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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바람의 춤

by 부자백수

지금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가 떠다닌다. 아련한 바람처럼, 잡히지 않는데 분명히 느껴지는 그 에너지. 기쁨일까, 허전함일까, 아니면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일까. 층층이 쌓인 감정들이 서로 얽히며 내 안에서 조용히 춤춘다. 무겁지 않은데 묵직하고, 쓸쓸한데 따뜻하다. 이 모순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삶은 순간들이 모인 거라고 믿는다. 작은 조각들, 아주 사소한 것들—햇빛에 반짝이는 먼지처럼 보이지 않던 것들이 쌓여 나를 만든다.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웃고, 울고, 때론 멈춰 서서 숨을 고른다. 지금 이 기분도 그 조각 중 하나야. 끝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뭔가를 완성하려는 마음과 그걸 내려놓는 마음이 뒤섞여 있다. 끝내면 기쁠 텐데, 왜 이렇게 허전한 걸까. 그 허전함마저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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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늘 있었다. 어떤 때는 그게 전부인 것처럼 나를 짓눌렀다. 숨이 막힐 만큼 무거웠던 날들, 모든 게 의미 없어 보였던 순간들. 그런데 지나고 나니 그게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더라. 괴로움이 아니라, 나를 키운 과정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지금 이 아련함도 그런 거야. 끝을 앞두고 떠오르는 이 감정은, 내가 겪은 시간들이 내 안에 남긴 흔적이다. 사라지지 않고, 내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머물러 있다.


죽음은 정해져 있다. 그 끝을 알기에, 나는 매 순간을 채우려 애쓴다. 완벽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로 이 시간을 채우고 싶다. 그게 나의 방식이다. 지금 이 떠다니는 에너지도, 그 채움의 일부야. 욕망이 나를 끌어당기고, 억제가 나를 붙잡는다. 그 사이에서 흔들리며, 나는 나를 더 알아간다. 이 갈등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이 느낌은 말로 다 담을 수 없다. 기쁨과 쓸쓸함이 섞이고, 성취와 허무가 얽힌다. 끝을 향해 가는 길에 서서, 나는 그 모든 걸 끌어안는다. 이 순간이 지나면 기억으로 남겠지. 그래도 괜찮아. 이 아련한 에너지는 내 안에 머물며,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어줄 테니까. 평범한 내가, 이렇게나 큰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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