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보다 분별

진실과 그 사이

by 방송작가 황초현

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언뜻언뜻 작은 이파리들이 움직인다.


가벼운 바람에 한들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파리들의 행렬.


주체는 바로 개미.


나무꾼이 나무를 해서 지고 걷듯, 잎꾼 개미들이 이파리를 지고 걷는

행진에서 신기한 장면이 목격된다.

힘겹게 끌고 가는 이파리 위에 올라앉은 작은 개미들...!


‘아니! 동료가 힘겹게 입에 물고 가는데 이파리에 올라탄 이 아이들은 뭐지?’

의아해진다.


‘인간세상에나 개미세상에나 뻔뻔한 얌체가 있기 마련이군!’ 싶을 수도 있고

‘놀이공원 기구 타듯이 재미로 태워주는 건가?’ 상상력을 동원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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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원인은

붕붕거리며 나는 파리들이었다.

잎꾼 개미 행렬을 따라 다니는 기생파리들은

개미 몸에 알을 낳으려 하지만 딱딱한 외골격 때문에 어렵다.


때문에, 힘 쓰며 이파리를 나르는 동안 노출되는 잎꾼 개미의 목 부분,

얇은 막 부위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거운 이파리 위에 올라타 마치 동료들은 일하는데 놀고먹는 것처럼 보이는,

심지어 동료를 괴롭히는 거 아닌가 의심까지 하게 하는 이 작은 개미들은,

흔들거리는 이파리 위에 서서 동료의 목을 노리는 파리를 쫒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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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쉽게 판단해선 안 된다는 걸 깨우쳐 주는 장면이다.


눈에 보이는 사실 이면의 어떤 진실은

내가 예상했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저 행동을 보니, 저 사람은 이렇군...하는 식으로

자기도 모르게 판단할 때가 많다.


그러나,

겉으론 안 좋은 사이 같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좋을 사이일 수도 있고

반대로, 굉장히 좋은 사이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위선일 수도 있고

참 차가워 보이는데 속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할 수도,

늘 가벼워 보이는데, 진중한 저력을 지녔을 수도 있다.


그러니

판단은 언제나 주의하고, 보류하고, 마침내는 내려놓는 게 최선!


판단보다 필요한 건,

사실과 진실 그 사이를 알아보는 분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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