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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May 10. 2021

호주-비치 크리켓과 카약 타기

지난여름 바닷가를 추억하며

오늘은 비도 오고 서늘하니 벌써 겨울인 듯,

불과 두어 달 전 바닷가의 시간들이 까마득하다.

따사로웠던 그날 여름 오후를 떠올려 볼까 한다.

다소 무료하게 집에서 뒹굴던 아들은 동네 친구의 연락을 받고 소렌토 앞바다로 튀어 나갔다.

친구 몇몇과 비치 크리켓 게임을 하기로 했단다.

크리켓(여름 스포츠)은 풋티(겨울 스포츠)와 함께 호주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포츠인데 야구와 비슷하다.

미국 문화권의 나라들은 야구를 하고 영국 문화권의 나라들은 크리켓을 한다. 뉴질랜드 인도 파키스탄 등 영연방 국가들은 크리켓을 국가 대표 스포츠로 꼽는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호주 아이들은 모이면 운동장에서 뒷마당에서 크리켓을 하고, 여름엔 바닷가에서 비치 크리켓을 또 당연히 한다. 한나절 바닷가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린다.

한 게임을 끝내고 카약을 타기로 했다. 바닷가 동네다 보니 한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보트나 요트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도 올여름 카약 두대를 중고로 마련했다. 이웃이 이사를 떠나며 창고에 있던 것을 급하게 정리하고 싶어 했고, 우리는 정부로부터 코로나 위로금을 막 받았던 때였다. 몇 번 빌려 타는 가격으로 충당되던 중고가라 덜컥 사버렸다. 살면서 카약을 소유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좋은 배를 소유한 이들은 클럽에 가입해 정박지를 렌트하고 보험에 가입한다. 어떤 이들은 트레일러에 보트를 올려 여행지로 끌고 다니며 타고 논다. 어떤 이들은 차 지붕에 레일을 설치해 카약이나 패들보드 서핑보드를 싣고 출퇴근 길에 잠깐씩 타기도 한다.  

우리는 그냥 바닷가 구석에 카약을 엎어놓고 자물쇠로 얽어매 놓는 것이 전부다. 물을 젖는 노와 시트만 떼서 집에 들고 온다. 저렴한 배는 관리하기도 쉽다. 그래도 동네 친구들과 지인이 멜번에서 놀러 올 때마다 한 번씩 배를 띄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매일 보는 앞바다지만 밀물 썰물 때가 다르고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며 아침저녁 때가 또 다르다.

아이들이 카약을 타고 바닷가를 돌아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처음엔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정도였는데,

어느새 눈앞에서 사라져 먼바다를 나갔다가 한참만에 되돌아온다.

더 멀고 넓은 세상으로 파도를 헤쳐가며 나가자.

소년과 바다의 여름은 이렇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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