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풍경.
꽃밭이다.
어머니가 만드신 꽃밭은 크진 않았지만 옹기종기 다정하게
꽃들이 해마다 피었다.
봄이면 어머니는 마당에 있는 작은 꽃밭에 씨앗을 뿌리셨는데
맨 앞줄 채송화에서부터, 분꽃, 봉숭아, 맨드라미, 나팔꽃....
그리고 맨 뒷줄에는 해바라기와 포도나무가 있었다.
마치 키 순서대로 서 있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아이들처럼....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고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 꽃들에게 졸졸 뿌려주시던 손길엔
사랑이 가득했고,
강아지도 좋아라 마당을 뛰어다니곤 했다.
여름, 아침이면 부지런히 피어나는 나팔꽃을
그저 당연하게 바라보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지런한 손길 덕분에,
작지만 예쁜 꽃밭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었다.
새초롬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가 저녁이면 어김없이 피어나고
때가 되면 새까맣고 단단한 씨앗을 내밀었던
분꽃.
색깔도 다양해 노랑 분홍 진분홍 흰색 혹은 점박이 녀석도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같은 이름을 가진 꽃들도 아롱이다롱이
각각의 개성이 있었다.
꽃이 피고 지는 게 당연하다는 듯 그저 무심코 바라보곤 했으니
작은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모두 소중한 존재인데
참 서운했겠구나... 싶은 마음도 든다.
자그마한 포도나무엔 알이 그리 크진 않지만
재미로 따먹을 만큼의 포도가 매년 열리던 꽃밭.
어머니를 떠올리면 그렇게
꽃밭이 함께 생각난다.
꽃이 다 지고나면 꽃씨를 소중히 담아서 내년을 기약했던
어머니 손길이 문득 그립다.
아파트 생활을 오래 한 지금,
그런 꽃밭을 가꿀 공간도 없고
앞으로는 생길지 모르지만, 겨를도 별로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오래 함께 했던 어머니의 꽃밭은
내 마음 밭 한가운데를 오롯이 차지하고 있다.
그 안에 계속 씨를 뿌리고,
물뿌리개로 물을 주고
포도를 따먹고...
아침이면 나팔꽃이 활짝 웃는 모습을
저녁이면 분꽃이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모습을
나는 계속 볼 것이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따스한 아름다움...
바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