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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Oct 19. 2021

호주, 아들이 바다낚시로 잡아온...

갖은 물고기 이야기.

블레오고리 선착장에서 밤낚시하는 아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주차장에서 한 컷.

모닝턴 페닌슐라(반도)는 3면이 바다이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낚시를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다. 7년째 이곳에 살았건만 호기심에 몇 번 낚시를 나섰고 아무것도 잡아 올리지 못했다는 것 외엔 이렇다 할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그런데 15살 아들이 최근 낚시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락다운으로 오랜 시간 온라인 등교를 하고 오후엔 이웃에 사는 한 친구와 간간이 만나는 정도였는데, 그들이 갑자기 낚시로 뭉치게 된 것이다.

첫 수확은 레더 재킷 두 마리였다. 껍질이 두꺼워 가죽재킷으로 불리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쥐치였다. 넓게 말려서 쥐포를 만드는 그 생선이다. 아들이 노란 양동이를 불쑥 내밀었을 때 생김새에 놀라 주춤했었는데, 그래도 침착하게 잘 잡았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친구랑 같이 먹고 싶으니 내일 저녁으로 해달라 해서 기꺼이 그러겠노라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들은 다시 낚시를 나서게 되었다. 그래서 쥐치를 구워 낚시 중인 친구네 보트로 도시락 배달을 했다. 

친구네 작은 보트는 두 소년이 아지트 삼아 낚시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에 딱 좋은 아늑한 공간이었다.

어느 날은 Sliver Trevally를 잡아왔다. 생선맹인 나로서는 눈으로 봐도 이름이 무엇인지 추측도 못하겠어서 사전을 찾아보니 전갱이라고 한다. 한국말로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소금에 절여 맛있게 구워 먹었다.

아들과 친구는 방과 후 낚시에 점점 빠져들었다. 이젠 낚시 도구도 스스로 잘 챙기고 사발면에 뜨거운 물까지 챙겨가는 경지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저녁때마다 두 집 부모들이 돌아가며 피자도 사다 보내고 도시락 배달도 하며 끼니를 챙겼는데 말이다. 진정한 낚시꾼이 되어가나 보다. 

어느 날은 새벽에 오징어 낚시를 하겠다 하여 새벽 5시에 일어나 바다를 나가기도 했다. 아침잠 많은 아들에겐 이변에 가까운 일이었다. 오징어는 잡지 못했지만 일출을 즐겼단다.

예민하고 거칠어지기 쉬운 사춘기에 자연 속에서 낚시를 하며 고요한 시간을 즐기는 두 소년에게 그저 박수를 보낼 뿐이다.

언젠가는 화이팅(Whiting)을 잡아왔다. 대구의 일종이다. 생긴 건 좀 징그럽지만 Fish and Chips 가게에서 흔하게 튀겨 파는 생선이다. 맨날 사 먹으면서도 이렇게 생긴 줄 이날 알았다.

마침내 내가 이름을 아는 생선을 잡아왔다. 고등어! 이 날 아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나: 오늘 낚시는 어땠어?

아들: 작은 생선들을 여러 마리 잡았는데 너무 작아 놔 주었어요.

나: 잘했네. 이 고등어는 꽤 큰데?

아들: 이보다 더 큰 것도 잡았는데 놔줬어요. 뒤로 아기 생선이 쫓아 오더라고요. 엄마가 필요할 것 같아서..

나: 아... 그래...@@

어쨌든 생선 한 마리를 낚으며, 이름도 공부하고 이런저런 생각도 친구와 나누니 낚시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들이 낚시꾼이 된 덕에 나도 조금씩 생선을 다듬는 일에 익숙해져 간다. 그동안은 손질된 생선만 사 먹었는데 말이다. 고등어를 깨끗이 씻어 소금에 절이고 냉장고에 넣으며 '엄마와 고등어'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들 덕에 고등어구이를 먹게 될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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