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 두부의 역사

구태여 번거롭게 고기 음식을 구할까

by 방송작가 황초현




맷돌에 콩 갈아 눈빛 물이 흐르거든
끓는 솥물 식히려 타는 불을 거둔다.
하얀 비계 엉킨 동이 여니
옥 같은 이것 상머리에 그득하다.
아침저녁 이것이 있어 다행이니
구태여 번거롭게 고기 음식을
구할까



시에서 말하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고려말 조선초의 문신이자 학자인 권근이 예찬한 이것!

불린 콩을 곱게 갈아 끓는 물에 넣어 끓인 다음,
삼베주머니에 짜서 받은 콩물에 간수를 넣고 섞은 뒤,
콩물이 엉기면 두부 틀에 담아 눌러 단단하게 굳힌 것


바로 두붑니다.





고려 후기의 충신인 목은 이색 역시 두부를 소재로 많은 시를 썼습니다.


기름에 부친 두부 썰어 국 끓이고 파 넣으니
향기가 진하다...
이 땅에선 두부를 귀히 여기니
하늘이 백성을 보살피는 것이다.
....
높은 관리들이 두부만 먹으니
쟁반에 채소만 수북하네...


이런 구절들을 보면,
예전엔 아주 귀하고, 인기 좋은 음식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이 펴낸 <전통향토음식용어사전>을 보면

두부된장 장아찌,
두부떡국,
두부새우젓찌개,
두부생채,
두부선,
(두부)양념구이,
(두부)적,
(두부)전골,
(두부)조림...



이렇게 다양한 조리방법들이 보입니다.
두부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생각보다 다양하죠.

윤덕노의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에 따르면

세종 때인 1428년,
사신으로 명나라에 간 공조판서 성달생은
명의 사신으로 조선에 다녀간 적이 있는
백언의 승진소식을 알렸는데,
이유는 그가 조선에서 데려간 찬녀가 만들어 바친 두부가
황제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라는 두부의 역사가 등장하는데요,

몇 년 후, 백언은 다시 황제의 칙서를 들고 조선을 찾았고
두부 잘 만드는 요리사를 뽑아 중국에 파견해달라는 내용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니,
두부 만드는 우리의 기술이 뛰어났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두부와 관련된 유명한 인물 중엔 허난설헌의 아버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허난설헌과 허균의 아버지인 허엽은 조선 광해군 때
강릉지역에 삼척부사로 있었는데,
집 앞의 맛 좋은 샘물로 콩을 가공하고 깨끗한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들게 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만든 두부의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자
자신의 호 ‘초당’을 붙이도록 했고
바로... 요즘도 유명한 ‘초당두부’가 시작됐던 겁니다.


5co20CO0zRb1.jpg?type=w966


6uQxrl52S8D1.jpg?type=w966



그 오랜 역사 덕에
초당마을과 오죽헌 근처에 400년된 두부집도 있다고 하죠.

R760x01.jpg?type=w966


두부 이야기 하다 보니,

강릉에 가서
허난설헌 생가도 둘러보고
신사임당의 오죽헌, 근처에 있는 매월당 김시습 기념관도 둘러보고
무엇보다
초당두부 한 접시 맛보고 싶어집니다.

original_11.png?type=p50_50
slice-the-tofu-597229_1920.jpg 출처:Pixabay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판단보다 분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