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번에 만날 그림책은 이기훈의 [양철곰]이다. 양철곰, 표지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양철로 만든 커다란 곰이 주인공이다. 아마도 재활용 쓰레기로 만들어진 형상물처럼 보인다. 앞표지에는 커다란 양철곰이 도시 한가운데에 힘없이 주저앉아있다. 뒤표지에는 상단에 도시 전체의 모습이 보이고, 하단에 두 컷으로 분할된 그림이 보이는데, 새가 도토리를 물고 와서 양철곰 내부에 넣는 모습이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표지를 넘기면 검은색 면지가 나오고, 뒤를 이어 표제지가 나온다. 표제지에는 양철곰 제목과 다양한 건물, 양철곰의 얼굴, 창문 등과 같은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책은 본문으로 들어가기 에필로그처럼 펼침면 두 쪽으로 이야기를 먼저 보여준다. 첫 펼침면에는 오른쪽만 그림이 들어가 있는데, 뒤표지에 보였던 그림이다. 강을 따라 빼곡히 건물들이 올라온 도시가 보이고, 하단에 딱따구리처럼 보이는 새가 양철곰 내부에 도토리를 숨기고 있다. 다음 장면에서는 분할 장면으로 공사가 시작되고, 숲에 사는 양철곰 내부에 집을 짓고 살던 새와 동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오른쪽 페이지에서는 숲이 개발되는 것을 막는 양철곰의 모습과 그런 양철곰과 대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양철곰은 숲을 지키는 신령, 지구의 마지막 허파인 숲과 동물을 지키는 상징물로 나온다.
그리고 다시 약표제지가 등장한다. 약표제지에도 많은 이이야가 등장하는데, 아이가 그린 그림을 스케치북 그림을 통해서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이 그림책의 서사는 본문보다는 여기까지의 내용이 더 많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새들과 다람쥐가 도토리를 양철곰 내부에 모으는 행위가 본문의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고, 얼마나 중요한 행위인지를 알게 한다. 이렇게 주변텍스트를 꼼꼼하게 보지 않고 본문만 읽어서는 안 될 그림책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림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양철곰이 인간에 의해 지키고자 했던 숲에서 쫓겨나게 된다. 지구의 마지막 숲이 개발되고 환경은 최악에 다다른다. 결국 지구의 사람들은 우주에 새로운 별로 이주한다는 내용이다. 이 그림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의 환경 문제를 지나치게 최악의 상황으로 그렸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의 사막화, 온난화의 진행 속도를 지구의 탄생 시기부터 가늠해보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지구가 그림책 이야기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간들은 물이 메말라버리고, 공기가 더럽혀진 황폐화된 지구를 버리고, 우주의 새로운 별로 떠난다. 양철곰과 친구였던 소년은 양철곰에게 함께 지구를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새로운 별에서 양철곰이 아닌 황금곰으로 새롭게 태어나자고 한다.
양철곰의 몸은 몹시 낡고 여기저기 성치 않다. 소년은 양철곰에게 더는 버틸 수가 없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양철곰의 몸 일부에 도토리 씨앗이 남아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양철곰은 도토리 씨앗에 물을 주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몸에 물을 쏟아붇는다. 이미 고장 난 자신의 몸에 물을 쏟아붓는 행위는 죽음으로 치닫는 행동이다. 소년의 만류에도 양철곰은 물을 계속 쏟아붓고, 몸은 조금씩 부서졌고,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소년은 무너진 양철곰의 잔재를 잡고 슬퍼한다.
울음 끝에 잠이 든 소년의 뺨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는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양철곰의 잔재 속에서 토토리가 싹을 틔운다. 칙칙한 어둔 고층 건물 사이에 초록빛 양철곰 형태의 생명이 태어나며 이야기의 희망을 얘기한다.
이 그림책은 글없는 그림책이다. 그렇다 보니 독자들에 따라 이야기를 조금씩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임의 크기를 다양하게 써서 이야기의 서사를 잘 이끌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런 희망을 가지고 살고 있을 것이다. 지구가 황폐해지더라도 누군가가 자신의 삶과 생명을 던져서 히어로가 될 것이고, 아름다운 지구로 되돌릴 거라고. 내가 죽기 전까지는 살만할 거라고. 하지만 이 거대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건 그림책 속 주인공 양철곰 하나일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양철곰 같은 희생을 해야만 되돌릴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이 그림책은 환경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