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무엇인가?
"A 자체가 있다. B 자체가 있다. A가 본 A가 있다. B가 본 B가 있다. A가 본 B가 있다. B가 본 A가 있다. 여기에 진실은 무엇인가?" 고민 끝에 내린 답은 다음과 같다: 진실은 관찰하는 주체와 관찰되는 대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각자의 관점에서 모두 유효한 진실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 진짜인가? 아니면 머릿속에서 지어낸 이야기일 뿐인가?
불확실성을 못 참는 인간
인간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빈틈이 생기면 이야기를 만들어 채운다. 친구가 답장을 늦게 보내면 "내가 뭘 잘못했나? 나를 싫어하나?" 하고 혼자 시나리오를 쓴다. 이는 뇌의 DMN(Default Mode Network) 때문이다. 외부에 집중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며 "나"를 중심으로 과거를 곱씹고 미래를 상상한다.
문제는 DMN이 지나치게 켜지면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다는 점이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네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가 괴로워하는 것은 외부 때문이 아니라 DMN이 만들어낸 착각과 상상력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불안, 떠드는 마음의 소리
불안(anxiety)은 착각의 주범이다. 나는 불안을 영화 Inside Out 2의 Anxiety 캐릭터처럼 "떠들기 좋아하는 마음의 소리"로 본다. 영화에서 Anxiety는 Riley의 머릿속에서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소란을 피운다. 현실에서도 "내일 발표를 망치면 어쩌지?" 같은 걱정이 실제 망치는 것보다 더 힘들게 한다.
불안은 DMN에서 시작된다. "나"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모든 것을 편안하게 만들려는 욕심이 불안을 키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욕심 때문에 문제 없는 곳에 문제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이 과연 진짜 문제인가?
환각과 술: 현실이 흐려질 때
이 생각을 확장하면 조현병(schizophrenia)도 떠오른다. 조현병 환자들은 망상과 환각에 시달린다. 나는 이것이 DMN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무너진 결과라고 본다. "누가 나를 감시한다"는 망상이 현실로 느껴지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술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술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찬물을 끼얹어" 이성을 흐리게 하고, 편도체(amygdala)를 깨워 감정과 충동을 터뜨린다. 취해서 "벽이 움직인다"거나 "누가 나를 부른다"고 착각하는 것은 조현병 환각과 유사한 뇌의 혼란 상태이다.
술, 균형을 흔드는 태풍
그렇다면 술은 나쁜 것인가? 나는 술을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균형을 뒤흔드는 태풍"으로 본다. 태풍은 혼란을 일으키지만 새 질서를 만들기도 한다. 평소 전전두엽이 감정을 억누르고 편도체가 불안으로 쌓이면 불균형이 생긴다. 술은 이를 한 번 뒤집어 감정을 풀어주고 이성이 다시 자리를 잡게 한다.
성경에도 이 이중성이 나온다. "포도주는 마음을 기쁘게 한다"(시편 104:15)는 말은 술의 좋은 면을 보여준다. 반면 "포도주는 거만하게 하고 독주는 떠들게 한다"(잠언 20:1)는 경고는 나쁜 면을 지적한다. 결국 술도 적당하면 기쁨이 되고 과하면 혼란이 된다.
균형,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이 모든 것은 "균형"으로 귀결된다. 편도체와 전전두엽, 술의 좋고 나쁨, 모두 균형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균형을 잘 모르고 극단으로 간다. 술을 아예 안 마시거나 너무 마셔 망가진다. 불안에 빠지면 "다 끝났다" 하고,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과음으로 달려간다.
균형은 쉬워 보이지만 어렵다. 이유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아는" 인간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술에 취해 넘어져봐야 "좀 줄여야겠네" 하고, 불안에 휩쓸려봐야 "이건 내 상상이었구나" 깨닫는다. 처음부터 균형을 잡는 것은 인간에게 너무 힘든 숙제이다.
착각에서 깨어나기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알아차림"이 시작이라고 본다. "지금 내 머릿속이 떠들고 있구나" "내가 상상으로 괴로움을 키우고 있네"를 눈치채는 것이다. 술 한 잔 마시고 "이 정도가 딱인가?" 느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찍어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똥을 먹었다면 "이건 똥이었네" 하고 웃어넘기면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했듯, "모든 것은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지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뇌과학, 술, 불안, 균형까지 왔다. 어쩌면 진짜 균형은 똥과 된장을 맛보며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문득 엄마가 하시던 말이 떠오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불확실성을 걱정으로 채우지 않고 가만히 두는 지혜도 결국 이 균형의 일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