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 금요일에 쉬게 되어 서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사촌동생을 만나고 외삼촌 집에 머물다 왔습니다.
금요일 저녁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대방어 모둠회에 소주를 들이키며 얘기했던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앙드레 토스콜라니의 4g 즉 돈과 생각과 인내와 운에 대한 얘기였는데요, 그는 전공이 컴퓨터 공학이라 가상화폐를 자동거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법으로 연봉에 수십 배에 해당하는 돈을 벌었습니다.
욕심과 두려움이 연결된 돈과 그걸 리스크 부담을 잔뜩 짊어지고 컴퓨터에 맡겨서 거래하는 건 되게 이상적이고 좋아 보이지만, 그걸 배짱 좋게 인내심으로 밀어붙인다는 건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산 넘고 물 넘어서 가다 보면 눈앞에 다다를 것 같은 정상은 또 저 멀리에 있는데, 대단한 인내심과 열정 및 가족들의 배려가 없으면 헤처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혹독한 과정을 지나쳤기에 배울 것이 정말 많은 친구입니다. 그래서 그가 얘기해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굉장한 울림이 있는데요. 무지와 욕심과 게으름으로 똘똘 뭉쳐 건방지게 살아온 탓에 파도 파도 나올 줄 모르는 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저에게는 만날 때마다 산해진미 공짜술에 어디 가서 돈 주고 들을 수도 없는 공짜조언이 너무나 감동입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아!! 이런 사람이' 내 곁에서 나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나의 팍팍한 인생에 촉촉하게 적셔지는 은혜가 나에게 있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난 왜 이리 진짜로 진짜로 운이 너무나 좋은 걸까'
너무나 고맙습니다. 지금의 역경과 고난 밑바닥 인생이 이 못나고 건방진 나를 처절하게 박살내고는 있지만, 이 정도로 내 업보를 풀어낸다는 것이. 사지 멀쩡하고 똑똑하니까요. 못해낼 게 없습니다. 40억 부도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망해도 밥만 세 번 먹으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우리 엄마의 아낌없는 뜨거운 사랑. 돈 없는 남자 친구 일본여행 데려가준 마음씨 고마운 예쁜 여자 친구. 저한테 1억이라는 돈 빌려주고 5년째 받지도 못하면서 묵묵하게 기다려준 친구. 인생의 역경을 통해 깨우친 지혜를 밥과 술 먹여가며 공짜로 퍼주는 삼촌과 숙모. 게다가 차비도 주셨어요. 난 정말로 운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왜 하필 지하철은 또 바로 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