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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항해법

나의 삶을 가꾸는 책임과 용기

by 부자백수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이 바다는 때로는 풍요로운 기회를 선물하지만, 때로는 거친 파도로 우리를 위협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 항해의 목적을 ‘부’라는 섬에 도달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선장이 되어 이 바다를 건너갈 것인가 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진짜 힘은 돈이나 경쟁 그 자체보다, ‘책임’과 ‘위험’을 마주하는 우리 각자의 마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의 두 얼굴: 위험이라는 질문, 책임이라는 대답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있는가?’라고 묻습니다. 투자의 세계를 떠올려보세요. 성공은 달콤한 수익을 약속하지만, 실패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위험을 통해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종종 우리에게 ‘진정한 책임’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정한 책임이란, 나의 선택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찰하고, 그 무게를 기꺼이 감당하는 자세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거나(예: 시장 탓, 정부 탓), 위험 자체를 회피하도록 우리를 유혹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기회가 생겨납니다. 위험을 두려워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장을 위한 질문’으로 끌어안고 ‘책임’이라는 자신만의 대답을 찾아 나설 때, 우리는 비로소 시스템의 파도에 휩쓸리는 대신,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모는 주체적인 항해사가 될 수 있습니다.


책임의 무게를 배우는 삶의 단계들


우리는 삶의 각 단계에서 각기 다른 무게의 책임을 경험하며 성장합니다.

학교: 안전한 항구에서 배우는 시간. 우리는 등록금을 내고 지식을 얻습니다. 이곳에서 책임은 주로 성적과 졸업에 머물러 있고, 실패는 비교적 안전하게 보호받습니다. 항해를 위한 기초 지식을 쌓는 소중한 시기이지만, 실제 바다의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책임감까지 배우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회사: 함께 항해하며 배우는 시간. 월급을 받으며 실무를 배웁니다. 신입사원의 실수는 조직이라는 큰 배가 감싸주기에 개인의 위험 부담은 낮습니다. 소중한 실무 경험을 쌓고 조직의 목표에 기여하는 책임을 배우지만, 때로는 거대한 배의 항로에 맞춰가느라 나만의 창의적인 책임감을 펼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창업: 나의 배를 띄우고 배우는 시간.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직접 시장이라는 망망대해에 배를 띄우는 일입니다. 모든 의사결정이 나의 책임이 되며, 실패는 재정적, 심리적 좌초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 책임의 무게는 비할 수 없이 무겁지만,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내는 위대한 성취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투자: 별을 보며 항로를 찾는 시간. 자본이라는 배를 타고 불확실한 미래라는 바다에 나서는 일입니다. 결과는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이때, 자신의 선택에 담긴 철학을 성찰하고 책임을 지려는 태도는 ‘투자’가 되고, 분석 없이 감정과 유행에만 의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투기’가 됩니다.


이 단계들은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점차 더 큰 책임과 위험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단련시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것은 각 단계에서 책임의 의미를 배우고 자신만의 항해술을 연마하는 것입니다.


투자와 투기, 그 따뜻한 한 끗 차이


투자와 투기는 표면적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 차이가 있습니다.


책임 있는 투자는 나의 자본이 더 나은 세상으로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단순히 수익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기업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환경에 기여하는지(ESG)를 함께 고민합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조차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는 학습의 과정으로 삼고, 다음을 위한 지혜로 축적합니다. 매매 일지를 쓰며 선택의 이유를 기록하고, 포트폴리오를 분산하여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모두 책임감의 표현입니다.


반면 책임 없는 투기는 과정보다 결과에만 집착합니다. 분석 없이 ‘이 종목이 좋다더라’는 소문에 돈을 던지고, 손실이 나면 세상을 탓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짜릿할지 몰라도, 결국 우리 영혼을 갉아먹는 감정적인 게임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책임감 있는 태도는 차가운 투자를 ‘나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따뜻한 학습으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그림자와 우리 앞의 길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항상 공정하지는 않다는 것을요. 복잡한 금융 상품은 전문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도록 유혹하고, 소셜 미디어는 성찰 없는 투기적 욕망을 부추깁니다. 무엇보다 사람마다 출발선이 다릅니다. 어떤 이는 튼튼한 배와 충분한 자본으로 항해를 시작하지만, 어떤 이는 작은 뗏목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그림자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실패를 오롯이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냉혹한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함께 보듬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개인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나의 태도, 나의 노력, 나의 선택—에 집중할 힘이 생깁니다. 시스템을 탓하며 주저앉는 대신,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책임을 다할 때, 우리는 비로록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주체가 됩니다.


지혜롭게 자본주의를 항해하는 법

책임과 위험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다루며 나아가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따뜻한 성찰의 시간 갖기: 나의 선택을 꾸준히 기록하고 돌아보세요. 투자자라면 매매 일지에 “나는 왜 이 선택을 했고, 그 결과로 무엇을 느꼈는가?”를 적어보세요. 이는 감정적 실수를 줄이고,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책임감 있는 습관입니다.

작은 용기로 위험 관리하기: 큰 파도가 두렵다면, 작은 물결에서부터 연습하면 됩니다. 창업이 꿈이라면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해보고, 투자가 처음이라면 소액으로 ETF에 적립식 투자를 해보세요.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용기를 내는 것이 지혜로운 리스크 관리입니다.

세상을 향한 윤리적 선택하기: 나의 돈과 시간이 어디로 향하는지 고민해보세요. 재생에너지, 헬스케어, 교육처럼 나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투자를 넘어선 가치 실현의 과정입니다.

함께라는 레버리지 활용하기: 자본뿐만 아니라 지식, 네트워크, 커뮤니티도 훌륭한 레버리지입니다. 스터디 그룹을 통해 함께 배우고, 멘토의 지혜를 빌리며, 정부나 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세요. 함께일 때 우리는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책임은 사랑의 다른 이름

자본주의라는 바다는 때로 냉정하고 거칠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항해를 할지는 우리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며 파도에 떠밀려 다닐 수도 있고, 서툴더라도 용기 내어 키를 잡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책임이란, 나 자신을 깊이 사랑하고, 나의 선택이 연결된 세상을 함께 사랑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책임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 따뜻한 선택이 당신의 삶이라는 배를 위대한 항해로 이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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