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괭이밥과 땅 나누기
엄마는 화분이나 화단에 괭이밥이 있는 걸 못 견뎌하신다.
선인장 속에서 괭이밥이 얼마나 예쁜데.
초록잎도 예쁘고, 앙증맞은 노란 꽃도 선인장의 뭉뚱한 형태와 참 잘 어울린다.
사랑초는 화분에 심어두면서도 왜 같은 과(꽃)인데도 괭이밥은 늘 찬밥 취급을 하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엄마는 어김없이 화단에 난 괭이밥 잎줄기를 뚝뚝 끊었다.
"엄마, 그렇게 뽑으면 금방 또 자라. 여기 봐봐. 뿌리가 엄청 길게 자라고, 알뿌리야."
내가 삽으로 흙을 뒤집어 괭이밥 뿌리를 보게 했더니 엄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뿌리가 잘도 길다. 다 뽑아버려."
엄마는 마치 전쟁을 치르는 장수처럼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같이 둬. 같이 보면 예쁘잖아."
엄마는 잠시 나를 쳐다보았다. 말하지 않았지만 엄마의 말이 똑똑히 들리는 듯했다.
[미친 거 아냐?]
엄마는 작년에도 민달팽이가 자꾸 배춧잎을 먹는다고 투덜거리며, 약을 뿌리겠다고 했다.
"그냥 둬. 민달팽이가 얼마나 먹는다고."
"많이 먹어. 다 먹어."
엄마는 민달팽이가 엄청 먹는다고 강조했다.
"민달팽이도 먹고살아야지."
"옴마야~"
엄마는 기가 막힌 듯 나를 쳐다보았다. 이때도 엄마의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저거 미친 거 아냐?^^]
내가 생물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늘어놓자, 엄마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 표정인 입술을 내밀고 비죽거렸다. 나는 엄마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가끔 엄마와 나를 보면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어쨌든 텃밭 주인이 엄마이니 엄마 말에 따라 괭이밥 뿌리를 제거했다.
"전부 뽑아서 바짝 말려."
엄마는 그렇게 당부했지만 난 제법 잎이 올라온 괭이밥만 정리하는 시늉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