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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황초현 May 05. 2020

결혼해도 괜찮아

두 사람이 함께 빠진 진흙탕,   행복하고 신나는 놀이터로 만들자




그녀가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과묵함에 마음이 끌렸다.    

‘아, 참 겸손한 사람이구나..’ 하고 존경심을 갖게됐고

결국 사랑으로 이어졌지만...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겸손해서라기보다

아는 게 별로 없어 과묵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란다.    

속았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녀가 그녀 자신에게 속았을 뿐,

남편이 그를 속인 건 아니었다.

....    

인문학자이자 여성학자인 박혜란 작가가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담은 <결혼해도 괜찮아>의 한토막이다.    




상대가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콩깍지에 씌웠던 시력이 좋아지면서 장점이 단점으로 보이니,

상대가 아니라, 내가 변한 게 맞다.   

조금 과격한 듯 솔직하게 털어놓다보니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진단다.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꾸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나와 다를 게 없이 지지고 볶는구나-’ 하는 생각에 

위안을 받는 것 같다고 한다.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아도

허점투성이 결혼생활에 대한 공감의 확인만으로도 

답답했던 사람들 마음이 개운해진다는 건

사는 게 누구나 비슷하다는 얘길 거다.  



  

“진흙탕에 여럿이 함께 빠지면 놀이가 되는 것처럼,
두 사람이 함께 빠진 진흙탕,
행복하고 신나는 놀이터로 만들자!”



결혼을 할지 말지 망설이는 젊은이들에게

‘결혼해도 괜찮’다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을 했든 안했든, 하든 안하든,

시간이 오래 흘러 뒤돌아봤을 때, 순간순간 후회가 많았다면, 

지나온  내 인생에 스스로 미안해질 거’라고.    




누군가에게 잘못하는 것도 물론 사과해야할 일이지만,

자기 자신에게 잘못하는 것이 어쩌면

더 돌아보고 어루만지고 사과해야 할 일이다.    


스스로에게 이 말들이 필요한지 돌아봐야 한다.    


-내가 스스로 들볶아서 널 너무 힘들게 했구나.

-순간순간 기뻐할 수 있었는데, 불평이 너무 많았구나.

-그때그때 감사할 수 있었는데, 감사한 게 참 많았는데, 발견을 못했구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할게 바로 너였는데, 외부로만 눈을 돌렸구나.

-미안해. 용서해줘. 고마워. 사랑해.

-우리 이제부터 잘 해보자.    


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면,

지금의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없다.    


‘현재’가 모여 ‘미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이 모습 이대로 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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