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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Oct 20. 2021

호주 바다에서 즐겨야 할 3가지는?

Sun, Surf and Sand

지난주 살짝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멜번에서 두 시간쯤 떨어진, 그 유명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입구에 해당하는 톨키(Torquay Beach) 바다로. 지인의 할러데이 하우스에서 저렴하게 일주일을 묵었다.   


흔히 호주 바다에서는 즐겨야 할 3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Sun, Surf and Sand 

작열하는 태양, 거침없이 밀려드는 파도, 뜨겁고도 고운 모래. 

그래... 나도 이걸 좀 즐겨보자!   

보드 서핑, 윈드 서핑, 보트, 요트... 온갖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에 좋은 파도가 연중 내내 인다. 인근의 벨 비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핑 비치라서 세계 선수권 대회 등이 열리기도 한다.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은 비행기로 자기 키보다 큰 보드를 들고 와서 이 주변 바다들을 섭렵하며 파도를 햇빛을 즐긴다. 이번 여행에선 북유럽 젊은이들을 꽤 봤다. 멜번에서 출발하는 일일 강습을 겸한 투어 상품도 적절한 가격에 (레슨 교통 포함 일일 10만 원 안팎) 많이 있으니 관심 있는 한국 젊은이들도 경험해보면 좋을 듯하다.   

파도를 즐기는 이들은 의외로 치밀하고 꼼꼼한 면이 있다. 날씨는 물론 파도의 높이 폭 깊이 잘 이는 빈도 시간 등등을 리서치하는 건 기본이다. 티브이 일기예보를 보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써퍼들을 위한 기상정보 사이트에서 더 자세한 데이터들을 일일이 점검하고 바다에 나간다. 하긴 장비를 옮기고 세팅하고 하는 일들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파도와 놀며 성장한 이들은 평생을 취미로 즐기는 지라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들도 많다. 두툼한 뱃살의 아줌마가 보드에 올라 파도를 타고 백발의 할아버지가 윈드 서핑을 하며 바람을 가른다. 새벽 파도가 좋은 날은 첫새벽에 나가길 주저 않는 이들을 보며 참으로 주도면밀하게 열정적으로 노는구나 느꼈다.   

우리 가족은 대부분의 시간을 Fishermans Beach (어부들의 바다)에서 보냈다. 파도가 낮고 물이 따뜻해서 아이들이 놀기 좋고 숙소에서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나의 하루가 어땠냐고? 

늦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 근처의 도서관에 간다. 아들과 그림책을 읽거나 사진 좋은 잡지 그림 좋은 화집 따위를 뒤적이다가 숙소에 온다. 어떤 날은 작은 카페나 선물 가게 등을 돌아보다가 빵집에 들러 점심거리를 사 오기도 하고.   

점심을 챙겨 먹고 또 뒹굴대다가 바다에 나와 물놀이를 한다. 저 보드는 휴가를 떠나기 전 동네 중고가게에서 4불 주고 산 건데 너무 훌륭했다. 아들이 괴성을 지르고 까르르 대며 신나게 놀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같이 놀자고 모여들었다.   

물놀이에 지치면 모래를 만지며 논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이런 뻔뻔한 거래를 서슴없이 요구할 수 있는 아이들의 세계가 나는 좋다.   

그러다가 산책을 한다. 하루는 위쪽 바닷길로 한두 시간 걷고 다음 날은 아래 바닷길로 또 내려 걷는다.

해 질 녘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저녁을 지어먹고 옛날 영화 새 영화 뒤섞어 보며 노닥이다 잠든다. 컴퓨터도 핸드폰도 꺼놓는다. IT 디톡스의 날들이다.


이번 휴가는 이렇게 끝났다. 집에 돌아와 산더미처럼 밀린 집안일들을 하며 다소 낯설어진 일상을 다시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나는 또 다음 휴가를 기다린다.(2010/2/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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