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몇 달에서, 만약 길어진다면 일 년에 가까운 일정을 계획하다 보니 고려해야 할 것이 점점 더 복잡해졌습니다. 항공권과 숙소 그리고 그 시기에 해당 국가에서 일어나는 페스티벌이나 행사 등까지 고려하다 보니 마치 수백 가닥의 거미줄 사이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일 일찍 일어나 여러 노선의 항공편을 검색하고, 그것에 맞춰 숙소를 다시 알아보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냥 가고 싶은 곳을 정해 예약하면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가격 / 안전 / 만족도 / 청결 / 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다 보니 그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돈을 까먹으면서 떠나는 여행이다 보니,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아끼려고 노력했습니다. 경유를 하더라도 더욱 저렴한 항공편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왕복 비행기 편이 저렴한데, 편도로 찾으려다 보니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행인 것은 출발 4개월 전에 검색했기 때문에 그래도 매진으로 인해 항공편 예약을 못하는 케이스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일단 가장 저렴한 항공편을 검색했습니다. 스카이스캐너, 네이버항공, 공동구매, 항공사 이벤트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았습니다. 비교군이 많다 보니 한 개의 노선을 찾을 때도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렸지만, 미리 준비해서 아낄 수 있는 비용으로 실제 해외에 가서 외식이라도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마인드로 계속 저를 갈아 넣었습니다.
저희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위주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결국 유럽, 캐나다, 오세아니아 쪽 중 한 군데를 여행의 시작지로 정해야 했는데, 그중 다양한 문화가 섞인 여러 국가를 경험할 수 있으면서도 가장 이동비용이 저렴한 곳을 찾다 보니 결국 유럽을 제일 먼저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겨울에 출발하기 때문에 오세아니아 쪽 호주나 뉴질랜드를 가볼까도 매우 고민했지만, 비수기인 만큼 항공편이나 숙소도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에 유럽으로 떠나는 것으로 최종 확정했습니다. 유럽에서 캐나다로 넘어가는 항공편이 생각보다 저렴한 것도 큰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주의※ 항공권 예약 꿀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정말 많은 항공편을 검색해 보며 얻은 팁 몇 가지를 잠시 적어보겠습니다.
1) 왕복항공권이 더 저렴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항공편은 기본적으로 왕복권이 훨씬 저렴합니다. 이유를 찾아보니 지방으로 장거리를 뛰는 택시를 생각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만약 돌아오는 항공에 손님이 없다면 그만큼 운영사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비율이 그 국가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율보다 높다면 더욱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대적으로 쌍방향 이동이 많은 루트를 짤 수 있다면 편도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을 갈 때 가장 저렴한 항공권은 중국 국적항공기입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싱가포르를 통해서 유럽으로 들어갈 경우 거의 비슷한 비용으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싱가포르에도 일정 기간 살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저가항공권은 미리 구매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국적기를 타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편하고 안전하지만, 현실적으로 저가항공권을 구매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가항공권의 가격변화를 몇 달 동안 주시한 결과, 생각보다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미리 구매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좁은 저가항공에서 그나마 편하게 갈 수 있는 통로 좌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중에 예약한다고 좌석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가항공사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좌석이 채워지면 가격을 올립니다. 여행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싸게 예약할 수 있는 경우는 해당 노선이 정말 인기가 없는 경우입니다. 또한 이벤트를 노리더라도 경쟁이 심하고 원하는 시간, 노선, 좌석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좌석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3) 경유는 저렴하지만 대행구매는 저렴하지 않습니다
보통 경유하는 비행기는 상대적으로 더 저렴합니다. 직항으로 편하게 갈 수 없기 때문에 제공하는 일종의 메리트인 셈입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항공사를 이용해 경유할 경우 여행사 등을 통해 구매하는 방법이 제시됩니다.(스카이스캐너가 대표적인 경우)
하지만 여행사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 절차가 복잡해져서 오히려 거기에 사용되는 에너지, 시간, 실제 취소 비용 등이 생각보다 더 많이 소모됩니다. 오히려 경유 노선만 확인하고 그 노선대로 각 항공사에 따로 구매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실제 그렇게 구매해도 여행사에서 구매하는 비용과 유사합니다.(이미 저렴한 항공권의 경우, 여행사라고 특별히 많은 할인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4) 거리와 항공권 가격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저가를 검색해 주는 사이트라고 만능은 아닙니다. 쉽게 내비게이션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적의 도로를 검색해 주지만, 반드시 가장 좋은 길을 추천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테네에서 밀라노로 갈 때, 세르비아나 독일 등을 경유한 저렴한 비행기가 많이 추천됩니다.
하지만 두 개의 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편합니다. 추천에 보이지 않는 로마 경유로 별도 검색을 하면 동일한 가격에 한 개의 항공사를 이용한 경유 노선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소비를 계획 중이시라면, 꼭 다양한 노선을 직접 검색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의※ 해외숙소 예약 꿀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노선으로 항공권 가격을 확인한 후에 숙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항공권을 먼저 찾은 이유는, 날짜에 따라 항공권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 숙소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숙소 가격은 변동성이 적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말 다양한 나라의 숙소를 알아보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에어비앤비가 호텔보다 늘 싼 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장기로 여행을 가다 보니 숙소가 정말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전 당연히 숙소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가 가장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당 사이트에서만 숙소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국가, 도시별로 에어비앤비보다 저렴한 숙소가 존재했습니다.
때론 더 저렴하고 깨끗한 호스텔이 있었고, 심지어 호텔이 더 싼 경우도 존재했습니다. 특히 오래된 건물이 밀집된 유럽의 특정 관광지의 경우, 관광지에 가까울수록 신축 호텔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 높은 에어비앤비 숙소 역시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역 한 두 개 차이로 훨씬 퀄리티가 좋은 호텔이 분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한 유럽에서는 선택지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2) 호텔 예약 플랫폼이 항상 가장 저렴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가장 충격받은 사실 중에 하나였습니다. 저는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을 믿었고, 당연히 호텔 예약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는 가격이 가장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컴바인, 네이버숙소 등을 비교하며 최저가를 찾아 헤맸습니다.
하지만 가장 저렴한 숙소 예약 방법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해당 호텔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예약한 대부분의 숙소는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하는 것이 훨씬 저렴했습니다. 운영수수료도 적을뿐더러, 일찍 예약하면 얼리버드(early bird) 할인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 보통 한 달 전까지 얼리버드를 주는 경우를 가장 많이 봤습니다.
* 최저가 보장을 광고하는 플랫폼들의 경우,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없는 다양한 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3) 모든 정답은 리뷰에 있습니다
가. 성. 비, 가. 심. 비를 얻기 위해선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리뷰에서 해당 정보를 가장 잘 얻을 수 있었습니다. 때론 사진이 굉장히 좋아 보이고 저렴한 숙소가 눈앞에 나타나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 리뷰 100개 이하, 평점 8.5점 이하의 숙소는 타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어도 동일)
또한 리뷰를 보실 때는 좋은 평점보다는 낮은 평점 그리고 최신 평점 위주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같은 평점이어도 어떤 숙소를 청결에 대한 불만이 많고, 다른 숙소는 직원에 대한 불만이 많을 수 있습니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가성비 숙소를 찾을 때는 본인이 어떤 것을 포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소 아고다, 부킹닷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구글맵에 보이는 리뷰 정도는 다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4) 에어비앤비의 진정한 강점은 한 달 단위 숙박입니다
에어비앤비는 호텔에 비해 많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아마 저렴한 가격 / 생활용품 구비 / 호스트의 여행 도움 정도이며, 단점은 잦은 스케줄 변경 / 사진과 다른 숙소 / 제한된 숙소 풀 정도 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어비앤비는 반드시 여행 최소 2달 전에는 예약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호스트 스케줄 변동이 많은 만큼 전액 100% 취소 일정도 넉넉한 편입니다. (예약에 유리)
또한 최소 4.85점 이상, 리뷰 100개 이상의 슈퍼호스트 숙소 위주로 찾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최소 3년 이상 숙소를 운영한 슈퍼호스트가 아니라면 개인이 대여하는 숙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슈퍼호스트는 매년 일정 일수 이상 숙박을 진행하고, 평점이 굉장히 높은 호스트만 얻을 수 있는 칭호입니다.
또한 장기 숙박할 때 에어비앤비의 진정한 가치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호스트별로 장기 숙박 할인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한 달 단위 숙박은 관리하기 쉽기 때문에 엄청난 할인폭을 제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 숙소보다 좋은 컨디션의 평점 좋은 숙소를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정말 테트리스 조각 맞추듯 항공권과 숙소를 찾아 헤매며 느낀 팁들을 적어봤습니다. 세계여행을 계획하며 제가 평소 단기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는 느껴보지 못한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저희가 방문하는 지역의 가성비 숙소 정보는 다 찾아봤을 정도로 오랜 시간 서칭하면서 느낀 점들이기 때문에, 장기 해외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