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 마인드

갈등을 넘어서는 유일한 기술

by 부자백수

인간은 본능적으로 ‘덜 힘든 길’을 찾는다. 덜 생각하고, 덜 느끼고, 덜 움직이려 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생존이 우선이었던 시절,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는 치명적이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익숙함 속에서 반복하며, 최적화된 삶을 무의식적으로 추구한다. 하지만 이 본능이 지금은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된다.


나는 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너의 감정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하고, 너는 네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나의 가능성을 무심코 제한한다.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하지만, 결국 누군가에겐 상처이고, 피로이며, 고립이다. 우리는 서로의 생존 전략이 충돌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충돌은,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우리의 관계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이 갈등을 풀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어느 날, 법륜스님의 영상을 보다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오른쪽으로 가도, 신경질 한 번 안 내고 ‘다시 경로를 탐색합니다’라고 하잖아요. 그게 바로 부처 수준이에요. 사람 수준으로는 절대 그렇게 못합니다.

그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정말 그렇다. 네비게이션은 아무리 길을 틀려도 비난하지 않고, 짜증도 내지 않으며, 묵묵히 다시 길을 알려준다. 사람 사이도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 실수했을 때, 내 기대와 어긋났을 때 비난하고 몰아붙이는 대신 잠시 멈춰 다시 경로를 재탐색할 수 있다면. 그 한 걸음이 갈등을 멈추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첫 시작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진짜 성숙이란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최선 경로만 따르기보다 때론 돌아가더라도, 재탐색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기본값은 ‘최적화’이기 때문이다. 나의 편안함, 나의 효율성, 나의 감정 보존이 우선된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배려를 유지하려면 강철 같은 체력과 깊은 인류애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사람만이 갈등을 넘어 연결을 만든다.

그런 마음가짐이야말로, 인간이 본능을 초월해 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일지도 모른다.


길을 잃어도 괜찮다.
우리 안에 ‘네비게이션 마인드’만 있다면, 언제든 관계의 길을 다시 찾을 수 있다.

20230702_113544.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다짐: 새로운 시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