 할머니가 가족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할머니는 스스로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설명한 그림을 보자, 이 그림책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가족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액자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린 부분이 독특하고 눈에 띄었다.


할머니는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면서 자신을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자신의 삶의 일부분이었던 사랑하던 사람들이 떠나갔던 일을 떠올리며 자신의 차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아침, 할머니는 몸이 늙어서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더 이상 외출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본문_펼침면

[집은 괜찮아요. 할머니는 집이 좋아요. 곳곳에 추억이 어려 있고, 익숙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위안이 되고, 조금도 위험하지 않으니까요.]

이 글과 함께 위의 그림이 보인다. 작가가 스노볼 안에 할머니의 집을 그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는가? 아름다운 스노볼 속에 갇힌 할머니의 삶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이 그림을 보면서 그림작가의 놀라운 표현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할머니는 집에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 미용사, 가정부, 간호사가 집으로 와서 자신의 신체를 돌보고, 집 앞 눈과 간단한 심부름은 이웃집 젊은이가 대신해 준다. 그러면서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자칫 넘어져서 죽음에 다다르지 않을지 걱정하며 조심히 움직이며 집 안에서의 삶을 이어간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다다랐다.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저녁이 되어, 할머니는 어느 때처럼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밖에서 쿵! 소리가 나더니, 딩동 소리와 함께 벨이 울렸다.

[할머니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요! 심장이 세차게 쿵쾅거리기 시작했어요. 불길한 생각에 휩싸였어요!]


본문_펼침면

할머니는 저승사자가 자신을 데리러 왔다고 생각하며 두려움에 겁을 낸다. 하지만 그것은 할머니의 착각일 뿐이다. 밖에서 들린 목소리였다. 할머니의 집 앞에는 낯선 자동차가 하나 서 있었고, 그곳에는 부부와 아이 둘이 타고 있었다. 남자는 견인차를 불러야 해서 전화를 쓸 수 있는지 도움을 청했다. 할머니는 그들이 악당 가족일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면서도 남자에게 전화를 쓰도록 허락한다.


그가 나가고 난 뒤, 할머니는 안도하며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온다. 텔레비전을 보던 할머니는 밖에서 그 가족들이 견인차가 오는 동안 차 안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으며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을 발견한다. 하지만 또다시 벨이 울리자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번에는 소변이 급한 여자아이와 엄마가 다시 화장실을 써도 될지 부탁한다. 할머니는 그들이 나쁜 사람일지 또다시 걱정하면서도 화장실을 쓰게 하고, 화장실 사용 후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지루한 영화를 보던 할머니는 급작스레 차에 불이 꺼지고 음악 소리도 끊긴 것을 알아챈다. 할머니는 밖을 지켜보다가 차에 전기가 끊긴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그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문_펼침면

이 장면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되어 있다. 할머니가 따듯한 무언가를 준비해서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다. 그런데 무심하게도 견인차가 도착하여 차를 가져가며 그 가족들은 떠나고 있다. 그들은 전혀 할머니가 나온 것을 보지 못했다. 할머니는 떠나는 그들을 보며 아쉬워하지 않는다. 대신 뜻밖의 큰일에도 크리스마스 즐기는 그들을 보면서 할머니 자신이 무엇을 깨달았는지 알게 된다.



[할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정작 할머니가 두려워한 것은 삶이었어요.]

마지막 페이지의 글이다. 나는 이 마지막 문장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림책 속 할머니의 행동과 삶을 보면서 나 역시 그런 삶을 사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정작 우리는 삶을 사는 데도, 죽음을 두려워해서 “이것은 하지 말아야 해, 이곳은 위험해…….” 등등의 금기 행동을 만들면서 살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금기 행동은 나와 할머니처럼 삶의 많은 부분을 잃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죽음이 두려워서 삶을 오롯이 즐기지 못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오롯이 행복해하지 않는 삶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노후가 안전하고 편안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젊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공부하고, 직장을 얻고 살아가고 있다. 과연 편안한 노후의 삶이 할머니의 삶과 같다면 우린 삶을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사는 건 무엇일까 등등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 그림책은 그림의 디자인적 측면과 프레임, 프레이밍 기법이 잘 된 그림책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구성도 좋다. 다만 그림책 본문 이야기와 그림을 조금 덜어내었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본문 페이지를 조금 더 줄였다면 긴장감이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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