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로움
맨 처음 차를 타기 시작하는 어린 시절엔
차멀미가 심한 경우가 많다.
속이 울렁거려서 눈을 꼭 감거나
엎드려 자기도 하고, 창밖 멀리 바라보려 애쓰던 기억도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가속으로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멀미란 말.
탈 것뿐 아니라, 말에도, 일에도, 사람에도
싫증나다, 너무 넘쳐서 부담스럽다, 힘들다..라는 뜻으로도 쓰고,
사이버 멀미나 디지털 멀미
우주비행사들의
우주부적응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우주 멀미란 말도 있으니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
전정기관이나 시각, 근육에서 보내오는 정보가 서로 어긋나
뇌가 어떻게 대응할지 혼란되는 현상이란 뜻을 가진 ‘멀미’는
그래서
동요병, 혹은 가속도병이라고도 부른다.
감각끼리 서로 어긋나는 게 원인이니
눈을 감고 자거나, 멀리 창밖을 보거나
뭔가 다른데 집중하는 게 이겨내고 예방할 수 있는 한 방법...!
결국,
흔들리는 대로 나도 함께 흔들리지 못하고
혼자 곧게 유지하려할 때
멀미가 생기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고집 센 사람, 고정관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동요병에 걸리기 쉽다는 주장에도 수긍이 간다.
영화 <걷기왕> 에선
‘무조건 빠르게!’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선천적 멀미 증후군으로 차를 타지 않고 두 세 시간씩 걸어서 학교에 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우연한 기회에 경보를 시작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세상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다면?
이 또한 대단한 시련이 될 수 있겠다.
그런데 어디 교통 수단뿐이겠는가.
삶에도 멀미가 나지 않으려면
멀리 바라보며,
천천히 혹은 조금 빨리 걷거나,
멈춰서서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도 괜찮겠다.
햇살 가득한 벤치에 길게 누워
모든 걸 잊고
자연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여여로움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