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잡아!

- 당신은 뭘 잡고 계신가요?

by 곽영미

이혜경 글, 강근영 그림의 그림책 [꼭 잡아!]를 만나보자. 이 책은 아이들과 놀이를 하기 딱 좋은 책이다. 책의 제목처럼 이 그림책을 아이들이 잡으면 꼭 잡고 놓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다.


표지

표지를 살펴보자. 초록과 노랑으로 배색된 표지 그림에는 중앙에 나뭇잎 하나와 애벌레 다섯 마리가 나뭇잎을 이불 삼아 덮고 웃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애벌레의 표정들이 하나 같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가? 자, 그럼 이번에는 뒤표지를 살펴보자. 앞표지와 초록의 배경색을 연결하였고, 이번에 아기 애벌레가 혼자 나오고, 자기 머리만 한 크기의 빨갛고 동그란 열매를 쥐고 있다. 나뭇잎 위에는 그 열매들이 많이 쌓여 있다. 제목과 등장인물, 그리고 나뭇잎과 열매를 보고 어떤 이야기일지 유추가 되었는가? 나는 그림책의 표지를 세심히 살피며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면지로 넘어갈 때면 마치 선물 상자를 여는 것 같은 행복이 느껴진다.

면지를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나왔다. 그림이 너무 귀엽지 않은가! 많은 애벌레들이 줄지어 서서 작은 공처럼 보이는 빨간 열매를 앞으로 넘기고 있다. 마치 운동회 장면을 연상시킨다. 누가 먼저 머리 위로 공을 넘기기를 하는 것 같다. 애벌레들의 표정을 살펴보라. 얼마나 기뻐하는 모습인지. 대체 무슨 열매이길래 저리 좋아하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애벌레 머리만 한 크기의 작은 빨간색 열매, 혹시 떠오르는 열매의 이름이 있는가?

면지(앞)

표제지에서는 나뭇잎을 타고 날아가는 애벌레 다섯 마리가 보인다. 이 그림 역시 귀엽고 앙증맞게 그려졌다. 맞다. 이 그림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앙증맞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앙증맞다’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자. 앙증맞다는 작으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추어 아주 깜찍하다는 뜻의 형용사다. 애벌레들의 표정과 모습이 정말 앙증맞지 않은가!

본문 첫 번째부터 세 번째 펼침면까지는 왼쪽 글, 오른쪽 그림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왼쪽 글에는 [영차, 영차] 그림은 초록의 잔디밭에 흙 구멍이 보인다. “영차, 영차!”가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다음 펼침면에서 애벌레 한 마리가 구멍 밖으로 나온다. 세 번째 펼침면에서는 나온 애벌레가 다시 구멍에 머리를 박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여기 손! 꼭 잡아!]라는 글과 함께 보인다. 다음 펼침면부터 그림이 전체로 그려진다. 잔디가 넓게 깔리고, 구멍 속에서 다섯 마리 애벌레가 나와서 좋아한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오른쪽 하단 잔디 위에 나뭇잎이 떨어진다. 이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애벌레들은 가장 긴 나뭇잎 하나를 주워 든다. 그리고 머리 위에 쓴다. 글은 이렇다.

[나뭇잎 우산 만들면 되지. 꼭 잡아!]

본문(펼침면)

글과 그림이 반복된다. 그런데 그림 오른쪽 하단에 물이 고인다. 앞 페이지와 동일하게 오른쪽 하단에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그림으로 알려주고 있다.

애벌레들은 너무 많이 물이 고이자, 잠시 걱정한다. 애벌레들의 표정을 보자. 다섯 마리 모두 한결같이 걱정하는 게 아니다. 아우성치는 애벌레, 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애벌레,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애벌레, 그를 돕는 애벌레 등 표정들이 모두 살아있다. 우리의 걱정과 달리 애벌들은 나뭇잎 배를 만들었다.

[나뭇잎 배 만들면 되지. 됐다 됐어!]


본문(펼침면)

이 그림책의 배경색은 전체적으로 채우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이 장면에서는 전체적으로 깔리고, 인물들이 클로즈업되었다. 나뭇잎이 펼침면 가운데에 놓이고, 그 위에 올라온 애벌레들의 모습이 보인다. 펼침면에 그림을 그릴 때에는 그림이 중앙에 잘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배경색이 전체적으로 채워지지 않아 오히려 애벌레들의 동작과 표정에 집중하게 된다.


갑자기 이번에 큰 바람이 분다. 나뭇잎을 꼭 잡고 애벌레들이 날아간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이 장면에서 다들 눈이 다들 휘둥그레진다. 어쩌지? 걱정이 앞선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안심한다. 애벌레들은 나뭇잎을 다시 낙하산으로 만든다. 그리고 또 오른쪽 하단의 다음 이야기를 알려주는 그림이 먼저 보인다. 빨간 열매가 있는 나무이다.

[우아, 앵두다. 어떻게 가져갈까?]

그 작고 빨간 열매는 앵두였다. 제각각 앵두나무에 매달린 애벌레들은 앵두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한다. 혹시 가져갈 방법이 떠올랐나요? 그렇다. 그들은 나뭇잎을 이번에 보자기로 만들어서 차곡차곡 앵두를 쌓는다. 그러고는 다시 영차-영차 꼭 잡아!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그들이 나왔던 구멍으로 돌아간다.



본문(펼침면)

마치 이 장면이 이야기의 끝인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는 더 남아있다. 흙 속 구멍으로 다시 돌아온 애벌레들은 나뭇잎 식탁에서 냠냠 쩝쩝 꿀꺽 맛있는 앵두를 먹는다. 그러고는 나뭇잎 이불을 꼭 덮고 쿨쿨 잠이 들면서 생각한다.

[내일은 또 뭐 할까?]

본문(펼침면)

이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왼쪽-오른쪽으로 분할된 구성에서 시작해서 펼침면 전체 그림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왼쪽-오른쪽 분할된 구성으로 끝이 난다.

애벌레들이 어디론가 낯선 곳으로 향할 때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이동하고, 되돌아올 때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방향으로 그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책의 많은 그림들이 이런 규칙을 따른다. 여행과 같이 낯선 곳으로 떠날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그리고, 집과 같이 익숙한 곳으로 돌아올 때는 반대 방향으로 그린다.


나뭇잎 하나를 가지고 다양한 놀이를 하는 애벌레들이 너무 앙증맞지 않은가! 이렇게 나뭇잎이 우산도 될 수 있고, 배, 보자기, 식탁, 이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그리고 이렇게 귀여운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숲에 가면 곤충이나 애벌레, 곤충의 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풀잎 뒤에서 비를 피하는 나비와 같은 여러 곤충들을 관찰할 수 있으며, 풀잎 뒤에 수많은 알이 맺혀 있는 모습도 풀잎을 뒤척이면 금방 찾아볼 수 있다. 한 번은 아침 일찍 산책을 하는데, 호박꽃 속에서 잠자는 청개구리와 딱정벌레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멋진 집에서 잔다는 생각 하며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우리 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종은 포유류나 조류가 아닌 바로 곤충이다. 곤충은 지구에서 최초로 날개를 가진 유일한 무리이다. 새들의 날개는 앞다리가 변신한 것이라고 한다. 애벌레는 곤충이 성충이 되기 전 과정이며, 유충에 속한다. 애벌레가 보기에 징그럽다고 생각되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숲에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수분을 매개하는 곤충이 꼭 필요하다. 식물과 곤충은 서로 공생관계를 이룬다. 식물 종마다 꽃의 생김새가 다르고, 꽃피는 시기가 달라서 그에 맞춰서 곤충들이 분화한 것이다. 그러니 숲에서 애벌레를 만나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고, 무서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애벌레 그림을 자주 본다면 애벌레가 사랑스럽지는 않더라도 애벌레에 익숙해지면 좀 덜 무섭지 않을까?


이 책은 아이들의 상상놀이를 자극하며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놀이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상상력을 자극해서 놀이성을 잘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글 때문에 어린아이들에게 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나는 성인이 된 후에 이 책을 보았는데도 어린아이처럼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 이 그림책을 읽을 때에는 보자기를 하나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보자기가 나뭇잎으로 변신해서 재미난 그림책 여행을 데려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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