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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집을 통째로 옮겨 이사하는 사람들.

달팽이 이사 법을 소개합니다.

by 몽기

호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독특한 이사 법을 소개해볼까 한다. 나도 처음 말로 들었을 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믿기 어려웠었는데 마침 동네에 이런 이사를 하는 집이 있어 며칠에 걸쳐 찍은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해 보겠다.

20210913_180547.jpg 공중에 들어 올려진 집.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웨더 보드 하우스는 나무를 기반으로 만들어서 친환경적이고 건축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때마다 페인트칠을 새로 해야 하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이런 집은 때때로 번쩍 들어 올려 통째로 새터에 옮기는 것도 가능하기도 하다. 집이 작다면 통째로 땅 위로 들어 올려 한 트럭에 싣고 가면 그만이지만 이 집은 조금 커서인지 일단 두부처럼 반토막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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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트럭이 와서 왼쪽 반토막집을 싣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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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뒤 나머지 반토막집을 마저 싣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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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끝. 집터는 썰렁하고 차고 셔터만 엉성하게 남아 있다.

집을 이런 식으로 옮기는 이유는 집주인이 이 집을 정말로 좋아해서 새터로 옮기는 것 일 수도 있고, 구매자가 좀 더 저렴하게 집을 장만할 수 있어서 사고파는 것이기도 하겠다. 반토막씩 옮긴 집은 새터에 자리를 잡아 붙여놓고 접착을 한 뒤 다시 배선과 배관을 하면 바로 들어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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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인 지인은 시골에 넓은 땅을 산 뒤 오래된 작은 집을 저렴하게 구매해서 옮겼다.

나의 지인은 시골에 땅을 산 뒤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 이런 류의 작은 집을 사 반토막을 내어 옮겼다. 재건축 때 그 중간을 넓게 띄워 공간을 마음껏 확장한 뒤 벽과 지붕을 올려 집을 공사했다. 운동장만 한 거실을 한가운데 새로 얻었다.

인간도 달팽이처럼 집을 등에 지고 이사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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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페인트 칠을 한 거실은 넓고 깔끔하고 안락했다. 테라스에서 넓은 초원을 내려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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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길을 달리다 만난 집을 옮기는 트럭. 2개의 차선을 차지한 채 이동하는 트럭 앞뒤로 '대형 치량이 지나간다'는 안내 가이드 차도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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